(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학은 때로 한 시대의 기억을 조용히 붙들어 두는 가장 깊은 그릇이 된다. 거창한 역사서가 기록하지 못하는 민초의 삶과 감정, 그리고 일상의 작은 숨결까지 담아내기 때문이다. 제4회 서울시민문학상 시 부문 본상에 김예태 시인의 작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어리버리', '이팝나무 꽃 피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세 작품이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민족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을 섬세한 서정으로 확장해 나가며, 인간을 향한 깊은 연민과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수상작들은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공통적으로 '사람'과 '시대'를 향한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의 놀이, 일상의 언어, 생활 속 사물 등 평범한 소재가 시인의 손을 거치면서 역사와 삶의 상징으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김예태 시 세계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제4회 서울시민문학상 시 부문 본상에 선정된 김예태 시인의 작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어리버리', '이팝나무 꽃 피다'는 바로 그러한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환기시키는 작품들이다. 세 편의 시는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개인의 기억과 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문단에 소설을 중심에 세운 전문 문예지가 새롭게 등장했다. 계간 문예지 <소설 앤 소설가>가 2026년 봄 창간호를 발간하며 "소설을 다시 문학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선언을 내놓았다. 창간호는 한국과 해외 소설의 재조명, 신작 단편 발표, 재수록 작품, 문학 리뷰 등 다양한 구성으로 소설 문학의 현재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한국 문단의 창작 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소설을 중심에 세운다"… 선언으로 시작한 문예지 <소설 앤 소설가>의 창간은 단순한 문예지 출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발행인 김영두 소설가는 창간사에서 "이 잡지의 시작은 발간이 아니라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창간 정신은 분명하다. "소설을 중심에 세운다. 소설가의 존엄을 지킨다. 독자에게 소설의 행복을 돌려준다." 이는 문학 시장의 구조 속에서 점차 주변으로 밀려난 소설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김영두 발행인은 "소설가의 노동이 왜 값싸게 취급되는가, 왜 문학은 칭찬받으면서도 현실의 제도는 바뀌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국 문학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본지 편집국장 = 20세기 이후 현대 민주주의 이론을 정립한 독일의 대표적 철학자 Jürgen Habermas(위르겐 하버마스)가 14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스타른베르크에서 별세했다. 향년 96세. 한 세기를 관통하며 민주주의의 철학적 기초를 탐구해 온 거장의 퇴장은 단순한 학자의 부고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면한 근본적 질문을 다시 우리 앞에 던진다. 우리는 지금 서로 대화하고 있는가. 하버마스는 20세기 이후 현대 민주주의 이론을 정립한 대표적 사상가다. 철학과 사회학, 정치학을 넘나들며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다. 그의 대표 저서 The Structural Transformation of the Public Sphere(<공론장의 구조변동>)과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의사소통 행위 이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토론과 의사소통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철학적으로 정립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평가된다. 그가 제시한 핵심 개념은 바로 '공론장(公共論場, Public Sphere)'이다. 공론장이란 시민들이 공적인 문제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조선 궁중의 언어는 흔히 사극 속 전형적인 말투 정도로 소비된다. 그러나 그 언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왕권을 떠받친 정교한 상징 체계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궁중 언어의 구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달라졌을 뿐 오늘날의 권력 언어 속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왕의 몸을 가리키는 말들을 보면, 일상 언어와 철저히 결별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몸'이라는 평범한 단어 대신 성체(聖體)·옥체(玉體)라는 표현이 쓰일 때, 왕의 육신은 더는 인간의 한계를 가진 신체가 아니라 하늘의 명을 받은 초월적 매개체가 된다. '성체'는 그 자체로 신성함을 부여하는 한자 성(聖)을 붙여 왕의 몸을 종교적 숭배의 대상에 가깝게 끌어올리고, ‘옥체’는 옥이라는 물질이 가진 순결·고결의 이미지를 통해 육체를 하나의 귀물로 치환한다. 이는 단지 고급스러운 표현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왕권의 정당성을 “몸의 차원”에서까지 보증하려는 상징 작업이다. 인간의 신체는 늙고 병들지만, 성체·옥체라는 호명은 그 유한성을 은폐한다. 얼굴과 눈물, 손과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용안(龍顔)이라는 말은 왕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황후였던 남프엉(Nam Phương)의 삶과 역사를 조명한 책 <남프엉 황후와 바오다이 황제의 발자취를 따라>가 베트남여성출판사(Nhà xuất bản Phụ Nữ Việt Nam)에서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베트남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Bảo Đại)와 그의 황후 남프엉의 삶을 따라가며 왕조의 몰락과 근대 베트남의 역사적 전환기를 함께 조망한 역사 교양서다. 베트남 중부의 고도 후에(Huế)는 한때 왕조 권력의 심장이었다. 흐엉 강(香江)이 흐르는 이 도시는 수백 년 동안 베트남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였지만, 20세기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왕조의 기억을 간직한 역사적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 남프엉 황후의 삶을 통해 왕조의 마지막 시간을 조명한다. 프랑스 유학 소녀에서 황후가 되다 남프엉 황후의 본명은 응우옌 흐우 티 란(Nguyễn Hữu Thị Lan). 베트남 남부의 가톨릭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서구식 교육과 교양을 쌓으며 성장했다. 1934년 그녀는 당시 베트남 황제였던 바오다이(Bảo Đại)와 결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