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시집 첫 페이지, 시인의 말들'

시의 숲이 무성한 시인은 늘 말수가 적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집, 첫 페이지는 '시인의 말'로 시작된다. ‘시인의 말’ 속에는 커다란 여백이 들어와 숨을 쉬고 있다. 간결함이 지나쳐 두세 줄의 인사도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머리말, 첫 문장에 온통 신경을 쓴다. 어느 작가는 써놓은 머리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본문을 완성하고도 한 달여를 늦춘, 경우 담도 있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Ivan Sergeyevich Turgenev, 1818~1883) 시인은 "독자여, 이 산문시를 단숨에 읽지 마시오. 단숨에 읽으면 아마 지루한 마음에 그대의 손에서 멀어질 것이오. 오늘은 이 시, 내일은 저 시, 마음 가는 대로 읽으시오. 그러면 어느 시인가 그대의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을 겁니다."라고 '독자에게' 소박하기 이를 때 없는 '시인의 말'로 부탁하기도 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현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산문시로 문학적 평가를 받았다. 그의 문학은 한국의 근대문학 형성기인 1910년대에 가장 많이 읽히고 번역되었다. 윤동주와 같은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주관 교수는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산문시를 번역하며 감동하였다.

커다란 명성을 가졌고 무성한 시의 숲을 가진 시인이 ’독자에게‘ 드리는 말이 겸손하기 짝이 없다.

이무권 시인은 6월의 중심에 <간절기> 시집을 펴냈다. '시간의 주름'이란 '시인의 말'로 독자와 첫인사를 나눈다.

"짧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기억의 잔고는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시간의 등속성과 평면성을 벗어난 지점만이 내 삶의 의미로, 접고 구겨진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주름의 몇몇을 펼쳐 언어의 외피를 입혔다. 간결한 춤사위쯤으로 예상했는데 아무래도 하산 길 맥 풀린 발걸음 같은 산문이다."

이무권 시인은 문단의 지긋한 원로 시인이다. 시인이 말하는 시간과 주름의 표현이 사뭇 푸르고 풍요롭다.

"이제는, 뱉어낼 듯 뱉어낼 듯 몇 번의 머뭇거림 끝에 비로소 터져 나오는 말더듬이의 첫걸음 같은, 절실한 절제의 언어로만 노래하자고 다짐해본다." 그러면서 "청중의 박수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잠시라도 멈추어 서서 듣는 척이라도 해주면 고맙겠습니다."로 마무리한다.

시의 숲이 무성한 시인은 늘 말수가 적다. 권일송 시인은 시집을 펴내고 달포쯤 잠적을 한다. 그리고서 박재삼 시인이나 이형기 시인과 같은 동료 선후배 시인에게 전화한다. 펴낸 시집의 분위기를 탐색하는 것이다. "별일 없지"라는 안부를 전한다. 상대 시인에게서 시집에 대한 덕담이 나오면 조금씩 전화의 숫자를 넓혀간다. 선배 시인들은 이렇게 겸손으로 시집을 펴내고 독자와 접근을 하였다.

서효인 시인의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의 자시라는 제목의 글이 재미있다. '세계를 간신히 줄여놓은 지도를 보고 있으면 그곳에 죽은 사람들의 몸이 보인다. 슬픔도 역겨움도 아닌 감정이 해안선을 따라 고꾸라진다. 이것을 감히 시라고 부를 용기가 없다. 용기라는 감정을 부재로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그것이 나는 즐겁다. 지금, 이곳의 세계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중략)로 문장은 신선한 시각으로 시집의 본문을 궁금하게 하고 있다.

<희지의 세계> 시집에서 황인찬 시인은 자시니, 머리말이니 아무런 제목이 없이

'이자혜의 만화<미지의 세계>에서
제목을 빌려 시를 쓰려다
그만 착각을 하고 말았다.' 라는 아주 짤막한 세 줄로, ‘시집의 제목’을 만들게 된 설명이다. 세 줄은 독자의 상상력을 크게 만든다.

시인들은 이무권, 투르게네프 시인과 같이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를 바라다보는 머리말을 시작한다. 살아있는 네가 죽어 있는 나에게 말을 하듯 한다.

시도반도 <시원(詩園)의 입술>을 펴내며 시인의 말 이전 페이지에 "바람만 살피는 자는 씨 뿌리지 못하고, 구름만 살피는 자는 추수하지 못한다"(전도서 11장 4절)을 올렸다. 독자의 반응은 큰 파도 소리였다. 원로 시인, 허홍구 선배는 시집을 받아들고 다음 시집에 <시원의 입술>과 같이 성경 구절을 넣고 싶다 한다.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사랑도 '첫 마디'의 표현으로 시작된다. 시집의 '첫 페이지'도 사랑보다 강한 인상을 줄 수만 있다면, 천체에 빛나는 축복의 시집이 될 것이다.

- 최창일 시인(시집 '시원의 입술' 저자)

i24@daum.net
배너
국립중앙도서관, 김보영 작가·이수현 작가와의 대담 북토크 개최…"K-문학, 세계로 뻗으려면 더 체계적인 번역 지원 필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문자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다. 최근엔 오디오북 서비스로 책읽기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오랜 과거부터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문자는 절대적 필요 수단이었다. 책을 읽기 위한 행위, 독서를 위해선 이러한 문자를 알아야 가능하기에 때때로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문자로 쓰여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번역은 이런 점에서 책이 지닌 한계를 넘어선다. SF와 판타지 소설 애호가라면 한 번쯤 거쳐 갔을 '왕좌의 게임', '다이버전트',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등 유수의 작품을 번역한 이수현 작가·번역가와 같은 이들로 하여금 국내 대중의 해외문학에 대한 벽이 점차 낮아진다. 번역 덕분에 전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은 K-문학도 있다.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독일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SF소설가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도 한국 장르소설로는 최초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는 등 번역을 통해 해외에 소개된 K-문학은 여타 좋은 소식을 보내오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3일 12시 30분부터 국제회의장에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익산시민통합발전위·재경익산향우회, 고향 방문 행사 진행 (익산=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익산시민통합발전위원회(공동 이사장 박종완·이재호)와 재경익산시향우회(회장 이강욱)가 22일 고향 익산 방문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이종신 재경 익산향우회 사무총장의 안내로 서울을 출발한 이강욱 회장 등 향우회원은 오전에 금마 서동공원과 금마저수지 일대 투어를 진행했다. 점심식사 이후에는 익산시 망성면에 위치한 (주)하림 본사를 견학하고 익산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익산시민통합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사)익산의병기념사업회와 (사)국민주권실천운동연합, (사)익산새노인운동본부, 익산시여성단체협의회, (사)익산시재향군인회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후에는 익산문화원 주관으로 축하 공연 및 만찬이 진행됐다. 박종완·이재호 공동 이사장은 "언제나 변함없는 이강욱 재경익산시향우회장님의 고향 사랑과 관심, 향우회원들의 고향 방문에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 주신 익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익산시민과 출향민들의 뜻을 모아 지역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

정치

더보기
이자스민 의원, '이민사회기본법안' 및 '정부조직법' 발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재선)은 25일 '이민사회기본법안'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민사회기본법안'은 ▲이민사회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에 규정하고 ▲이민사회정책의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 대통령 직속 이주배경시민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으며 이민사회정책이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성안되었다. 또한 함께 발의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이주배경시민청(이하 ‘이민청) 설립을 위한 법안으로 행정안전부 외청에 설치하여, 법무부 비자 및 출입국 관리업무, 각 지방정부의 다문화 정책,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정책,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업무 등 기존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었던 이주배정시민정책을 모아서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법안을 발의한 이자스민 의원은 "그 동안 이주민 법안 심의과정에 대한민국의 이민정책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19대 국회에서 이민사회기본법안이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어 "저출생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