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국가유공자 박홍립(71) 어르신이, 고엽제전우회 광산구지회 회원들과 함께,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600만원을 기부했다.
고엽제 후유증을 앓아 국가유공자로 2013년 등록된 박 어르신은, 지난해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야속했다. 12월 20일, 센터에서 김장김치를 준다는 전화 받고 기뻤지만, 지병 치료차 병원에 입원 중인 사실을 알리자마자 김치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서다.
이후 병원에서 퇴원한 박 씨는 이달 14일 센터를 찾았다. 두 달 전 사실을 알리고, 섭섭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은 엄미현 우산동장은, 김치를 빨리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정을 설명했다. 덧붙여 고엽제 후유증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며 마음 다해 어르신을 위로했다. 이내 오해를 푼 어르신은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인 19일, 센터 복지직 직원 두 명이 어르신 집을 찾았다. 한 직원의 손에는 묵은지 한 통이 들려있었다. 어르신은 센터 직원들의 깜짝 방문과 선물에 감동했고, 21일 다시 센터를 찾아 기부 의사를 밝히며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센터 직원들은 어르신의 의사를 여러 차례 되물으며 확인했다. 어르신의 경제사정이 넉넉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더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다.
박 어르신의 의지는 확고했다. “매달 받는 국가유공자 급여 일부를 조금씩 모은 4,000만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맘 편히 사는 게 소원이다”는 말과 함께였다. 센터 직원들은 이런 바람 중 일부를 실천하려는 어르신의 뜻을 기금 전달식으로 기리기로 했다.
전달식에서 박 어르신은 “요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려하고 없는 사람은 계속 밑바닥 생활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다”고 전했다. 나아가 “가진 것 없는 나라도 이웃에게 선행하고 싶어 기부를 하게 됐다”는 말로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센터 직원들은 어르신의 말과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부금으로 쌀과 밑반찬을 마련해 홀로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 가정에 나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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