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한 사냥꾼이 훈련된 매를 데리고 숲속에서 사냥하고 있었다. 해가 질 무렵, 그는 꿩을 발견하고 총을 쏘았다. 그러고 나서 매를 불러 날개가 다친 꿩을 쫓게 했다. 매는 한참 후에 돌아왔다. 매의 발에는 꿩이 들려있지 않았다. 화가 난 사냥꾼이 물었다. "꿩은 어디 있느냐?" 매는 사냥꾼의 어깨에 엎드려 매 특유의 소리를 냈다. "최선을 다해 찾아갔지만, 꿩을 잡지 못했습니다." 한편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꿩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반긴 꿩의 가족들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날개를 다친 데다 하늘에서 쫓아오는 매를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니?" 그러자 꿩이 대답했다. "매는 정말 열심히 따라왔어요. 하지만 나는 죽기 살기로 날았거든요!" 무엇을 하여도 어떤 일을 하든지 죽기 살기로 온 힘을 다한다면 우리 안에 감춰진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계(限界)에 가보지 못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힘을 쏟는다면 결과의 답은 나와 있다. 인간의 뇌에는 최대 5억 권의 책에 담긴 내용(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고 뇌 과학자는 말한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그렇지만 인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십이 초 동안 시 한 편을 다 읽는 동안 지구상에서는 40명의 사람과 7억 마리의 개미가 탄생 된다. 반대로 십이 초 동안 30명의 사람과 5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상에서 죽어가기도 한다. 사람은 포유동물이다. 크기는 1m에서 2m 사이로 다양하며 몸무게는 30kg에서 1백kg 사이다. 임신의 시기는 9개월, 식성은 잡식성이다.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며 70억 이상으로 추산한다. 개미는 곤충이다. 크기는 0.01cm에서 3cm로 다양하다. 무게는 0.001mg에서 1mg 사이다. 산란은 정자의 저장량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식성은 잡식성이다. 개체의 수는 수십억의 10억 배 이상으로 추산한다. 소설 <개미> 작가로 이름을 날린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흥미로운 분석에 의한 자료다. 작가들은 대중이 생각하지 못한 통계를 생성하므로 작품의 맛을 살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특한 작가로 어릴 적부터 개미를 방안에 기르며 연구, 관찰하였다. 그리고 결과물로 <개미> 소설을 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밖의 나라에서도 주목받는 소설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허드슨 강가의 이른 아침이다. 산책에서 마주친 백인 여자 하얀 어깨 위에 '愛(애)' 자 문신이 눈길이 간다. 백인 여자는 중국 글씨인 '애' 자를 어깨에 왜 새겼을까? 시도반은 허드슨 강가의 30년 전 백인 여자의 어깨 문신에 의문을 갖는다. 학인은 '애'에 대하여 말한다. '애'는 질문이 많다. '애'는 사랑하는 것이다. 말이 많은 '애', 말수가 적은 '애', 시를 제법 쓰는 문예반 '애'. 우리는 '애' 속에 살고 있다. 재미있는 '애' 말을 한다. 다시 궁금하다. 미모의 백인 여자는 동양의 남자와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애' 자를 새긴 30대의 여자는 왜 혼자서 이른 아침 산책을 할까?. 애인은 동양에 있으며 혼자서 고향 뉴욕집에 온 것일까?. 추리는 적절한 답을 못 낸다. 유추, 분명한 것은 동양의 남자와 관련 문신일 것이다. 중국,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의 남자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아니다. 여자는 언어(言語)를 사랑하므로 한자어인 '애'라는 글자에 애착 있었을 것이다. 선명하게 보이는 어깨 위에 멋으로 새겼을 수도 있다. 언어에 '애(愛)'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상상의 나래일 뿐이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운명(運命)론이란 있을까요?" 가을날 산책 중 황금찬 시인의 질문이다. 선생과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돌아본다. 은행나무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긴 수령의 어른 나무다. 첫 번째는 성균관 대학의 은행나무다. 선생은 쌍문동에 살았다. 은행나무가 있는 방학동에는 큰아들이 토속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시도반은 선생과 점심을 하면 연산군의 묘 근처 은행나무 아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길 나누었다. "시도반 선생, 이 은행나무가 세 번의 시련이 있었어요"라며 은행나무의 운명론에 관하여 서사(敍事) 한다. 이 나무는 경복궁 증축 때 징목(徵木) 대상의 나무로 베어내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대원군에 수차례 간청하였다. 대원군은 마을의 여론에 고개를 끄덕이며 은행나무를 징목에서 제외토록 했다. 황금찬 선생은 대원군의 결심이 가상하다 한다. 대원군은 종로구에 있는 석파정을 보고 욕심을 부린 자다. 석파정의 주인은 영의정 지낸 김흥근(金興根)이었다. 대원군은 삼계동정사(三契同精舍 당시 명칭)를 보고 욕심이 났다. 흥정을 넣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꼼수를 부려 대원군은 아들 고종을 행차케 하여 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최근 경북 포항시(시장 이강덕)가 태풍 힌남노 피해 극복에 함께하려는 단체들에 성금 기부 대신 물품 기부를 장려하고 있다는 지역 뉴스를 접했다. 포항시장 논리는 이렇다. 139억원 이상 성금이 포항시 피해 극복을 위해 모인 것으로 보이는데, 포항시에는 그 절반인 70억원만 쓰일 것 같다. 그럴 바에는 성금보다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받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 들었다. 포항지진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재난으로 고통 받은 이웃들을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과 기업, 단체가 온정의 마음으로 성금을 기부해왔다. 일상을 잃은 이웃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기부를 한 것이지,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더 달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100억원을 기부한 한 업체가 없었다면, 포항시를 위해 써달라고 한 성금은 39억원에 그쳤다. 한 모금단체 집계에 따르면 통상 재난기부금의 70%가 수도권에서 모인다고 한다. 해에 따라 모금액도 일정하지 않다. 재해구호법이 태풍, 집중호우,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 때 모인 국민 성금을 지급함에 있어 지원기준과 지원액의 상한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관심이나 여러 사정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종묘, 돌담길 따라가면 순라(巡邏) 길이 나온다. 비원과 연결되는 골목길이다. 조선 시대에 순라군이 궁궐을 지키던 길이다. 초가을 햇빛이 먼 길 떠나는 오동나무 그림자를 잠시나마 쉬게 하고 있다. 길모퉁이 카페는 연인들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신다. 사이에 엄마와 초등학생이 주스를 마신다.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는 떨어진 오동잎을 주워, 주스 잔 받침으로 놓는다.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오동잎 잔 받침에 미소 짓는다. '오동은 고목이 되어 갈수록 제 중심의 구멍을 기른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지나는 바람 한 줄기 거문고 소리를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 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 칠 수 있다면 텅 빈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복효근 시인은 오동나무의 '고목'을 노래한다. 오동나무는 보랏빛 꽃잎과 넉넉한 품의 잎사귀를 가진 나무다. 오동나무는 중국의 원산인 참오동나무와 울릉도에 고향을 둔 오동나무가 있다. 통꽃 안쪽이 짙은 보랏빛 선이면 참오동나무다. 선이 없는 것이 울릉도 오동나무다. 주변에 만나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생각 놀이 하나 해볼까 한다. 생각이란 호도처럼 생긴 뇌 속에 깊이깊이 감추어진 비밀의 센서다. 그 센서 속의 비밀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도 시시로 바뀌기 때문에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출연했던 박은빈 배우의 말을 듣고 그 '생각'이라는 것이 '아하 이것이로구나' 정리되는 듯싶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출연하기까지 많은 고민 했어요. 역할의 어려움을 떠나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 고민하였지요. 과연 연기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말한다. 미디어를 통한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것은 현실이다. 박은빈 배우는 '자폐아' 연기를 통한 올바른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필요했다. 누군가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던 배려심이 배우를 망설이게도 했다. 결정의 기간이 1년이 걸렸다. 작품을 마주하는 배우의 진중함에 시(詩)도반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 놀이 한번 해보자는 시도반이 가벼이 여겨졌다. 박은빈은 '무조건적'인 배우의 길을 계속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현재 시점에서 한 우물을 판 것 같지만, 저는 꼭 이걸 해야겠다든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범방(犯房)에서 온 것 같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지압원을 찾은 학인에게 엄 원장 말이다. 학인은 범방의 뜻을 찾는다.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는 일을 뜻한다. 좀 더 점잖게 이르면 궁중(宮中) 용어쯤으로 알아두자. 시각장애인 엄 원장이 범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선생님! OO를 하다가 허리에 무리가 생겼어요?"라고 말했다면 듣는 사람은 무안하기 이를 데가 없을 수도 있다. 경박한 화법으로 들릴 수 있다. 말이란 듣기에 따라 묵형(墨刑)이 될 수도 있다. 묵형이란 죄인의 살갗에 먹줄로 죄명을 써넣던 조선 시대 형벌을 이른다. 한국의 욕설은 주로 형벌과 관련이 적지 않다. 조선 시대에 죄인을 처벌하던 것들은 중국의 명나라의 대명률에 의한 것들이 많다. 지금의 우리 법률은 독일 헌법에 근거, 기초하지만, 그때는(조선 시대) 그랬다. 예전엔 '제기랄' 이라는 정도도 큰 욕에 속했다. '제기랄'은 '제기다'라는 동사에서 연유한다. '소장(訴狀)이나 원서(願書)에 제사(題辭)를 쓰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제기랄'은 형사 고발을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어이없을 때 사용하는 '젠장'도 순박한 시절엔 욕으로 받았다. "젠장, 꼭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