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사상 초유의 상황 속에서 조기에 치러진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한 일방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으며, 이는 국회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을 심각히 침해한 행위로 평가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헌법 위반 및 국민주권 훼손 행위로 판단하고,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 앞에 서 있다. 이 같은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의미를 넘어, 국민주권의 회복과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오늘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는 출근 전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 유권자들의 모습이 이어지며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오늘은 그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 첫째 날이다. 전국 각지의 사전투표소에는 투표용지를 손에 쥔 시민들의 진지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어떤 이들은 출근길을 잠시 멈춰, 또 어떤 이들은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는다. 그들은 단지 한 표를 던지는 것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수수께끼 같은 시인이에요." 랭보 시인을 두고 황현산 평론가의 말이다. 시인은 보편적으로 나이 들면서 시의 세계가 무르익는다.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는 반대였다. 10대에 시를 완성했고, 19살에 완전히 시를 그만두었다. 세상에 대한 분노, 혁명, 예언, 욕망, 도피, 언어의 실험을 다 해보고는 "이제 됐다"라는 듯 사라졌다. 허허 그 이후가 가관이다. 시를 쓰는 대신 무기 밀매상이 되었다. 시와 무기 밀매상은 하늘고 땅 사이 거리감이다. 이런 삶이 가능한가? 랭보에게는 가능했다. 그는 시가 '삶을 구원하지 못한다'라는 것을 알아버린 천재였다. 프랑스 북동부의 샤를빌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가출을 밥 먹듯 했다. 학교에서 언어에 능통, 프랑스어가 아닌 라틴어로 시를 지어 선생들을 당황 시켰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건 15세 무렵이다. 그리고 16세에 쓴 시 '지옥에서의 한 철'은 지금도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고백으로 평가된다. 민음사에서 펴낸 <지옥에서 한철>이 1974년에 출간 1판 18쇄, 2015년 2판 25쇄, 2024년 3판 1
(광주=미래일보) 박인숙 작가 = 민주주의의 이정표인 광주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5월의 흰 꽃잎이 바람을 타고 허공에 흩날리고, 젖은 도로 위에는 숨결처럼 흩어진 잎들이 뒹굴었다. 이 계절이 오면, 우리는 광주를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침묵하는 자들, 그들은 누구인가. 비겁자들이다. 양심을 져버린 무리들이다. 그들을 땅속 깊이 묻은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민주투사들은 여전히 깨어 있다. 민주주의라는 불씨를 가슴에 품고 쓰러져 간 이들의 눈물은 비가 되어 땅을 적신다.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도 타협을 거부하고 싸웠던 이들. 그들의 생명을 빼앗고 그 진실을 깊이 묻어버린 자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진정한 이름을 듣지 못했다. 1980년 5월, 광주.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소외를 겪던 도시에서, 11공수여단의 유혈 진압은 비극의 서막이 되었다. 계엄군은 상가와 학원에 난입해 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젊은이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대검으로 찔렀다. 마침내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거리 투쟁에 나섰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광주는 전쟁터였다. 거리엔 부상자가 속출했고, 헌혈 행렬은 끊이지 않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는 상상력이다. 문명의 역사는 언제나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상상력을 예술가나 어린아이들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역사 속 가장 위대한 변화는 상상력이 풍부한 지도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세계를 바꿔온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인문학은 상상력의 학문이다. 더더욱 시(詩)는 상상의 사유영역이다. 영상 예술인 영화는 상상력의 극이다. 시와 노래가 사랑받는 것은 상상력이 만드는 사유기 때문이다. 로마의 시저는 제국을 상상했다. 미국의 링컨은 해방된 인간 공동체를 그렸다. 김구는 통일의 한국을 꿈꾸었다.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에 국민은 애석하다. 그들 모두는 당시에는 '비현실적'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그들의 상상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실현으로 나아가거나 키워졌다. 이처럼 상상력은 개인의 능력을 넘어 시대를 움직이는 구조와 체제를 바꾼다. 법도 마찬가지다. 법은 현실을 규정하는 도구이지만, 그 바탕에는 '그 사회가 바라는 세계'를 담은 상상력이 있다. 법은 단순히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규칙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정신적 설계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새날 서울시의회 의원(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강남1)은 7일 서울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서울대표 결단식'에 참석해 서울 대표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날 결단식에는 학생선수 856명을 비롯해 학부모, 교사, 지도자 등 약 1,000명이 함께했으며, 학생선수단 입장, 축하공연, 격려사, 단기 전달식, 선수 선서, 스포츠 가치 실천 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이새날 의원은 격려사를 통해 "서울을 대표해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만큼 값진 결과를 거두길 바란다"며 "학생선수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대표 선수단은 오는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경상남도 김해 일원에서 열리는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해 35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룰 예정이며, 금메달 80개 이상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안전한 훈련 환경을 위해 훈련비, 안전설비비, 지도자 인건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학습권과 인권 보장을 위해 방과 후와 휴일을 활용한 훈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편 이새날 의원은 지난해 제53회 전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한국의 근간, 격동의 소식을 듣는 독일거주 학인의 편지다. 편지는 그리 흥미롭지 않다. 독일의 민주주의 벌판이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을 소상하게 들려준다. "독일은 20세기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범죄 국가였던 나치 독일로부터 어떻게 오늘날의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로 변화할 수 있었을까?”로 시작된다. 민주주의 들판의 여정은 단순히 제도의 변화나 외세의 개입이 아니었다. 독일 사회 내부의 성찰과 과거 청산, 교육, 그리고 법적·도덕적 책임의 수행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우선, 독일의 탈 나치 화(Entnazifizierung)는 단지 정치적 권력에서 나치 인물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연합국은 나치 지도자들을 국제법정에 세워 뉘른베르크 재판을 단행했고, 전쟁범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 내부에서 벌어진 '기억과 사과의 문화'다. 전후 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 침략전쟁, 인권유린에 대해, 묻고, 따지고, 반성했다. 정치가 아닌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이 주도한 이 '과거사 청산'의 흐름은 독일 민주주의
(서울=미래일보) 최현숙 기자 = 봄이 옅어져 가는 오월은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여름 길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는 계절이다. 낮과 밤을 가르는 빛마저 부드럽고 환해지며, 무성한 초록은 바람에 살며시 흔들린다.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길목에서 또 다른 풍경이 스며들고, 사람의 마음도 더 깊고 푸르러진다. 오월은 감사와 고마움 뒤에 찾아오는 미안함이 마음 한쪽에 꽃잎처럼 내려앉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자라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한때 작고 여렸던 나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되고, 학창 시절 등을 토닥이던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도 떠오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깊이 다가오는 것은 어버이날이다. ‘엄마’, ‘아버지’라는 이름은 가슴 깊이 접어 두었다가도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나는,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월은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은 손을 잡고, 더 많은 눈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한다. 또한 누군가의 품을 떠올리게 하며, 지나온 시간 속에 내가 받았던 고마움을 되새기게 한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함과 너무 늦게 깨달은 미안함이 오월의 바람을 타고 마음을 흔든다. 감사는 종종 늦고, 사랑은 말보다 깊으며, 미안함은 오래도록 가
(서울=미래일보) 박인숙 작가 = 석양이 바다 위로 노을 져 간다. 유성들이 민둥산 뒤로 달리던 밤하늘의 별들과, 검은 바다를 황금빛으로 일렁이게 했던 풍경이 5월이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달빛이 부서지던 바다의 침묵을 깨며 노를 저어 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파도 위에 너울진다. 차고 시린 바람을 마주하며 하늘 끝 수평선을 투사처럼 바라보시던 어머니도 생각난다. 그 침묵으로 가족을 지탱하기 위해 등에 짊어졌던 무게가 떠오르는 계절이다. 프랑스 추리 소설의 대가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이 아버지를 회고하며 쓴 산문집 『아버지의 초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그가 떠난 뒤에야 나는 그를 만났다."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그의 부재 이후에야 가능했다는 고백이다. 심농은 말한다. 세상은 그 이름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사람들 덕분에 굴러간다고.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명의 존재들이라고, 그 진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심농처럼 나 역시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세월을 거슬러 아버지를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새벽 어스름한 어둠 속으로 조용히 배를 밀고 나가시던 아버지. 수평선 너머 침묵 속으로 사라지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