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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문학이 들려준 크리스마스

어둠 속에서 인간의 회복을 묻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끝에 다가오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인간의 영혼 깊은 곳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과도 같다. 희미해진 도덕적 감수성, 상처 입은 인간관계, 절망과 회복의 단면들이 이날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 속에서 어둠과 빛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며 형상화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문학을 읽는 일은 단순한 감상 이상의 작업이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우리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는 ‘회복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 문학의 원형이자, 가장 오래 사랑받는 성탄의 서사다. 스크루지는 인색함과 냉소가 몸에 밴 한 인물이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고, 공동체의 행복을 '쓸모없는 감상주의' 정도로 치부한다. 성탄 전야, 그에게 찾아온 세 유령은 인간의 삶을 현실 너머의 차원에서 조명한다.

과거의 유령은 잊힌 기억들을 통해 그에게 인간적 상처의 기원을 보여준다. 현재의 유령은 그가 외면한 공동체의 따뜻함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유령은 죽음 앞에서 무력한 한 인간의 절경(絶境)을 비춘다.

크리스마스의 밤, 스크루지는 단지 착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획득한다. 디킨스는 말한다. 성탄의 기적은 초자연적 사건이 아니라 "굳어진 마음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변화"라고. 도스토옙스키의 단편 '소년과 그리스도'와 '나무꾼과 아기 예수'는 화려한 장식과 풍성한 식탁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

그의 성탄은 언제나 차갑고 어둡다. 굶주린 아이들, 버려진 가족, 목 없는 희망들이 등장한다. 인간 조건의 비참함을 가장 깊은 곳까지 끌어내리면서도, 놀랍게도 그 바닥에서 '하늘의 빛'을 발견한다. 성탄의 주인공은 성공한 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무력함을 인식한 자들이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성탄의 기적은 '문밖에서 기다리는 따뜻한 집'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신의 연민이 절망을 뚫고 스며드는 순간"이다. 아기 예수는 빛으로 왔지만, 그 빛은 이 세상의 화려함을 비추기보다, 가장 낮은 움막을 향해 갔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은 성탄의 상징성이 가장 따뜻하게 묘사된 작품들이다. '마기(동방박사)의 선물'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단편은 '상호 희생'의 아름다움을 조용하게 드러낸다. 진심 어린 사랑은 언제나 자신을 줄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음으로써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행위는 성탄의 정신을 정밀하게 담아낸다.

크리스마스는 많은 것을 받는 날처럼 보이지만, 문학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진짜 성탄은 '주는 자'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것도 아낌없이 주는 마음이다. 크리스마스 문학은 한결같이 인간의 본성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인간은 상처와 허영 사이를 헤맨다.

그러나 변화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회복은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랑은 낮아짐을 통해 드러난다. 디킨스는 회개의 문을 열어주었고, 도스토옙스키는 고통 속에서 은총을 보게 했으며, 오 헨리는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이 가장 큰 선물임을 보여주었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에서 글을 썼지만, 성탄의 메시지는 하나의 선율로 정리된다.

"빛은 어둠에서 빛난다. 그리고 어둠은 그것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는 점점 더 분열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정치적 갈등, 경제적 불안, 개인적 상처는 우리 안의 문을 닫게 만든다. 그럴수록 성탄 문학은 더 깊게 울린다.

스크루지는 공동체에 의해 구원받았고, 도스토옙스키의 아이무들은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살아남으며, 오 헨리의 인물들은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음으로써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마음을 열고 있는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작은 빛이 될 수 있는가? 잃어버린 인간적 연대를 회복할 수 있는가?

성탄의 본질은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다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문학은 우리에게 그것을 상기시키는 가장 오래된 성탄 카럴이다. 크리스마스의 문학들은 세상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화려함도 없다.

그러나 그 조용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가장 깊은 결핍을 드러내고, 동시에 가장 깊은 소망을 깨운다. 성탄은 "신의 낮아짐"을 말하는 동시에, “인간의 회복”을 선언한다. 문학 속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는 바로 그 점을 정교하게 비춰준다.

한 해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그 빛을 바라본다. 어둠이 길었음을 알기에, 작은 빛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문학은 속삭인다.

"이 빛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너에게도."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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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인협회, 2026 창작지원 제3차 특강 개최… "나는 시인인가?" 존재를 향한 질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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