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소설 <이방인>을 통하여 '법정의 법복은 위선의 제복'이라 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카뮈는 언론사에 종사했다. 카뮈의 사설은 정론(正論)이었으며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한 지식인 사회에 찬사를 받는다. 롤랑 바르트 소설가는 카뮈를 향하여 건전지의 탄생과 같다는 비유를 들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뮈의 <이방인> 소설은 미국에서만 매년 30만 부 이상이 팔린다. 1942년 카뮈 나이 27세에 발표된 소설은 노벨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카뮈는 기자 출신인가 하면 연극인이다. 연출가로서도 역량을 보였다. 광화문의 교보문고 입구에서 담배를 입에 문, 카뮈의 걸게 사진은 연극인 아우라가 넘친다. <이방인>의 소설은 주인공 뫼르소를 통하여 카뮈의 내면을 볼 수 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소설은 법정 묘사가 자주 나온다. 카뮈는 법정의 판사를 투영하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법복은 절대자라는 인식을 주려는 철저한 연극과 같다는 비아냥의 시각이다. 현실에서 바라보는 판, 검사의 부정적 시각을 1940년대에 카뮈는 <이방인>을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사랑은 어디서 올까?' 심리학자들은 행복과 사랑은 쾌락이나 환경과 관련이 없다고 분석한다. 자신에 대한 내적 만족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경험으로 안다. 행복과 불행, 사랑은 모두 이웃이다. 행복과 불행, 사랑은 유전적 소인이나 환경 그 자체에 의해 완전히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 조건과 주관적인 자세로 보고 대응하느냐에 좌우된다. 사랑도 그와 같다.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 마음들이 주고받는 과정의 결과물들이다. 사랑은 심리학으로 다루지 못하는 절대적 고통을 수반한다. 사랑은 초월 하려는 지점에서 나온다. 초월은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갖는다. 초월은 깊은 심연의 깊이가 된다. 사랑이 심연에 빠지면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자존감을 고양 시켜도 치료 불가능이 되기도 한다. 괴테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1774년)은 심리적 사랑 소설의 교본이다. 책은 출간되자 마자 젊은 세대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고결하다. 고결의 심정을 간파란 괴테다. 고결한 사랑의 롯데와 베르테르에게서 사랑의 묘사는 아프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초인으로 불리는 철학의 선생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의 사상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이다. 니체는 누가 뭐라 하여도 대단한 철학자다. 니체 시대로 돌아가 실상을 살피면 셋방을 전전하는 가난한 철학자였다. 겨울에는 차가운 방에서 기침을 흘리며 날이 새기를 바라는 형편이었다. 기대를 안고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저서를 펴내지만, 생각과 달리 생전에 7권만이 팔렸다. 그렇게 가난한 환경에서도 아모르 파티라는 말을 그의 주체로 담고 살았다는 것은 니체가 좋아하는 철학의 세계다. "사람이 왜 태어났는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태어난 존재라면 죽기 전까지 열심히 살아야 후회가 없다. 누구에게든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걸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니체는 삶이 앞에서 누르는 고난도 피하지 말라 한다. 극복의 과단성을 가지라 당부한다. 백절불굴의 정신을 역설한다. "훌륭하고 알찬 결실을 남긴 사람들이 삶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대 자신의 악천후의 폭풍우를 견디지 못하는 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골 마을에 과부 할머니의 스무 살짜리 외아들이 죽었다. 마을에 여자 지주가 할머니의 슬픈 소식을 듣고 장례식날 그 집을 방문했다. 마을의 여자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집의 한복판 탁자 앞에서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연기에 그을린 솥에서 멀건 양배춧국을 떠서 한술 두술 입으로 가져갔다. 할머니의 얼굴은 혈색이 없고 검은빛이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퉁퉁 부어 있었다. 몸만은 교회서처럼 단정한 자세였다. 동네 할머니의 입에선 '맙소사' 소리가 나올 뻔하였다. "이 순간 음식을 먹다니…아니 저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무정하구나!" 그러자 여자 지주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 몇 년 전 생후 9개월 된 딸 아이를 잃었을 때, 너무 슬퍼서 별장을 빌리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여름 내내 시내에서 보내던 일이 생각났다. 할머니는 계속해서 양배춧국을 먹고 있었다. 마침내 여자 지주는 더 이상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타치아나!" 여자 지주가 말했다. "생각해 봐요! 나는 놀랐어! 그래 아들을 사랑하기나 했나요? 어떻게 배춧국이 넘어간단 말이야!" "내 아들은 죽었어요."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다시 비통한 눈물이 푹 파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성하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 신안 무지개 마을의 차가운 바람은 물감처럼 여름 속으로 흘러든다. 방식(독일 조경 명장) 미술관을 구경하고 산책에서 만난 창포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단오에는 여성들이 개울가에서 머리는 감는다. 옆에는 그네를 탄다. 5월 5일의 단오절 풍경이다. 짙은 보라색의 창포(菖蒲)다. 단오와 관련된 창포다. 꽃창포는 창포와 같이 산이나 물가의 습지에 군락으로 핀다. 같은 습지에 피지만 창포가 여성들이 단오에 머리를 감는 창포다. 아무래도 무지개 길의 창포는 꽃창포로 보인다. 창포와 꽃창포는 꽃의 모양과 피는 곳은 같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꽃이다. 창포꽃은 부들처럼 작은 소시지 형태로 누런빛이 돈다. 창포의 잎과 뿌리는 독특한 향을 지닌다. 물로 머리를 감고 나서면 동네 골목 어귀에 마주친 촌각들의 시선은 물론 마음을, 흔든다. 창포 뿌리는 깎아 비녀를 만든다. 비녀인 창포잠(菖蒲簪)은 역병을 물리치는 액땜으로 부녀자들이 즐겼다. 창포는 향이 좋아 술을 빚어 신주(神酒)로 마셨다. 막걸리를 담듯이 창포를 짓찧은 것에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창포 주는 임금이나 높은 고관들이 즐겨 마시는 세시(歲時) 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요즘처럼 시 쓰기가 겁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내 안의 절실함을 이끌어.내는 순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는 애초부터 소수 지식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결과물도 아니다.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함과 청정(淸正)하게 사는 법을 일깨우는 일이다. 시도반은 시집 <시원의 입술>을 펴내고 주변 선후배에게 시집을 올리며 '청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옛 선비들이 그림이나 서예 글을 받아들고 답례의 선물을 한다. 편지에는 청정이라고 썼다. 선생님께 가장 바르고 깨끗하게 올린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렇듯 옛 선비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진실함을 선물하려 했다. 선비가 올리는 선물은 뇌물도 아니고 아부도 아니다. 오직 마음의 정성이다. 교직에 있는 후학과 막걸리 한잔을 한다. 서울 성북천 근처에 굴렁쇠라는 뒷 고깃집이다. 삼겹살 값이 많이 올랐다. 굴렁쇠 집은 옛 가격을 유지한다. 가난한 시인들이 가기에는 그나마 부담이 적다. 후학은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특유의 교수티를 낸다. 교육은 쓸모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가장 빛나는 힘을 끌어내는 것이라 한다. 시를 쓰는 후학의 교수기에 시를 쓰는 지론과도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질문은 형이상학(形而上學)적이거나 모호성, 추상의 말로 들린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펜과 걷는다. 극도의 몰입이 된다. 그 몰입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체험담을 전하기도 한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로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이런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떴다. "지금 난 미쳐 버릴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 끔찍한 시기를 견디며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번에 회복하지 못할 것 같아요. 환청이 들리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제껏 나의 모든 행복은 당신이 준 것이고, 이제 더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없습니다." 쪽지는 남편에게 남긴 것이다. 산책을 가장한 버지니아 울프는 아우스 강가로 나갔다. 바바리코트 주머니에는 돌멩이를 하나둘 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3월의 차가운 아우스 강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버지니아울프는 동양의 청년 시인 박인환의 가슴을 울리고 떠남으로 한국에 명성을 크게 남긴 작가다.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 <세월> 등의 주옥의 소설이다. 영국 여성 운동가, 최고의 작가 반열에 우뚝 서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미증유가 무엇이죠?", "기름 종류의 이름 아닌가요", "아니면 중국과 관련된 단어인가요?" 장난 섞인 대화 같지만, 한자어에 대하여 의문의 질문이다. 미증유(未曾有)라는 단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의 한자어다. 한글세대에게는 다소 어려웠던 한자어로 보인다. 시인들이 멘토로 생각하는 김수영 시인, 미당, 백석 시인의 시집에도 한문이 더러 있는 편이다. 지성적인 시인이라고 평가되는 세분의 시인을 사례로 드는 것은 그분들이 뚜렷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수영 시인의 경우, 민음사에서 1981년 김수영 전집을 펴내며 시인이 사용한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다만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고쳐 펴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묘정(廟庭)의 노래’는 한문이 많다. 같은 한자어에도 시전(矢箭)과 같은 한문은 흔히 쓰는 글이 아니다. 날아가는 화살을 뜻한다. 시를 공부하는 문창의 학생은 다소 생소하다. 민음사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참작, 22년이 지난 2003년 김수영 전집의 표지부터 한글로 펴내게 되었다. 이후에도 개정판에서는 독자에게 보기 편하게 해설을 곁들기도 했다. 한글과 한문의 사용은 시인에게 하나의 편두통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