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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생선의 품계

"맛의 질서를 넘어선 정치와 문화의 표상… 한 점 생선이 왕권을 말하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新자산어보>(인간과문화사, 2016), 손해일 시집을 피서 독서 목록에 넣었다. 명징한 시어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한다.

"삼복더위에 최고봉의 보양식은
정1품 민어탕, 정2품 도미탕, 정3품 보신탕이니
여봐라! 민어(民魚)로 하여금 ‘보국안민(報國安民)’케 하라."

<참백성 고기 민어> 시의 일부 구절이다.

시인의 청정한 언어를 대하면서, 왕정(王政) 시절 조선은 물고기까지 품계를 주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돌이켜보아도, 조선은 분명 특별한 나라였다. 왕의 수라상에 오르는 음식은 단순한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생선일지라도 왕의 입에 닿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백성의 국물 재료가 아닌 '조선의 얼굴'이자 '국왕의 취향'을 담은 국격이었다. 생선이 궁궐의 품을 받는 순간, 그것은 엄정한 절차와 위계를 거쳐야 했다. 고기를 잡는 어부부터 물류를 담당하는 수군(水軍), 관리, 수라간 상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손을 거쳐야 비로소 국왕 앞에 설 수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지방에서 생산된 특산물을 중앙에 바치는 '공물' 제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어물’은 계절마다 엄정하게 정해져 있었다.

동해의 대구, 남해의 민어, 서해의 조기 등 지역별로 왕이 즐기던 생선이 달랐으며, 이는 철마다 바뀌는 수라상의 정형을 구성했다. 생선은 부패가 빠르기에 신선도를 지키기 위한 ‘물고기 수송로’는 곧 국가의 행정력을 반영했다. 조선 후기에는 얼음과 소금, 말린 형태로 보존하는 기술도 함께 발달했다. 심지어 '생물 생선'을 산 채로 궁궐까지 운반하는 체계도 작동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궁중일기> 등의 기록에 따르면, 수라상에 자주 오른 생선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조기(皐魚)는 전남 영광과 흑산도 일대에서 잡힌 것이 최고급으로 분류되었다. 민어(民魚)는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이 풍부하여 여름철 진상품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은어(銀魚)는 임금이 직접 상궁에게 하사하는 '하사식'에 오를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다. 도미(鯛魚)는 상서로운 붉은색과 고운 비늘을 가진 고급 어종으로, 잔칫상에 어울렸다. 송어(松魚)는 겨울철 얼음낚시로 올리는 어류로, 냉한 기운을 이기는 보양식으로 알려졌다. 병어, 갈치, 대구, 삼치 등도 제철마다 수라상에 올랐지만, 품격 면에서는 앞선 어종보다 한 단계 낮게 간주되었다.

이 생선들은 단순히 맛이나 영양의 차원만이 아니라, 산지, 계절, 그리고 ‘왕의 기호’라는 삼박자의 조율을 거쳐야 했다.

은어는 여름철 냇물에서 잡히는 작은 생선으로, 단맛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이 생선은 민간에서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귀물로, 궁궐에서는 향기 나는 생선이라 하여 '향어(香魚)'라고도 불렸다. 민어는 육질이 부드럽고 속살이 풍부하여 여름철 가장 주목받던 어종이었다. 조기 역시 '황금빛 비늘'을 가진 생선으로, 주로 제사나 국가의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생선마다 조리 방식도 달랐다. 조기는 찜으로, 민어는 국으로, 은어는 구이나 조림으로 등장했다. 수라간 상궁들은 왕의 기분, 날씨,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리법을 달리했다. 생선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왕의 상태를 반영하는 '정치적 제의'로 다뤄졌다.

궁중 음식에는 분명한 위계가 있었다. 식재료마다 등급이 있었고, 이는 조선의 위계질서가 음식에까지 스며들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생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잡히는 지역, 크기, 살결, 조리 난이도 등에 따라 '1등 어물', '2등 어물' 등이 나뉘었고, 심지어 같은 민어라도 전남 영산포에서 잡힌 것은 더 귀하게 여겨졌다.

음식에까지 위계를 부여한 이 문화는 단순한 격식이 아니라, 왕권을 뒷받침하는 국가적 장치였다. 수라상에 올라야 할 생선이 부족하면, 해당 지역 수령은 추궁을 받았다. 생선 하나의 유통과 저장, 조리는 곧 국가의 미각과 행정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어물은 지방에서 중앙으로 올려지는 '공물' 중에서도 민감한 품목이었다. 조기와 민어는 전라도, 은어는 강원도, 송어는 함경도에서 잡혀 한양으로 올라왔다. 이 생선들은 단지 진상용 식재료가 아니라, 임금의 건강과 하늘의 뜻을 받드는 제사 음식의 일부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생선 유통으로 인해 수산 시장과 상업 체계가 발달했고, 어물 공물의 배정은 해당 지역에 경제적 보상이나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에도, 귀한 생선을 활용한 수라는 조선의 국격을 알리는 외교적 장치로 쓰였다. 왕이 먹는 수라상은 곧 조선이라는 나라의 미학과 위엄을 보여주는 국면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조기, 민어, 은어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왕이 먹던 생선은 단순한 생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절과 지역, 장인의 손길, 왕의 건강을 모두 담은 '국가의 요리'였다. 현대인의 식탁에서는 이러한 무게감이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한국인의 미각과 시간이 담겨 있다.

조선 시대 수라상에 오른 생선은 철학과 위계, 지역성과 행정력을 담은 고귀한 존재였다. 우리는 생선을 통해 조선의 정치와 문화, 그리고 미각의 수준을 읽을 수 있다. 생선이 국왕의 입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 여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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