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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어떤 시는 죽지 않는다"

"시는 단순한 문학이 아니다…시는 인간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당신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알파빌'(Alphaville) 영화의 대사다. 1965년,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의 거장 장 뤽 고다르는 독특한 미래 도시를 설계한다. 물론 영화에서다. 그 도시는 우주선도, 홀로그램도, 로봇도 없다.

우리 곁의 풍경, 사무실, 호텔, 거리의 표정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은 '알파빌'. 시(詩)를 말할 수 없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詩)를 회복하려는 인간의 투쟁이다. 60년 전 컴퓨터가 그리는 초지능의 과학 영화가 시를 주제로 만들어진 것이 독특하다. 시를 사랑하는 프랑스 영화문화를 알게 한다. 한국의 시도반(詩道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알파빌'은 감정이 금지된 세계다. 이 도시는 초지능 컴퓨터 '알파 60'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감정과 예술, 시와 사랑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로 취급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 사전에서 삭제되면, 그 단어를 말하는 자는 함께 사라진다. 언어의 실종은 곧 인간성의 제거다. 60년 전 영화지만 지금에도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 르미 코숑은 이곳에 파견된 외부 요원이다. 실종된 과학자 폰 브라운을 찾기 위해 도시에 침투하지만, 진정한 임무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다움을 되찾는 것. 알파 60의 철학적 기계음과 대결하며, 차갑게 굳은 도시에서 조용히 사랑을 회복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진실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코숑이 나타샤에게 던진 이 한 마디는, 고다르가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전언(傳言)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이 말은 이성의 철학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문장이다. 알파빌이라는 도시는 이 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고다르는 영화 전체를 하나의 시처럼 구성했다. 화면의 구도, 조명, 인물의 말투, 사운드의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의 간격은, 시적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주인공과 나타샤가 나누는 대화는 때론 산문시를 읊는 것처럼 들린다. 이들의 대화는 대화라기보다 선언이고, 은유이며, 감정의 회복이다. 그래서 언어미학을 공부하는 학인 층이 주로 영화 관객이다. 60년 전의 영화를 다시 앵콜 상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인에게 더 없는 기회다.

"당신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대사는 단지 시 읽기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됨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이다. 사랑하고, 느끼고, 고백할 수 있는 자만이 ‘산다’는 선언이다. 고다르는 시를 '존재의 증명'으로 삼는다.

놀라운 점은, '알파빌'이 전통적 SF 장르의 장치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미래 도시는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 바로 이곳이다. 냉철한 관료제, 감정 없는 시스템, 인공지능의 논리적 통치가 그려진 미래는, 우리 사회가 이미 절반쯤 들어서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고다르가 말하고 싶은 ‘미래’는, 사실상 '현재'다.

영화가 끝날 무렵, 감정을 잃은 나타샤는 조용히 입을 연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이 짧은 문장은, 시스템의 틈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성의 외침이다. 금지된 단어의 귀환이자, 침묵에 맞선 시의 반격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다시 발화되는 순간, 알파빌의 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다르의 '알파빌'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사랑을 말할 수 있는가? 시를 말하고 있는가?

우리는 언어를 통해 존재한다. 언어는 사유를 가능케 하고, 감정을 잉태하며, 자유를 추구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는 단순한 문학이 아니다. 시는 인간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점점 더 '알파빌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 기술, 자동화 시스템, 알고리즘에 의해 감정이 계산되고 예측되는 시대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시를 읽고, 사랑을 말하고, 불확실한 언어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시를 말하지 않는 도시에서, 당신은 어떤 단어를 되찾고 싶은가?

영화의 앤딩이 오르는 순간 명대사를 기억하기 위해 노트에 기록한다. "진실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극장을 나오면서 “프랑스는 시를 죽지 않게 하는 나라다" 그러면서 모든 시는 죽지 않는다. 나름의 명언을 만들어 본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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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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