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수)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어떤 시는 죽지 않는다"

"시는 단순한 문학이 아니다…시는 인간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당신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알파빌'(Alphaville) 영화의 대사다. 1965년,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의 거장 장 뤽 고다르는 독특한 미래 도시를 설계한다. 물론 영화에서다. 그 도시는 우주선도, 홀로그램도, 로봇도 없다.

우리 곁의 풍경, 사무실, 호텔, 거리의 표정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은 '알파빌'. 시(詩)를 말할 수 없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詩)를 회복하려는 인간의 투쟁이다. 60년 전 컴퓨터가 그리는 초지능의 과학 영화가 시를 주제로 만들어진 것이 독특하다. 시를 사랑하는 프랑스 영화문화를 알게 한다. 한국의 시도반(詩道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알파빌'은 감정이 금지된 세계다. 이 도시는 초지능 컴퓨터 '알파 60'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감정과 예술, 시와 사랑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로 취급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 사전에서 삭제되면, 그 단어를 말하는 자는 함께 사라진다. 언어의 실종은 곧 인간성의 제거다. 60년 전 영화지만 지금에도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 르미 코숑은 이곳에 파견된 외부 요원이다. 실종된 과학자 폰 브라운을 찾기 위해 도시에 침투하지만, 진정한 임무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다움을 되찾는 것. 알파 60의 철학적 기계음과 대결하며, 차갑게 굳은 도시에서 조용히 사랑을 회복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진실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코숑이 나타샤에게 던진 이 한 마디는, 고다르가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전언(傳言)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이 말은 이성의 철학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문장이다. 알파빌이라는 도시는 이 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고다르는 영화 전체를 하나의 시처럼 구성했다. 화면의 구도, 조명, 인물의 말투, 사운드의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의 간격은, 시적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주인공과 나타샤가 나누는 대화는 때론 산문시를 읊는 것처럼 들린다. 이들의 대화는 대화라기보다 선언이고, 은유이며, 감정의 회복이다. 그래서 언어미학을 공부하는 학인 층이 주로 영화 관객이다. 60년 전의 영화를 다시 앵콜 상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인에게 더 없는 기회다.

"당신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대사는 단지 시 읽기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됨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이다. 사랑하고, 느끼고, 고백할 수 있는 자만이 ‘산다’는 선언이다. 고다르는 시를 '존재의 증명'으로 삼는다.

놀라운 점은, '알파빌'이 전통적 SF 장르의 장치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미래 도시는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 바로 이곳이다. 냉철한 관료제, 감정 없는 시스템, 인공지능의 논리적 통치가 그려진 미래는, 우리 사회가 이미 절반쯤 들어서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고다르가 말하고 싶은 ‘미래’는, 사실상 '현재'다.

영화가 끝날 무렵, 감정을 잃은 나타샤는 조용히 입을 연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이 짧은 문장은, 시스템의 틈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성의 외침이다. 금지된 단어의 귀환이자, 침묵에 맞선 시의 반격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다시 발화되는 순간, 알파빌의 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다르의 '알파빌'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사랑을 말할 수 있는가? 시를 말하고 있는가?

우리는 언어를 통해 존재한다. 언어는 사유를 가능케 하고, 감정을 잉태하며, 자유를 추구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는 단순한 문학이 아니다. 시는 인간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점점 더 '알파빌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 기술, 자동화 시스템, 알고리즘에 의해 감정이 계산되고 예측되는 시대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시를 읽고, 사랑을 말하고, 불확실한 언어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시를 말하지 않는 도시에서, 당신은 어떤 단어를 되찾고 싶은가?

영화의 앤딩이 오르는 순간 명대사를 기억하기 위해 노트에 기록한다. "진실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극장을 나오면서 “프랑스는 시를 죽지 않게 하는 나라다" 그러면서 모든 시는 죽지 않는다. 나름의 명언을 만들어 본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시의 향기] 홍중기 시인의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홍중기 시인의 시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는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끌어안은 민중의 기억을 시적 서사로 풀어낸 가슴 시린 평화시이다. 시는 언뜻 고요한 농촌 풍경에서 시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역사적 비극인 6.25 한국전쟁의 고통과 아픔이 응축되어 있다. 시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패랭이꽃은 한적한 고갯길, 그리고 농부의 삶 속에 피어난다. 이는 민초들의 삶의 터전, 일상의 배경으로 그려지면서 동시에 전쟁의 상흔과 대비되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언덕 위의 패랭이꽃은 무심히도 아름답게 피지만, 그 아래엔 깊은 숨을 몰아쉬는 할머니의 지친 육신, 그리고 돌무덤, 소나무, 서낭당이 깃든다. 모두가 한 맥락 안에서 민속과 전쟁, 생명과 죽음을 아우르는 상징들이다. [편집자 주]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 - 홍중기 시인 패랭이꽃 붉게 피는 고갯길 할머니는 황소 등에 누워 깊은 숨 몰아쉰다 서낭당에 우뚝 솟은 소나무 돌무덤 쌓이는 사연 알듯 모를 듯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천둥소리는 대포소린데그들은 사람의 더러운손으로 빚은 소리를 알지 못하네 한나절을 달려온 농부의 지게다리는 패랭이꽃에 주저앉고 물 두레박에 찌든 무명적삼 하얀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위안부 피해자·단체 명예훼손 소송 패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6월 13일, 류 전 교수가 피해자 및 관련 단체에 대해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류 전 교수가 지난 2019년 강의 중 '반일종족주의'를 인용하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하고, 이를 항의한 여학생에게 성희롱성 발언까지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시 학교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2023년 대법원에서 징계가 정당하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형사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2024년 2월, 서울서부지법은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피해자들을 모아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6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민사소송 판결이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의연은 "피해자

정치

더보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억울해도 버텼다…세금 완납, 가족에게까지 고통 줘선 안 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정치자금 추징금과 관련한 진실을 털어놓으며, 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되는 의혹들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숨통을 조이는 세금 압박에도 신용불량 상태에서 끝내 완납했다"며 "이제는 가족에게까지 고통이 전가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김 후보자는 "표적 사정으로 시작된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며 "요청하지도 않은 중앙당 기업 후원금 영수증 누락 문제로 2억 원의 추징금을 받았고, 숨막히는 중가산세까지 더해 최종적으로 10억 원 가까운 세금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당시 2002년은 기업의 정치 후원이 법적으로 가능했던 시기였다. 김 후보자는 "당시 전세금까지 털어 추징금을 갚았고, 분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세무당국의 냉정한 태도에 결국 어머니 명의의 집을 담보로 내놓고도 해결이 어려워, 지인들에게 천만 원씩 빌려 급한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이 채무도 은행 대출로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추징금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소상히 밝힌 김 후보자는, "정치적 미래가 전혀 없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