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 한복판 덕수궁이 무대 위로 옮겨온다. 극단 전망과 극단 초성이 공동 제작한 창작연극 <그날, 덕수궁>(부제: 고균우정)이 오는 9월 3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블루에서 막을 올린다.
작품은 배우이자 연출가인 손종환이 집필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덕수궁을 배경으로, 조선 말 격동기를 살았던 김옥균과 홍종우의 사후 대화를 상상해 풀어낸다.
개화와 쇄국, 정의와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살아있는 대화”라는 전제를 관객 앞에 펼쳐놓는다.
무대는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다층적 시공간으로 설정됐다. 문화해설사, 일본인 관광객, 그리고 100여 년 전 인물들의 영혼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극의 후반부에는 고균과 우정이 총을 겨누는 장면이 절정을 이루며, 전쟁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 남은 이들의 위로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은 세대 간 예술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무대 위 연륜이 깊은 중견 배우들이 활동하는 극단 전망과, 젊은 신예들이 중심인 극단 초성이 함께한다.

김대환, 서수옥, 박선신, 조주현, 권윤희, 선호제 등 중견 배우들과 채진실, 유재상, 김주한, 박소연, 김선범 등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연출과 극본을 맡은 손종환은 "역사는 다시 쓰이지 않더라도, 다시 읽힐 수 있다"며 "무겁고 고루하지 않게, 오래된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고균 역의 김대환은 "대본을 읽는 순간 덕수궁 돌계단에 앉아 있던 제 모습이 떠올랐다"며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들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생생했다"고 말했다.
민비 역의 서수옥은 "공연 후 덕수궁을 바라보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 작품은 무대에서 역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경험을 주는 공연"이라고 고 덧붙였다.
<그날, 덕수궁>은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빠르게 흘러간 역사 속에서 말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상상하고, 관객 스스로 현재를 살아가는 자로서의 질문을 품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은 9월 3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블루에서 열리며, 예매는 플레이티켓과 대학로티켓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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