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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임수, 첫 소설집 <쳐 죽여도 시원찮을> 출간

"인생의 어둠과 빛, 그 경계에서 써 내려간 9편의 서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유려하고 사유 깊은 문체로 인생의 비극과 구원을 탐구해 온 소설가 최임수가 첫 소설집 <쳐 죽여도 시원찮을>(도화 刊)을 출간했다.

오랜 방송 생활과 창작 활동 속에서 길어 올린 9편의 단편은 인간 존재가 맞닥뜨리는 극단의 순간을 다루면서, 사회 구조와 개인 심리, 욕망과 윤리의 경계에서 빚어지는 서사를 세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구모룡 전 해양대 교수는 "최임수는 복잡한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절묘하게 엮어내는 작가"라며, "그의 소설은 낭만과 냉철함이 교차하는 특이한 문체적 온도를 지닌다"고 평했다.

수록작 '묵주'는 종신서원을 한 ‘루치아’ 수녀가 환속 후 사랑과 결별을 겪고, 영원한 사랑을 간직하기 위해 '사라짐'을 택하는 이야기로, 영지주의적 사유와 낭만주의를 결합한 관념소설이다.

한국농어촌문학상 대상 수상작 '달의 바다'는 성적 금기와 폭력, 그리고 치유와 화해의 과정을 해안 마을의 파도처럼 밀려드는 서사로 담아냈다.

'마틸다'는 가출한 엄마와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영화 속 인물 '마틸다'로 자아를 위장하는 소녀의 고백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표제작 '쳐 죽여도 시원찮을'은 자신의 학문이 국가 폭력에 악용된 사실을 깨닫고 은둔에 들어간 전직 교수의 심리를 절제된 객관 서술로 그려낸다.

'거울의 반역'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한때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서 있던 인물이 세월이 흐르며 점점 권력과 이익의 세계로 편입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내면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과거의 신념과 현재의 타협이 부딪히는 지점을 드러낸다.

특히 친일 잔재와 보수 기독교 세력의 정치·경제적 결탁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변절”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도덕적 무게를 독자에게 묻는다.

작가는 거울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내가 나를 배신하는 순간'을 형상화한다.

'슈가 대디'는 팬데믹 시대, 모든 관계가 화면과 문자 속으로 압축된 시대에 '경제적 후원'과 '감정적 위로' 사이를 오가는 교환 관계가 등장한다.

주인공 여성은 우연히 만난 중년 남성과 '슈가 대디-슈가 베이비' 관계를 맺게 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예상치 못한 감정의 균열이 스며든다.

마지막 반전은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며, "거래와 사랑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독자는 웃음과 씁쓸함이 동시에 남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어 '쓰디쓴 단맛'은 부녀(父女) 관계라는 절대 금기를 넘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처음에는 위안과 보호의 감정으로 포장되지만, 곧 금기의 선을 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시작된다.

작품은 인간 욕망의 본질과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죄의식, 그리고 그 죄의식조차 무디게 만드는 '관계의 습관화'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제목처럼, 달콤하지만 결국은 씁쓸함으로 귀결되는 관계의 아이러니가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며 사유하게 한다.

'하늘 유목민'은 한국항공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항공기를 배경으로 한 드문 ‘항공소설’이다. 주인공은 국제선 항공사 승무원으로, 하늘 위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삶을 '유목민'에 비유한다.

가족과의 단절, 국가와 국경을 넘나드는 인간 관계, 위기 상황에서의 인도적 결단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하늘이라는 공간이 지닌 자유와 고립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비행 장면의 디테일이 살아있어 실제 항공 기록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무늬와 색채'는 무성애자인 화가가 주인공이다. 그는 소수자 집단 안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다.

작품은 LGBTQ+ 커뮤니티 내부의 복잡한 권력 관계를 다루며, '연대'라는 말이 언제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화자의 시선으로 세상은 색채와 무늬로 해석되지만, 인간 관계는 오히려 무채색의 영역에 머무른다.

섬세한 색채 묘사와 회화적 문장이 돋보이며, 예술과 정체성이 어떻게 맞물리고 충돌하는지를 탐구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부재와 상실, 소수자의 고독, 존재의 숙명과 그로 인한 방황이다. 최임수는 집요한 문학적 탐색을 통해 인생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며, 무의식·언어·예술이 교차하는 경계의 순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저자 최임수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MBC 라디오 PD로 평생을 보내다, '달의 바다'로 한국농어촌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에 나섰다.

<한국소설>, <월간문학> 등 주요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했고, 장편동화 <써니야 기억하니>, 중편소설 '꽃무지 날다'(포천38문학상 우수상), '하늘 유목민'(한국항공문학상 대상), '마틸다'(한국문학인상) 등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계간 <문학저널>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최임수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 대해 "제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어떤 '경계' 위에 서 있다"며. "폭력과 사랑, 구원과 절망, 현실과 환상의 경계죠. 저는 그들이 흔들리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창작 원천은 MBC 라디오 PD 시절의 현장 경험과 오랜 시간 관찰해 온 인간 군상에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 말투, 침묵 속 숨겨진 의미들이 소설 속 대사와 장면으로 스며든다.

<쳐 죽여도 시원찮을>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폭력은 어떻게 인간을 변형시키는가? 사랑은 끝까지 구원일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를 넘어, 독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대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읽는’ 경험을 넘어 ‘대화하는’ 책이 된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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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림문학회, '제14회 녹색문학상'에 이열 <느린 인간>·명은애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 공동 선정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가 주관하고 산림청이 주최하는 '제14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산문 부문에서는 이열 작가의 사진에세이집 <느린 인간>이, 운문 부문에서는 명은애 시인의 시집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가 각각 선정되며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작품은 숲과 인간의 공존을 탐구하며,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9일(수) 오전 10시 30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며, 산림청 김인호 청장을 비롯해 산림 관계자와 문학인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녹색문학상은 숲사랑과 생명존중, 산림녹화와 환경보존의 가치를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을 시상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된 상이다. 올해는 시·소설·수필·아동문학 등 199편의 응모작 중 196편이 예선을 통과했으며, 본심에는 장르별 6편이 올라왔다. 심사위원장 김홍신 소설가를 비롯한 곽주린, 오경자, 정두리, 허형만 등 5명의 본심위원은 숙독과 토론을 거쳐 두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김홍신 위원장(소설가)은 심사평에서 "녹색문학상은 단순히 뛰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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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안아드림 페스티벌’ 참여…소방관 응원 부스 운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26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천년숲에서 열리는 '2025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에 참여해 ‘특명! 소방관을 응원하라’ 부스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상북도 소방본부가 주관하는 도내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 행사로,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희망브리지는 이번 부스에서 ▲소방관 OX 퀴즈 ▲소방관 긴급출동키트 꾸리기 ▲소방관 응원 메시지 남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소방관을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활동은 희망브리지의 '국민 히어로즈'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국민 히어로즈는 월 2만원의 후원으로 소방관에게는 출동키트, 이재민에게는 구호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소방관과 이재민을 응원하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경북도민과 함께 소방관을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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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의원, '공공기관 알박기금지 5법' 발의…"뉴라이트 역사·교육 기관장 해임 근거 만든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김포시을, 국회 정무위원회)이 26일, 공공기관 뉴라이트 인사를 척결하고 향후 알박기 인사를 금지하기 위한 '알박기금지 5법'을 대표발의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광복절 경축사로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주요 역사·교육기관장들을 뉴라이트 세력으로 포진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법으로는 기관장·임원들이 직무를 수행하기 적절치 않은 경우에도 해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미비해 정부가 바뀌었음에도 논란이 있는 인사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에 박상혁 의원은 '알박기금지 5법'으로 독립기념관,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의 기관장 및 임원을 임명권자, 주무부처의 장, 이사회 등이 해임하거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박상혁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세력이 주요 역사기관에 알박기 되어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데, 새 정부가 탄생했음에도 이들을 임기 보장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자격 없는 임사를 교체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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