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칼은 도구인가, 권력인가, 아니면 인간 내면의 욕망인가. 정근옥 시인의 '칼의 눈빛'은 하나의 상징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정의와 폭력, 충성과 맹목, 그리고 침묵하는 진리까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오늘의 시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칼의 눈빛 - 정근옥 시인 살벌한 침묵의 칼끝에 권력이 앉아 왕관을 쓴다 날마다 위엄의 날을 세우며 음습의 빛을 번쩍거린다 진리는 칼집 속에서 울면서 숨죽이고 있는데, 권력은 칼날을 핥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명욕에 예도를 잃은 바람, 언제나 칼끝을 찬미한다 피로 세운 영광은 비릿한 핏빛 얼룩의 꽃잎을 피운다 칼에도 법도가 있다, 손에 칼을 쥔 자는 칼이 자신이라 믿고, 칼을 휘두르며 복종을 강요한다 맹목의 충성은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파멸을 낳는다 정의의 칼날이 녹슬면, 칼 위에 세운 성은 무너져 버린다 선한 칼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은빛 별로 빛나지만, 악의 칼은 무대에서 미친 듯 망나니 춤을 추다 사라진다 악행의 지배자는 칼을 믿고 권좌의 침실에서 잠들지만 달빛에 깨어있는 칼은 언제나 그 목을 겨누고 있다 - 시집 <새들의 집&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이승복)가 2026년 창작지원사업의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원로 시인 박진환 초청 특강을 연다. 이번 강연은 오는 4월 27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3층 308호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체험에서 형상화까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강은 시 창작의 출발점인 체험을 어떻게 시적 형상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자리다. 특히 박진환 시인이 창안한 '풍시조(諷詩調)'를 중심으로, 시대와 사회를 관통하는 풍자의 미학과 장르 확장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풍시는 길 위에서 태어난다"…시대와 맞닿은 장르 이번 프로그램과 연계해 이승복 시인은 '길 위의 문학-박진환 시인과 풍시조'라는 글을 통해 풍시조의 문학사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신생 장르는 시대의 요청 속에서 탄생한다"며 "특히 풍자문학은 사회 현실과의 긴밀한 접속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복 시인은 풍자의 시선이 "따뜻한 실내가 아니라 비바람 부는 길 위에서 형성된다"고 규정하며, 풍시조가 당대 사회의 모순과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르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물신주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교권 침해와 교육 현장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스승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 평생 교단을 지키며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고(故) 이숙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1924~2014)의 삶과 정신을 조명하는 회고 추모 문집 <사랑과 그리움, 파랑새의 추억>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오는 4월 18일 오후 2시, 이화여자대학교 중강당에서 개최된다. 단순한 출판기념회를 넘어 한 교육자의 생애를 되짚고 그 정신을 공동체 안에서 되살리는 '기억의 의식'으로 기획됐다. 푸른 하늘과 새, 벚꽃으로 장식된 안내문은 이별의 슬픔보다는 고인이 남긴 온기와 가르침을 기리는 따뜻한 정서를 전한다. 행사는 예배 형식으로 진행된다. 황은혜 목사(이대부속초등학교 제4회 졸업)의 사회와 현정자 전 교사의 주악으로 시작해 묵도와 사도신경, 기도와 성경봉독, 설교 순으로 이어진다. 이어 찬송가 478장 '참 아름다워라', 593장 '아름다운 하늘과'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또한 '이대부속초등학교 개교 50년사' 영상이 상영돼 고인의 교육적 발자취를 되짚는다. 이는 고인의 삶을 신앙적 세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검은 밤하늘을 하나의 '기록'으로 읽어내는 시인의 시선이 도착했다. 박세희 시인이 최근 신작 시집 <별들의 보고서>를 주식회사 도서출판 등대지기를 통해 존재와 시간, 사랑과 기억을 하나의 우주적 문장으로 엮어냈다. 이번 시집은 삶과 죽음, 내면과 세계를 잇는 깊은 사유의 결을 담아낸 문학적 성과로 주목된다. 소백산 아래 초가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던 박세희 시인. 그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1993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한 이후, 한결같은 시적 여정을 걸어왔다.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문해온 그는 현재 계간 <문학에스프리>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문단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이번 시집 <별들의 보고서>는 그러한 그의 문학적 궤적 위에 놓인 또 하나의 깊은 결실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끝나도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 그것이 계절이고 사랑이었다"고 밝히며, 순환과 귀환의 사유를 시집 전반에 펼쳐 보인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대한민국 예술원 회원)는 그의 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 있는 축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제2회 단테문학상 시상식이 전 장르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수상 결과와 깊이 있는 심사로 문학 본연의 가치를 다시 환기시키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 단테문인협회가 주최한 제2회 단테문학상 시상식이 서울 중구 퇴계로 '문학의집·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시·소설·수필·평론 등 전 장르를 아우르며 창작의 스펙트럼을 고루 반영한 문학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협회를 이끄는 이민숙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문학의 본질적 가치와 이번 공모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민숙 이사장은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작품이 접수되어 고르게 수상자가 선정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문학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한 시대의 숨결을 담고, 인간 내면의 진실을 세상과 나누는 가장 깊고도 아름다운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어 "고독과 사색의 시간을 견디며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은 수상자들이 값진 결실을 맺게 된 것을 함께 기뻐한다"고 덧붙이며 문학인의 길에 대한 깊은 공감을 전했다. 이번 심사는 문학평론가 허형만 국립목포대학교 명예교수가 심사위원장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의 포성이 끊이지 않는 시대, 한 작가가 38년 동안 품어온 질문을 한 편의 장편소설로 세상에 던졌다. 예비역 장군 출신 소설가 김인수의 <붉은 언덕의 노래>는 1만 3,000년 전 인류 최초의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 생존과 관계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 대서사다. 전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전쟁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붉은 언덕의 노래>는 바로 그 원초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3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구상되어, 5년에 걸친 치열한 집필 끝에 완성된 김인수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총 2부 10장, 679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속에는 인류 최초의 전쟁으로 알려진 '제벨 사하바'의 비극적 현장이 서사의 중심으로 자리한다. 특히 작가는 예비역 장군으로서 평생 전쟁을 연구하고 체득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한 상상력의 차원을 넘어선 사실성과 긴장감을 구현해냈다. 전쟁의 전략과 전술, 인간의 공포와 본능, 그리고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연대가 치밀하게 교차한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과거'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소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나왔다. 김호운 작가의 장편소설 <에덴의 방>이 도서출판 도화에서 최근 출간 됐다. <에덴의 방>은 사랑과 욕망, 삶과 죽음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종착지는 전혀 다른 차원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그 이전의 상태— 이름 붙일 수 없는 '원형'의 세계로 독자를 밀어 넣는다. 욕망을 넘어 '기원'으로 향하는 서사 <에덴의 방>은 호세와 운희라는 두 인물이 시간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영혼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아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서사 구조를 거부한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이중 구조를 통해 이야기는 끊임없이 분기되고 확장되며, 독자를 존재론적 질문의 심연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작품 속 또 다른 텍스트 <섹스, 부활의 열쇠>는 이 소설의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죽음을 경험한 인물들이 낯선 공간에서 철학자들을 만나고, 삶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체험하는 과정은 서사를 넘어 일종의 ‘형이상학적 체험’으로 읽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아름다움은 과연 완성된 형태에서만 존재하는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순간에도 사랑은 유효한가. 태국 시인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는 '내가 아름다운 연꽃이 아니라면,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랑의 조건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시는 화려함을 걷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 그대로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 Will You Love Me If I Am Not a Beautiful Lotus? - Gassanee Thaisonthi I know you envision me as a fragile, pink bloom, petals unfurling soft under the sun. You see me floating in a state of grace, dancing upon the river, admired by people from many places. For I am just a simple dandelion, silver and wild, holding ten thousand stories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