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아름다움은 과연 완성된 형태에서만 존재하는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순간에도 사랑은 유효한가. 태국 시인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는 '내가 아름다운 연꽃이 아니라면,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랑의 조건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시는 화려함을 걷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 그대로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 Will You Love Me If I Am Not a Beautiful Lotus?
- Gassanee Thaisonthi
I know you envision me as a fragile, pink bloom,
petals unfurling soft under the sun.
You see me floating in a state of grace,
dancing upon the river, admired by people from many places.
For I am just a simple dandelion, silver and wild,
holding ten thousand stories in one fragile breath.
Will you love me even as I scatter?
For the moment you blow, your wish will come true…
And I will disappear.
■ 내가 아름다운 연꽃이 아니라면,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 가사니 타이손티 / 한국어 번역 장하늬
나는 안다
당신이 나를 연약한 분홍빛 꽃으로 상상하고 있음을
햇살 아래 부드럽게 피어나는 꽃잎,
강 위에 떠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존재로
그러나 나는
그저 하나의 민들레일 뿐이다
은빛으로 흩어지는, 야생의 숨결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한 번의 숨으로 날아가는 존재
흩어지는 나를
그래도 사랑할 수 있는가
당신이 숨을 불어넣는 순간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지겠지만
나는 사라질 것이다

■ 감상과 해설/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이 시는 '연꽃'과 '민들레'라는 상징적 대비를 통해 인간 존재의 양면성을 절제된 언어로 드러낸다. 연꽃은 고결함과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민들레는 흩어짐과 불완전성, 그러나 동시에 자유를 상징한다.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는 이 두 이미지를 충돌시키며 질문한다. 우리는 과연 ‘완성된 모습’만을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변화와 소멸을 포함한 존재 전체를 사랑할 수 있는가.
특히 "Will you love me even as I scatter?"라는 구절은 단순한 연애적 질문을 넘어, 인간 존재의 조건을 건드리는 철학적 물음이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일, 사라짐을 전제로 한 관계를 받아들이는 일- 이 시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에서 오히려 사랑의 본질을 길어 올린다.

태국 시인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의 문학 세계는 '이동하는 존재'의 감각 위에 세워져 있다. 그는 특정한 장소나 정체성에 고정되지 않고, 여행과 만남, 이별과 기억을 끊임없이 통과하며 글을 쓴다. 이러한 유랑성은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가장 중요한 정서적 기반이다.
그의 시는 몇 가지 특징적인 축으로 확장된다.
첫째, 존재의 비완결성에 대한 탐구다. 그의 작품 속 화자는 언제나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 머문다. 연꽃이 아닌 민들레, 중심이 아닌 주변, 머무름이 아닌 이동. 그는 결핍과 불완전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존재의 본질로 받아들인다.
둘째, 관계의 유동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의 시에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통과이며, 머묾이 아니라 흐름이다. 관계는 고정된 형태로 지속되지 않고, 바람처럼 스쳐가며 흔적을 남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속의 길이가 아니라, 만남의 진정성이다.
셋째, 자연 이미지의 철학적 전환이다. 연꽃과 민들레처럼 그의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유의 장치다. 자연은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존재의 원형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넷째, 여행과 세계성의 감각이다.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는 여러 국가를 오가며 다양한 문화권의 시인들과 교류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시를 특정 지역성에 가두지 않고, 보편적 감정의 층위로 확장시킨다. 그의 작품이 국경을 넘어 공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문학은 질문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가진다.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에게 질문을 건네며, 그 질문이 각자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의 시는 읽히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사유'로 남는다.

태국 출신의 작가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는 시, 소설, 논픽션, 번역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다작의 문인이다. 10권 이상의 저서를 발표했으며,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을 문학적 영감으로 삼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베트남 북부 예술가 언덕 등에서 열린 <'하모니'를 노래하다… 제2회 국제시축제 '아티스트 힐 2026'>에 초청되어 한국, 베트남, 태국, 대만,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 시인들과 교류하며 문학적 연대를 형성했다. 그의 작품은 언어를 넘어 감정으로 소통되는 시의 힘을 보여준다.
연꽃이 아니어도 괜찮다. 흩어지는 민들레라 해도, 그 존재는 이미 충분하다.
가사니 타이손티(Gassanee Thaisonthi)의 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란, 결국 '사라짐까지 끌어안는 용기'라고.
i2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