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4 (화)

  • 맑음동두천 7.0℃
  • 맑음강릉 5.4℃
  • 맑음서울 9.8℃
  • 맑음대전 11.6℃
  • 연무대구 9.0℃
  • 연무울산 8.2℃
  • 맑음광주 10.9℃
  • 연무부산 9.6℃
  • 맑음고창 4.1℃
  • 맑음제주 13.5℃
  • 맑음강화 5.1℃
  • 맑음보은 9.5℃
  • 맑음금산 6.4℃
  • 구름많음강진군 7.7℃
  • 맑음경주시 5.0℃
  • 맑음거제 10.2℃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트로트, 교과서에 오르다 … 대중의 노래에서 배움의 언어로"

대중가요의 교육화, 문화 다양성의 새로운 이정표
전통과 대중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 교육의 진화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가수 송가인의 대표곡 '가인이어라'가 중학교 음악 교과서(박영사)에 실렸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우리나라 정규 교과서에 공식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겉으로 보면 작고 사소한 변화 같지만, 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다. 오랜 세월 ‘대중의 노래’로 불리던 트로트가 '배움의 언어'로, 즉 교육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깊다.

트로트는 한국 근현대사의 그늘과 함께 걸어왔다. 일제강점기의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같은 노래들은 고단한 식민의 세월 속에서 삶을 위로하는 노래였다.

해방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시대를 지나며 트로트는 서민의 정서를 담은 '국민의 음악'으로 성장했다. 남진, 나훈아, 이미자 같은 이름들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시대의 감정을 노래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음악의 무대를 바꾸었다. 1990년대 이후 대중음악의 중심이 발라드, 아이돌, 힙합으로 옮겨가면서 트로트는 '옛 노래', '촌스러운 음악'으로 밀려났다.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고, 젊은 세대의 기억에서도 멀어졌다. 그럼에도 트로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라디오의 신청곡, 동네 잔치, 부모 세대의 노래방에서 은밀히 이어져 왔다. 그 침묵의 강 위로 다시 빛을 비춘 인물이 바로 송가인이다.

2019년 방영된 <미스트롯>은 트로트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송가인은 단순한 오디션 우승자가 아니라, '정통 트로트의 복원자'였다. 판소리를 전공한 그는 국악의 시김새와 호흡을 트로트 창법에 녹여내며, 잊혀가던 전통의 미학을 다시 불러냈다. 그의 대표곡 '가인이어라'는 떠는 음, 꺾는 음, 점점 세게·여리게 같은 섬세한 표현을 통해 트로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노래가 교과서에 실린 것은 단순히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다. '가인이어라'는 전통과 대중, 음악성과 교육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선 작품이다.

교과서에는 "트로트의 시김새를 살려 노래하고 발표해 보자"는 문장이 함께 실렸다. 학생들이 직접 트로트 창법을 배우고 그 안의 정서를 체험하게 하는 학습 활동이다. 트로트가 처음으로 교실 안에서 ‘배우는 음악’이 된 것이다.

그 의미는 단지 음악 교육의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교과서 속 ‘음악’이라 하면 대부분 서양 고전음악이나 국악 중심이었다. 대중가요는 언제나 변두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 등재는 대중음악이 더 이상 ‘비공식 문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담은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았다는 상징이다. 음악 장르의 문제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교육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트로트는 시대의 거울이다. 서민의 애환을 품은 그 멜로디에는 한 세기의 한국 현대사가 스며 있다. 노동의 땀, 이별의 눈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그 선율 속에 흐른다. 트로트의 교과서 등재는 이 역사와 감정이 미래 세대에게 전해지는 새로운 통로가 열렸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베토벤의 <운명>과 함께 '가인이어라'를 배우며 '우리의 소리', '우리의 정서'를 만난다.

음악 교육의 본질은 음정과 박자를 익히는 데 있지 않다. 노래를 통해 시대를 읽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를 공감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트로트는 가장 한국적인 교육 재료다. '한'과 '흥', 절제된 감정과 폭발하는 감성이 교차하는 그 구조 속에 한국인의 언어와 정서, 생활의 리듬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송가인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통 트로트와 판소리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저에게는 둘 다 뗄 수 없는 장르죠."

그의 말처럼 트로트는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다. 세월을 견디며 한국인의 마음속을 흐른 ‘삶의 노래’다.

이제 그 소리가 교과서의 악보로 옮겨져,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로 다시 울려 퍼진다. 트로트가 교과서에 실린 일은 하나의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대중문화가 스스로의 가치를 자각한 사건이며,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문화적 진화의 표지다.

'가인이어라'를 부르는 교실의 노래 속에서 우리는 전통이 현재와 만나고, 대중이 예술이 되는 장면을 본다. 트로트는 이제 '추억의 노래'가 아니라 '배움의 음악'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새로운 악보 한 장이 이렇게 완성되고 있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배너
대만-베트남 문학 교류… 시와 바다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문학의 길
·동아시아 바다가 다시 문학의 길로 열리고 있다. 2026년 3월 14일 대만 타이난에서 열린 '대만 시인의 날'과 대만-베트남 문학 교류 행사를 계기로 세 나라 문인들의 교류가 활발히 이어지면서 한국·대만·베트남을 잇는 새로운 국제 문학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번역과 창작, 역사 탐방과 시민 문화 교류가 결합된 이번 행사는 동아시아 문학이 서로의 언어와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 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동아시아의 바다가 다시 문학의 길로 열리고 있다. 2026년 3월 14일 오전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국립 청쿵대학교 대만어문학과(國立成功大學台灣文學系台) 강당에서 제4회 대만 시인의 날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대만 문학단체와 대학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오후에는 타이베트남문학관에서 대만과 베트남 시인·작가들이 참여한 시 낭송과 문학 교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대만문필회, 발지 타이어 재단, 대만 로마자 협회, 그리고 성공대학교 베트남연구센터와 대만문학과 등이 공동 주최한 국제 문학 교류 행사로, 대만과 베트남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 낭송과 작품 토론,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정치

더보기
유은혜 경기교육감 예비후보 "모현읍 학생 장거리 통학… 가장 빠른 학교 설립 해법 찾겠다" (수원=미래일보) 이연종 기자 = 역대 최장수 교육부 장관을 지낸 유은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가 고등학교가 없어 장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용인 모현읍 학생들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 설립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예비후보는 12일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서 열린 고등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현실적인 학교 신설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모현읍은 인구 약 3만5000명의 대규모 주거지역임에도 일반계 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어 지역 학생들이 인근 포곡읍이나 광주시, 성남시 등으로 왕복 2시간에 가까운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모현에는 고등학생은 있지만 정작 고등학교는 없다"며 "지역 내 유일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인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로 일반계 학생 배정이 가능한 공립 고등학교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모현읍 학생들은 선택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또다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며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공립 고등학교 설립을 요청했다.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 소유 부지인 모현중학교 인근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