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9 (토)

  • 맑음동두천 -3.5℃
  • 맑음강릉 3.2℃
  • 맑음서울 0.5℃
  • 맑음대전 -2.1℃
  • 맑음대구 -2.1℃
  • 맑음울산 0.9℃
  • 맑음광주 1.0℃
  • 맑음부산 4.6℃
  • 맑음고창 -2.3℃
  • 맑음제주 5.8℃
  • 맑음강화 -0.4℃
  • 맑음보은 -4.6℃
  • 맑음금산 -3.8℃
  • 맑음강진군 -1.2℃
  • 맑음경주시 -3.9℃
  • 맑음거제 1.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접미사로 시의 맛을 살려낸 김춘수·박재삼 시인

글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단어의 끝에서 피어나는 시의 생명…접미사, 언어의 끝에서 울림을 만드는 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박재삼, 김춘수는 시의 수정체를 '접미사'로 빛낸 시인으로 꼽힌다.

시란 언어가 자기 자신을 다시 낳는, 곧 탄생의 자리이다. 사전적 의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숨결로 다시 피어난다. 시는 언어의 구조를 해체하는 예술이 아니라, 그 구조의 끝에서 호흡을 살리는 영감(靈感)의 예술이다.

단어의 끝, 말의 꼬리에서 우리는 종종 감각의 푸른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그 끝에 달라붙은 작은 음절, 바로 '접미사'는 시의 숨결을 만들어내는 은밀한 신술(神述)이다.

문법책에서 접미사는 단어의 뒤에 붙어 의미를 바꾸는 도구로 정의된다. 그러나 시 속에서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품는다. 접미사는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앵글)이자, 언어의 온도를 올리는 ‘언(言)’ 끝의 결정이다.

접미사는 단어의 끝에서 정서의 울림을 만들고, 의미의 리듬을 새롭게 조율하며, 사물과 인간을 다시 연결한다. 시인은 그 작은 말의 조각을 통해 존재의 온도를 조절하고, 언어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는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언어의 창조 행위, 즉 천지 창조의 역할에 가깝다.

김춘수의 '꽃' – 존재의 접미사 '이름'

김춘수의 대표작 '꽃'은 접미사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존재의 완성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언어의 종결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순간이며, 김춘수에게 '이름'은 존재의 접미사였다.

'꽃이 되었다'라는 문장 속에는 존재의 인식 변환이 담겨 있다. '되다'라는 말은 단순한 상태의 변화가 아니라 실존의 전환이다. 그 전환의 문턱에는 '이름'이 있다. 이름이 붙는 순간, 무명(無名)의 세계는 의미의 세계로 옮겨간다.

김춘수의 시는 언어가 단순히 사물을 지시하는 표지가 아니라, 존재를 불러내는 부름임을 보여준다. 이름은 존재의 꼬리표가 아니라 그 존재의 뿌리이며, 언어의 접미사는 사물에 생명을 잇는 호흡의 자리이다.

박재삼의 시 – '결'과 '살이'의 언어적 촉감

쉬운 시를 잘 만드는 박재삼의 시에서도 접미사는 중요한 시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그의 시에는 '물빛', '바람결', '눈물살', '세월살이'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단어들은 사전에 이미 존재하거나, 시인이 새롭게 창조한 조합이다. '바람결'에서 '결'은 바람의 흐름과 질감을 표현하며,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감각의 촉감을 만들어낸다. '결'은 사물의 표면과 내면, 현실과 정서의 경계를 이어주는 감각적 다리이다.

'살이'는 더욱 흥미롭다. 원래 ‘살다’에서 파생된 말이지만, 박재삼의 시에서는 한 인간이 살아내는 시간의 감정적 결을 뜻한다. '세월살이', '그리움살이' 같은 표현에서 '살이'는 삶의 덧없음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지속을 품고 있다.

박재삼은 말을 통해 한 생애의 촉감, 마음의 피부를 표현했다. 접미사는 단어의 끝에 붙지만 의미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이어준다.

말의 끝에서 피어나는 리듬과 낯섦

'물빛 바람결에 내 마음이 흘러간다' 같은 구절을 읽어보면, '빛'과 '결'의 반복이 리듬의 진동을 만들고,'‘흘러간다'의 장음(長音)이 그 리듬을 완성한다. 접미사는 단어의 형태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의 호흡과 리듬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시에서 접미사는 낯설음을 창조한다. 시인은 문법의 규칙을 넘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며, 그 낯섦은 언어의 감각을 새롭게 하고 세계를 다시 느끼게 한다. 그것은 언어의 해체가 아니라 언어의 부활이다.

언어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

김춘수에게 '이름 붙임'은 무명의 세계를 존재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창조의 언어였다. 박재삼에게 '결'과 '살이'는 세계의 감각과 인간의 정서를 잇는 다리였다.

접미사는 문법의 장식이 아니라 관계의 문법, 연결의 미학이다. 언어의 말단에서 시작된 존재와 존재의 만남, 그것이 곧 시의 본질이다.

언어의 끝은 곧 존재의 시작이다. 시인은 단어의 꼬리에서 세계의 얼굴을 본다. 김춘수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언어의 종결에서 피어난 창조였고, 박재삼의 '살이'는 언어의 끝에서 다시 이어지는 생명이었다.

시의 끝, 그리고 다시 시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이 짧은 구절 속에는 언어의 신비가 모두 들어 있다. 부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접미사는 종결이 아니라 생명이다. 언어의 끝에서, 말은 다시 피어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가 태어난다.

시의 언어는 논리나 문법의 질서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어의 경계가 풀리는 자리, 말의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경험이다. 김춘수의 '이름'과 박재삼의 '결', '살이'는 그 문을 통과한 언어들이며, 그 문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본다.

접미사의 자리

- 최창일 시인

단어의 끝에 와서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언어,

‘다’로 마침표를 찍고
‘음’으로 사유를 열며
‘이’로 관계를 잇는다.

접미사는 말의 꼬리에서
새 뜻을 잉태하는 씨앗,
끝에서 시작되는 시작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배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쏘다 …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한궁협회, 인덕대학교, 서울특별시장애인한궁연맹,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한문화재단, 현정식품 등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약 250명의 남녀 선수와 심판, 안전요원이 참여해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어울림의 한궁 축제'를 펼쳤다. 본관 은봉홀과 강의실에서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행사장은 연신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 개회식, ‘건강·행복·평화’의 화살을 쏘다 식전행사에서는 김경희 외 5인으로 구성된 '우리랑 예술단'의 장구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이준형의 '오 솔레미오'와 '살아있을 때', 풀피리 예술가 김충근의 '찔레꽃'과 '안동역에서', 소프라노 백현애 교수의 '꽃밭에서'와 '아름다운 나라' 무대가 이어져 화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성의순 서울특별시한궁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한궁가 제창이 진행됐다.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한궁 대회는 건강과 행복, 평화의 가치를 함께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대한한약사회, 국회 공감 이끌어 '한약학과 6년제·정원 확대' 가시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가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한약학과 6년제 전환'과 '정원 확대'에 대해 국회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종합감사에서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모두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약사 제도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회 서면질의 결과, 교육부·복지부 모두 "6년제 전환 필요성 공감" 국회 교육위원회 김대식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은 각각 교육부와 복지부에 ‘지역 거점대학 한약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한약학과 6년제 전환’ 등과 관련해 서면질의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약학과 신설 및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며 "6년제 전환의 필요성 여부를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또한 "한약사 실무 및 임상 교육 확대 등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과 한의약 산업·제약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 확충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관련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교육부와 복지부 모두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대한한약사회가 수년간 추진해온

정치

더보기
"장애인은 너무 많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 발언 파문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16일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의 최근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 사퇴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을 두고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 "배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피해 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등 장애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방송의 진행자 역시 "김예지는 장애인인 것을 천운으로 알아야 한다", "뭐만 잘못하면 여자라서 당했다고 하냐"와 같은 발언을 이어갔으나, 박 대변인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혐오성 발언의 흐름에 동조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논평에서 "장애를 이유로 특정 정치인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공격 포인트로 삼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내 장애인 비례대표는 300명 중 3명(약 1%)에 불과하며,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역시 20% 수준으로 여전히 성별 균형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여성 할당제를 '과도한 특혜'로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