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 우리 예술단이 오는 4월 1일과 3일 평양 동평양대극장가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 입장에서는 핵보다 무서운 게 한류"며 "방북공연에서 객석반응이 북한 체제.사회변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통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있음을 지난 28일 개최한 토론회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북한에서 인기 있는 한국가요 탑 10 : 북한 내 한류확산 실태와 대북정책 시사점’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탈북 웹툰작가 최성국(2011년 탈북)씨는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접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즐길 거리가 되는 동시에 시장경제 교육이 된다"면서 "한국 인기가요를 넣어 가요CD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이를 직업으로 삼았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이 탈북민 51명을 대상으로 한 '북에서 인기 있는 한국가요' 설문조사에서 1위 안재욱 '친구' 2위 최진희 '사랑의 미로' 3위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4위 이선희 '인연' 이승철 '그 사람' 6위 노사연 '만남' 7위 김범수 '보고싶다' 정일영 '기도' 거북이 '빙고' 김종환 '사랑을 위하여' 순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북한 내 최고 인기 한국 가요가 안재욱의 ‘친구’로 꼽힌 이유를 “저항가요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정은 체제가 세상 최우선이라고 배워온 북한 주민들에게 '이제 곧 우리의 날들이 온다'와 '두려운 세상도 내발아래 있잖니'라는 가사가 남다르게 들린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토론회에서는 한류가 북한 젊은 층의 또래문화를 주도한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탈북 대학생 김은진(2011년 탈북)씨는 “친구 몇몇이 한 집에 몰래 모여 오락회(끼리끼리 모여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임)를 할 때 대부분 한국 가요를 부르는데 거기서 북한 노래를 부르면 왕따를 당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한달에 10~20달러를 받고 한국 가요를 가르치는 개인 과외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
하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한 탈북자들은 이처럼 한류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엔 한류 단속이 이전보다 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면서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그 인근 지역은 단속이 더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라고 했다.
과거 우리 가수들의 방북 공연 당시에는 북한 당국이 관람 대상 주민을 대상으로 사전 교육 및 현장 감시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토론자 김가영(2011년 탈북)씨는 "공연 관람 주민은 사전에 보위지도원으로부터 교육을 받는다"며 "지도원들은 교육에서 ‘너희들이 (공연을 통해) 볼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물들어서 썩고 있는지’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공연 현장에 보위지도원들도 함께 앉아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반응하며 관람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류의 원천적인 차단은 어려워 한국 가요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서도 세대별 차이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성국씨는 "젊은 층은 가사가 이해되지 않아도 로프(랩)를 따라 부르고 즐기려고 한다. 로프(랩)를 하면 남조선스럽다, 깨어있다고 인정받는다"고 전했다.
토론회 발제자인 강동완 부산하나센터장은 "모란봉악단의 공연도 한국 대중가요 형식을 좇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우린 누구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와 같은 랩 형식의 가사를 담은 곡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북한에도 20대 걸그룹이 있는데 이들은 음대출신으로 작사 작곡을 하며 자체 행사를 진행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에는 남자 그룹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여성 그룹만 초청한 이유는 북한에서는 남자가수가 춤추고 노래하는 경우가 없어 (남성그룹에게) 거부감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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