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상만 예술감독의 1987년 작 <우덜은 하난기라>를 새롭게 각색한 연극 <달빛 결혼식>의 ‘달빛’은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합성어이며, ‘결혼식’은 두 지역의 ‘화합’을 상징하고 있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5.18’과 우리 사회의 병폐이자 망국병인 지역갈등과 지역차별의 문제를 신랄한 풍자와 유쾌한 해학으로 녹여 낸 이 연극은 1989년 3월 부산 극단 ‘오르기’에 의해 초연되어 부산, 광주, 서울공연을 거쳐 전국적인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며 작가 겸 연출가 나상만의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한 작품이다.
‘5.18민주화운동’이 광주와 함께 폄훼되고 ‘3당 합당’으로 호남이 소외되는 지역차별과 지역갈등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 말, 나상만 예술감독이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썼다”는 이 작품은 본격 정치풍자극으로 내용 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기획, 주제, 형식이 파격적이다.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 인물인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연극의 시작과 끝에 설정하고 있는 독특한 형식의 연극이다.

나상만 예술감독은 “모두 11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제4의 벽’을 제거하고 배우들이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하는 연극이다.”며 “지역감정이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양한 연극적 재미와 장치로 풀어, 역사의 모순과 지배자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할 예정이다.”며 “<달빛 결혼식>은 축제의 연극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각설이 타령을 통한 정치 풍자, 제의적 요소, 서사극적 기법, 마당극적 요소, 인형극과 청문회적 수법, 코러스와 가면극의 활용을 시도하고 객석과 무대를 분리하지 않음으로써 관객이 자유롭게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때문에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며, 극의 진행에 직접 참여하는 연극의 참여자가 된다. 따라서 관객은 극의 상황에 따라 관객, 거지, 방청객, 야구장 관중, 시청자, 선거 유권자, 굿판의 참여자가 되어 공동체적 체험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나상만 예술감독은 “작품이 초연된 이래 3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사회는 정치, 지역, 노사, 남녀, 세대 간의 불신과 반목, 불평등과 편견으로 갈등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 30년 전의 이 작품을 이 시대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특히 역사적으로 규명된 ‘광주민주화운동’을 아직도 ‘북한 배후설’, ‘김대중 음모설’ 등으로 폄훼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이 시기에, 진정한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하고자 한다.”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연극 <달빛 결혼식>은 단순한 광주의 이야기나 5.18무대가 아니다. 영호남이라는 지역감정과 지역차별의 여러 에피소드(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총각, 전라도 고참과 경상도 졸병, 프로야구, 지역당, 5.18 등)를 위트 있게 병렬시키면서도 종국에는 영호남의 화합이라는 큰 주제를 도출해 내고 있다. 특히 인형극으로 진행되는 사자청문회에서는 김유신, 왕건, 박정희를 지역차별의 가해자로 지목하여 연극적 재미와 역사적 교훈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출연에는 지난 2월 전국 공모를 통해 선발된 20여명의 배우들이 1인 5역 이상의 배역을 맡아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특히 지난 50여 년간 서울에서 활동해 온 나주 출신의 원로 연극인 이승호(70)씨를 비롯해 김종진, 정상섭, 한중곤 등 60대 연기자들과 노희설, 송정우, 고난영 등 중견 연극인들, 그리고 이명덕, 신은수, 신해은 등 영남 태생의 배우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호남 출신 배우들과 불꽃같은 연기 대결을 펼친다. 특히 이 작품에는 대구시립극단의 최주환 예술감독이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경상도 사투리 지도를 맡아 영호남 화합의 무대에 힘을 싣고 있다.
나상만 예술감독의 연출노트에서 연극 <달빛결혼식>의 제작 동기와 연출 의도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는 이 작품에서 ‘광주의 부활과 무대의 혁명’을 꿈꾸고 있다. “나는 전라도의 ‘한’을 ‘흥’으로 풀고 싶었다. ‘광주’를 미화하거나 특정지역을 비판하려 하지 않는다.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5.18묘역을 참배했다. 그리고 5.18 영령들에게 약속했다. --- 당신들의 얘기를 꼭 무대에 올리겠다고--- 그러나 내가 진정 의도하는 것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이야기’이며 ‘차별과 편견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이다.”
26일 오후7시30분, 27일 오후3시, 7시 30분, 28일 오후 7시30분 총 네차례 공연한다. 만13세 이상 관람가능하며 티켓은 전석 1만원, 광주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와 티켓링크 전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광주시립극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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