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 김비주 시인
햇살의 품 안에서 믹스커피 한 잔에
무릎 담요를 덮고 거실에 앉으면
파랑새는 날아와 요리조리
샤키 털의 카펫은 알록달록
진중한 침묵 속에 떠다니는 커튼의
꽃들이 무색으로 빛나고
올망졸망 몇 안 되는 화분
늘어지게 겨웁다
이름 없는 작가의 작은 화폭 꽃은
푸른색과 연자주로 눈을 잡아매고
거실 장 위의 형님이 준 초에 쓴
'나에게 가자 행복은 지금'
시간들이 쌓여 면역을 기르고
어둠은 늘 오는 것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햇빛에 놓아
가만히 길어 올리는
거실 한 자락 이야기를 그리는 아침
■ 시평/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한다. 시적 화자가 이런 삶의 본질적 물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시적 형상화로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래서 시인은 인류의 교사다.
이 시를 읽고 나서 하나로 모이는 관념이나 개념은, '일상'이라고 하겠다. 시인이 풀어놓은 느낌의 일단, 즉 자잘한 시어들을 모아서 하나로 압축하면, '평범한 일상'이란 하나의 개념이 생성된다. 흔히 말하는 지배적 인상의 떠오름이다.
그것은 시의 첫연 '믹스커피', '무릎 담요', '거실' 등의 어구 연상에서 쉽게 형성된다. 그 거실 안의 시간을 시인이 얼마나 깊이 향유하는가는 '커튼의 꽃들이 무색으로 빛나는' 것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주변의 화분조차도 겨웁게 느껴질 정도면, 햇살의 품 안에서 누리는 단독자의 자유, 그 이상의 쾌미가 있을 수 없다.
시적 화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명작가가 그린 꽃의 푸른색과 연자주색 이미지다. 이 푸른 색감이 주는 의미가 '나에게 가자 행복은 지금'이란 표어와 조응하면서 시인의 행복론은 화룡점정의 미학으로 빚어져 그 실체를 드러낸다. 시의 맛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시간들의 흐름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다시 긍정하는 시인은 마지막에 가서 시인답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해, 구체적인 풍경으로 답한다.
행복은 혼자만이 남겨진 아침 시간 속에서 누리는 한 자락의 한가한 자유라고, 시인은 그 자유에 푸른색을 입히며 말한다. 행복은 푸르런 일상에서 볼 수 있다고.
■ 김비주 시인 프로필
-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시낭송가
- 2015년 ‘문학도시’ 등단
- 부산문인협회 회원
- 기장문인협회 회원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