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훈처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박승춘 전 처장 재임기간 중 일어난 호국보훈 교육자료집 DVD 사건과 함께하는 나라사랑재단 비위사건, 나라사랑 공제회 비위사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회장 이형규)와 대한민국상이군경회(회장 김덕남) 비위사건 등 총 5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박 전 처장과 최완근 전 차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18일자로 중앙징계위원회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박승춘 전 처장은 육군사관학교(27기)를 졸업한 뒤 육군 12사단장·9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정보참모본부장 등을 거친 3성 장군 출신이다. 2004년 전역 이후 자유대한민국지키기국민운동본부 이사,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맡았다. 2007년에는 박근혜 캠프에서 안보 자문을 맡기도 했다.
우편향 논란을 빚은 '호국보훈 교육자료집'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 DVD 제작·배포, 나라사랑재단 횡령·배임, 나라사랑공제회 출연금 수수, 고엽제전우회·상이군경회 수익사업 비리 등이 박 전 처장 재임 기간에 나타난 보훈처의 비위 의혹들이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안보교육 개혁 의지를 밝힌데 이어 지난 7월 단행한 보훈처 조직 개편에서는 나라사랑교육과를 폐지하며 박 전 처장의 흔적을 지웠다.
'안보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본래의 설립목적과 관계없는 정치 활동을 진행하고 '관제 데모' 의혹이 제기된 고엽제전우회에 대해서도 보훈처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고엽제전우회는 보훈단체로 보훈처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보훈처는 증빙 자료 없이 출장비·복리후생비를 집행한 점, 최근 검찰 수사에서 위례신도시 주택용지를 특혜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난 점 등을 들어 고엽제전우회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훈처는 관리감독 대상 단체인 상이군경회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상이군경회는 자판기와 마사회 매점 등 일부 사업을 승인 없이 운영했고, 특히 마사회 자판기운영사업은 사실상 명의대여 사업을 했으며 위탁계약으로 인해 이익이 제3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체감사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난 비위 관련 내용으로는 △호국보훈 교육자료집(DVD) 등 정치운동금지 위반 △나라사랑재단 업무상 횡령 및 배임혐의 △나라사랑공제회 관련 출연금 수수 및 축소감사 △고엽제전우회·상이군경회 수익사업 비리의혹 등이다.
박 전 처장과 최 전 차장은 이 같은 비위행위를 알고도 방조하거나 감독·시정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다.
박 전 처장이 재직하던 2011년 11월 보훈처 나라사랑교육과는 안보교육 DVD 11장짜리 세트 1000개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문제의 안보교육 DVD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의 지원으로 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보교육용 DVD의 경우 2011년 박 전처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신설된 나라사랑교육과를 중심으로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대규모 안보교육과 병행함으로써 2012년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노골적인 의도까지 엿보였다.
그런데 이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DVD가 야당 정치인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정치 편향적이고 선거개입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보훈처는 전량 회수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90% 정도만 회수했고 관리부실 등으로 88개는 회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처장은 해당 DVD에 대해 '익명의 기부자에게 협찬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10월 국정원 개혁위 조사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와 지원을 받아 보훈처가 제작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백한 위증을 한 셈이다.
또 재단법인 '함께하는 나라사랑' 비위사건의 경우 보훈처의 관리감독 소홀과 직무유기 등으로 전 재단이사장이 재단 재산에 29억 5500만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사)나라사랑공제회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 용역 등 특혜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직무관련 5개 업체로부터 출연금 명목으로 1억 4000만원을 수수했고, 수익금 일부를 공제회에 납부토록 하는 등 국가공무원법 제59조(친절·공정의 의무)와 같은 법 제61조(청렴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처장 재임시절인 2016년 자체 감사결과 징계요구를 하지 않고 단순 인사상 경고조치로 종결해 부실 감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11월 재감사를 실시한 뒤 청렴의무 위반과 공정의무 위반 관련자와 부실감사 관련자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키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보훈처는 자체감사 결과 고엽제전우회와 상이군경회 등에서 수익사업 비리 의혹과 정치활동 금지의무 위반 등이 확인돼 관련단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보훈처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감사 결과 그간 박승춘 전 처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해당 위법 혐의 사항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보훈처의 공직 기강은 물론 향후 우리 보훈가족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처는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서 11%의 예산이 증가된 우리처는 보훈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주문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혈세가 제대로 보훈가족들에게 쓰이도록 보훈처 내부와 공법 단체들의 기강 확립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이어 "이번 수사의뢰와 내부 징계를 계기로 하여, 정부부처로서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회복하고 국가유공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의 위법적 행위를 깨끗이 청산하고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각오로 보훈가족을 위한 ‘따뜻한 보훈’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처는 끝으로 "이번 감사결과가 보훈처 공무원 및 보훈단체 전체의 비리가 아니라 일부 공무원과 단체 집행부의 일탈에서 초래된 문제라는 점"이라고 전제한 후 "항상 제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의 공무원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단체를 구성하는 대다수 회원들도 집행부의 비리와 편향성에 대해 자정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훈처의 이번 검찰 수사 의뢰로 관리감독 대상인 보훈단체의 전반적인 쇄신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처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보훈처의 적폐 청산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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