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일본 정부가 지난달 야스쿠니(靖国) 신사내 폭발사건과 관련, 한국 국적의 남성이 관련한 혐의가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수사 중이므로 범인상에 대한 코멘트는 자제하겠다"면서 "법과 증거에 따라 적절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3일 말했다.
지지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뒤 "현재 테러나 게릴라 여부도 포함해 경시청에서 수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가 장관은 외국인에 의한 범행인 경우에는 "일반론으로서 수사 협조 요청도 포함해 일본은 법과 증거에 근거해 적정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며 정보제공과 신병인도를 요구해 나갈 생각임을 나타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이날 교도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야스쿠니 신사내 폭발사건과 관련해 "CCTV에 잡힌 남성이 사건 며칠 전에 '단기 체재'로 일본에 입국한 뒤 사건 직후에 한국으로 돌아간 것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남자가 숙박했던 지요다구의 호텔을 이미 수색했고 사건과의 관련을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HK와 산케이신문 등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야스쿠니 신사 내외부에 설치된 여러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이 배낭 모양의 가방을 들고, 안경을 쓴 검은 복장의 남성은 사건 이전 30분 전부터 복수의 CCTV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남성은 사건 이후 신사의 남문에서 밖으로 나온 뒤 도쿄 메트로 구단시타역 방향으로 걸어갔으며, 이후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고 지요다구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찰은 출입국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한국에서 여행온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1월 23일 오전 10시경 발생했다.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 남문 근처의 공중화장실 남성 칸에서 폭발이 있었다. 화장실 천장에는 약 30cm의 구멍이 있었으며, 길이 20㎝, 직경 3㎝의 금속 파이프 4개와 디지털 타이머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 건전지에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부상자는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 6천여 명이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작년 12월 31일 25세 일본인 남성이 경내 진레이샤에 방화를 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1년 12월 26일에는 중국인 류창이 야스쿠니 신사의 문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