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세상을 향한 날선 비판과 풍자'를 신체언어로 재미있게 풀어낸 '멍키열전'은 지난 5월 광주시립극단의 수장으로 부임한 나상만 신임 예술 감독이 선보인 첫 작품으로 직접 쓰고, 연출했다. 러시아 국립 슈우킨 연극대학 창설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기획되어 2014년 서울에서 초연되었으며, 2017년 대구시립극단에서 공연되어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성취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연극 '멍키열전'은 세계 고전들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원숭이들이 모여 인간세계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침팬지 ‘피터’를 중심으로 결성된 유랑극단 ‘Monkey Players’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각종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나오는 침팬지 ‘피터’를 비롯하여 중국의 4대 고전소설인 '서유기'의 ‘손오공’, 동양 최고의 고전인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의 ‘하누만’, 터너 미래상을 수상한 다니엘 퀸의 '고릴라 이스마엘'의 ‘이스마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얀 마텔의 소설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버질’, 레오폴도 루고네스의 단편소설 '이수르'에 나오는 ‘이수르’ 등 여섯 마리의 원숭이들과 서커스 단원 출신의 소녀 ‘빼아트리체’가 등장한다.

특히 ‘드라마틱 토털 퍼포먼스’를 표방하며 생생하게 표현되는 배우들의 몸짓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숭이와 흡사한 표정과 몸짓은 과장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배우들이 그동안 얼마나 땀 흘려 연습했는지 무대에서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또한 배우들이 직접 선보인 곡예, 마술, 무술, 타악, 노래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며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털 없는 원숭이를 위한 우화’라는 설정처럼 원숭이들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사회의 모순과 허위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강한 비판으로 풀어냈다. 강한 사회성과 시대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위트와 풍자가 돋보였다. 심각한 주제를 극적 재미와 연극적 문법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나 감독이 연출의 변에서 밝힌 “원숭이를 통해 인간의 꿈과 그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세상의 ‘갑질’과 ‘폭력’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는 말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비틀기를 통해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극 초반 유쾌한 상황설정과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에 웃고 박수치던 관객들은 중반이 지나자 점점 인간의 폭력과 모순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내 진지해졌다. 원숭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된 순간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커스단을 탈출한 원숭이들이 비극적 결말을 맞은 끝에 극중 피터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관객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슬픈 이야기를 가능한 재미있게 꾸며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연극이 여러분에게 던진 의미는 여러분 각자의 것입니다.”
연극 '멍키열전'에는 전국 공모에서 선발된 8명의 배우와 중국 현지에서 공모한 2명의 배우가 출연했다. 러시아 슈우킨 연극대학 출신의 최용진이 ‘피터’, 김고운이 ‘빼아트리체’ 역할을 맡았으며, 서울과 광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성대, 이명덕, 정일행, 김계남, 남재영, 최규웅이 고릴라, 침팬지, 원숭이로 분신하여 열연을 펼쳤다. 또한 중국 최고의 연극 명문 북경연극대학 출신인 가호와 진호룡이 화려한 경극을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주시립극단의 멍키열전은 오는 10월, 다시 한 번 야외극으로 변신해 관객들을 만난다. 오는 10월 10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광주문화예술회관 공연예술축제 ‘그라제’ 기간 동안 회관 잔디광장 야외무대에서 저녁 6시30분 선보인다. 광주금남공원에서 선보였던 광주시립극단의 ‘전우치’에 이어 야외극 ‘멍키열전’이 흥행작으로 탄생할지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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