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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좌주문생'을 보면 정치가 보인다

좌주문생 관계, 학문적 사제 관계를 넘어 정치적 후견인 관계 형성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정치가 계절을 앞지른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이다. 광화문 광장은 시련이다. 정치를 보는 관점도 다양하다. 시민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가장 보편일 수 있다. 아니다, 시민 시선이라도 정치색이 다르면 빨강, 파랑, 노란색일 수 있다. 이럴 때면 과거라는 역사 속에서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려 시대 '좌주문생(座主門生)'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과거 시험(科擧) 제도가 중심이 되는 관료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였다. 좌주(座主)는 과거 시험에서 시험을 주관하거나 감독한 대과(大科)의 시관(試官, 출제자)이다. 특히 문과(文科)의 초시(初試)와 복시(覆試)에서 합격자를 가려내는 역할을 맡았던 고위 관료를 가리킨다.

문생(門生)은 좌주에 의해 합격한 과거 급제자다. 즉, 좌주는 과거 시험의 출제자이자 심사관이고, 문생은 그 시험을 통과한 제자들이다.

고려에서는 유교적 관료 체제가 점진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시험이 주요한 인재 등용 방식이 되었다. 당시에는 음서(蔭敍, 문벌 귀족의 자제가 시험 없이 관직을 얻는 제도)의 영향이 강하여 '좌주문생' 관계가 조선만큼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조선이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채택하면서 과거제도가 더욱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좌주문생' 관계도 더욱 중요해졌다. 성균관과 서원을 중심으로 한 유학 교육 시스템 속에서 명문가 출신의 학자와 신진 사대부들이 자연스럽게 '좌주문생'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좌주문생' 관계는 단순한 학문적 사제 관계를 넘어서, 정치적 후견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좌주는 문생의 후견인이 되어 정치적 조언과 지원을 제공했다. 문생은 좌주의 세력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문생이 출세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좌주를 정치적으로 지원한다. 좌주가 실각하거나 유배를 가면 문생들이 적극적으로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송시열(宋時烈)의 문생들은 그가 유배되거나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일 때 적극적으로 변호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오늘의 실상과 다르지 않다. 오늘의 정치 지형과 똑같다.

이는 붕당(朋黨, 이해관계자들) 형성과 연결 고리를 여실히 보인다. 조선 중기 이후 붕당 정치가 강해지면서, '좌주문생' 관계는 당파 간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로 변해간다.

사림파의 붕당 분열(동인과 서인, 이후 남인·북인·노론·소론의 형성) 과정에서도 '좌주문생' 관계는 중요한 연결 고리였다. 사례로 이황(李滉)의 문생들은 동인의 핵심이 되었다. 이이(李珥)의 문생들은 서인으로 발전했다.

문생들은 관직에 오른 후 자신의 좌주와 그 계열 인사들에게 유리한 인사 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문생이 좌주보다 출세할 경우 좌주를 후견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예로, 정조(正祖) 시기의 실학자 박제가(朴齊家), 정약용(丁若鏞) 등의 문생들은 정조의 개혁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며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했다.

'좌주문생' 관계는 조선 후기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점차 변화(쇠퇴)를 맞이하게 된다. 19세기 세도 정치(勢道政治, 특정 가문이 정치를 독점하는 현상)가 강화되면서, '좌주문생' 관계도 점점 특정 가문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안동 김씨 가문 같은 세도가들은 '좌주문생' 관계를 활용하여 인맥을 형성하고 관직을 독점했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다.

1894년 갑오개혁(甲午改革)을 통해 과거제도가 폐지된다. '좌주문생' 관계도 사라지게 된다.

근대 교육 체제가 도입되면서 학연보다는 실력 중심의 인재 등용이 강조되었고, 기존의 유교적 사제 관계는 점차 희미해졌다.

개혁으로 '좌주문생' 관계는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학맥(學脈)과 연고주의라는 형태로 유사한 관계가 남아 있다.

명문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출신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좌주문생' 관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악의적인 부분의 법조계, 관료제, 재계에서는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사람들이 서로 돕는 문화가 존재한다. 현대 정치에서도 특정 정치인이 자신이 가르친 후배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한 정당 내에서도 특정 대선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문생'들을 양성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모습이 보인다.

'좌주문생' 관계는 고려와 조선 시대 과거제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한 사제 및 정치적 연대 관계였다. 단순한 학문적 가르침을 넘어서 정치적 후견이었다. 붕당 형성, 관료 사회 내 인맥 네트워크로 작용하며 조선 정치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근대 들어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학맥과 인맥 중심의 연고주의가 남아 있어 현대적 변형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현대적으로도 '좌주문생' 관계는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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