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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의 시국 단상]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의 외침…"민주주의 위기, 여성들이 나서야"

청년들을 살린 한 할머니의 외침
12.3 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이 116일째 이어지고 있어

(서울=미래일보) 박인숙 작가 = 1980년 5월. 시외로 향하는 완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9시부터 충장로 골목을 가득 메운 군인들의 곤봉을 피해 달아나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고 있었다. 마침 대로변에서 천천히 기어가는 완행버스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망설일 틈도 없이 뛰었다. 기사는 우리를 보고 급히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순간, 군인 세 명이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버스로 다가왔다.

'이렇게 죽는구나.'

눈길을 피한 채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길 한쪽에 생선처럼 손발이 묶인 채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는 또래 청년들이 보였다. 그때였다. 버스 문 앞에 앉아 있던 여든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갑자기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그만해! 그만들 좀 해, 이놈들아!"

할머니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흐느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찌 되었을까. 버스는 천천히 도시를 벗어났다. 5월의 들판은 푸르고 평화롭기만 했다. 그러나 어둠이 깔려 가는 도로 위에서 나는 목이 메었다. 죽음에서 벗어난 안도감 때문이 아니었다.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좁은 거리 위를 달리던 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2.3 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이 116일째 이어지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린 지도 벌써 100일이 지났다. 다음 달 18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면 심판 정족수가 7명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탄핵 정국이 끝나지 않은 채 사회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안국역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은 분열되고 있다. 경제 만큼이나 사람들의 불안감도 요동친다. 더 이상 지켜볼 인내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날, 할머니의 절규가 우리를 지켰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다음 세대가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도록 외쳐야 한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이며,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여성의 삶이 심각하게 제약된다. 가부장적 질서가 강화 되면서 여성의 정치·경제적 자율성은 약화되고, 성평등 정책은 후퇴하며, 사회 진출의 기회가 줄어든다. 그 결과, 남성 중심의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성평등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다.

국가 폭력이 정당화되는 환경에서는 여성들이 성폭력과 억압의 대상이 되기 쉽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무자비함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1980년 광주에서 한 할머니의 외침이 청년들을 구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워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곧 여성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박인숙 작가는 2010년 종합문예지 격월간 <서라벌문예> 시부문 신인 작품상으로 처음 등단했다. 저서로는 2014년 시집 <나, 어머니로 태어나 아버지로 살았네>를 출간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사)국제PEN한국본부, (사)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UPLI-KC)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울림>과 <문학의 뜨락> 등 동인지에 작품을 기고하고 있다.  올해부터 세종여성플라자 새봄기자단과 뉴스피치 시민기자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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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작가, "연애의 본질을 향한 도발적 질문과 문학적 실험"… 장편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연애는 언제나 문학의 주요한 화두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부터 근현대 한국소설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은 서사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연애가 더 이상 낭만적 설화로만 그려지지 않는 시대에, 소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새롭게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월간순수문학사가 펴낸 김영두 소설가의 장편 <벚꽃이 진다 해도>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작가는 연애를 설렘과 황홀의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속에 도사린 지겨움과 갈등, 치떨림과 회피, 그리고 결국 맞닥뜨려야 할 자기 성찰을 드러낸다. 벚꽃이 피고 지는 순간의 화려함이 결국 사라짐을 내포하듯, 연애 또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불가피한 소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남녀 간 연애라는 고전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변주되는 주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김영두 작가는 연애의 설렘과 황홀, 그러나 그 이후 찾아오는 지겨움과 치떨림까지 숨김 없이 드러내며, 사랑의 본질을 도발적으로 질문하는 서사를 펼쳐낸다. 소설 속 화자는 '노아'라는 남자를 중심에 두고 수많은 관계의 굴곡을 경험한다. 부부, 후배, 선배, 제자, 친구라는 사회적 역할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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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안아드림 페스티벌’ 참여…소방관 응원 부스 운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26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천년숲에서 열리는 '2025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에 참여해 ‘특명! 소방관을 응원하라’ 부스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상북도 소방본부가 주관하는 도내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 행사로,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희망브리지는 이번 부스에서 ▲소방관 OX 퀴즈 ▲소방관 긴급출동키트 꾸리기 ▲소방관 응원 메시지 남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소방관을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활동은 희망브리지의 '국민 히어로즈'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국민 히어로즈는 월 2만원의 후원으로 소방관에게는 출동키트, 이재민에게는 구호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소방관과 이재민을 응원하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경북도민과 함께 소방관을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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