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만에 공식 사과했다.
옥시 한국법인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을 받은 다른 분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옥시는 "옥시레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으신 모든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며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또한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해 급조한 대국민 사과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은 2011년 사건이 발생한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피해를 입은 경우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한 177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영국 본사가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영국 본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낀 옥시 측이 서둘러 공식 사과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프달 대표는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관련업계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다른 제조·판매사들이 동참해주시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며 “옥시레킷벤키저는 제품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 어떤 잠재적 문제라도 사전에 인지하고 바로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참석했다.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울먹이며 “이 순간을 5년간 기다렸다. 우리 아이의 소원은 체육시간에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타울라시드 대표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옥시는 지난달 21일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기존에 기탁한 피해자 지원기금 50억원 외에 50억원을 더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옥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본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의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법원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였고,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하여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 등 그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식의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이들을 지원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과 없이 일방적인 기존의 합의로 다른 피해자들의 문제도 해결하려는 것이냐”며 “살인자는 처벌을 받아야 맞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검찰 수사와 별개로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 라케쉬 카푸어 등 본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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