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해 봤을 것이다. 갑자기 먼 부자 친척이 돌아가시며 유산을 내 앞으로 상속해 준다거나, 어느날 눈을 떠 보니 다른 세계에 떨어졌다든가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겪는다면 우리에겐 걱정되는 점들이 너무나도 많다. 당장 내일 올려야 하는 보고서, 아직 뜯어 보지도 못한 택배, 업무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비어 있을 내 자리 등 그래서 사람들은 나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원하기보다는 비슷한 소설을 찾아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갑자기 자신의 노력 없이 예상치 못한 힘이나 권력을 얻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마음껏 누리고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양껏 취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힘을 불편해하며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대 세력과의 갈등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뜻을 관철한다.
‘이능’은 이야기의 재미를 추구하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지만, 책 속에서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뜻을 관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순수한 열정을 되돌아볼 수도 있으며,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관계맺음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