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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시(詩)에 말 걸기'

내 마음이 한 뼘 자라나는 지혜의 이야기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곽재구 시인이 1983년 <사평역에서>(창작과 비평사) 시집을 발표 때는 지도상에 사평역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풍천의 지명도 지도상에 없다. 풍천은 바닷물과 강물, 바람이 만나는 지점, 장어가 산란을 하는 곳이다.

최근 전북에서 풍천의 지명을 거론하고 나오는 것은 색다른 주장이다. 모운동도 지도상에 없는 지명이었다. 모운동은 구름이 모이는 장소를 말한다. 이 같은 언어들은 시인의 창작 창고에서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운동(강원도 영월) 마을이 형성되고 사평역(2008년)도 생겨났다.

김경수 시인이 펴낸 <기수역의 탈선>도 실재 지도상에 없는 역명이다. 이 같은 것들은 곽재구 시인의 시집 <사평역에서>는 은유의 극대치를 이끌어 내는 문학의 샅바다.

故 황금찬 시인은 ‘지구상에 없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사기꾼이 없다’고도 했다. <기수역의 탈선>을 펴낸 김경수 시인의 독특한 앵글이 돋보인다.

<사평역에서>는 곽 시인이 형상화 하고자 하는 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애환을 조용하게 응시하고 있다. 과거의 그리웠던 순간, 꽃처럼 밝고 따듯했던 순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현재의 삶의 무게를 묵묵하게 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민으로 바라본다. 특히 ‘한줌의 눈물을 불빛에 던져 주었다’는 표현은 시의 절미(晢美)다.

기수역이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경계를 말한다. 바닷물과 밀물의 만남은 그저 흐르는 물이다. 탈선이 있을 수 없다. 김 시인은 묘하게도 이 지점을 탈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곽재구 시인의 시선과 다를 바 없다.

곽재구 시인의 시집에 영감을 받아 임철우 작가는 <사평역> 소설을 펴내기도 했다. 곽재구 시인의 시가 소설이 되고 역명이 실존으로 탄생되었다.

기수역은 바닷물이 만남으로 수많은 생명체가 살기 좋은 물의 중심이다. 김경수 시인은 시는 어딘가 부딪히면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암시를 수없이 주고 있다. 마치 작심하고 ‘부딪히기만 해보라’는 항거와도 같다. 부딪힘은 맑고 투명해지는 시경(詩經)의 주장을 일컫는다.

김경수 시인의 <기수역의 탈선>은 언어가 빗방울을 깨무는 그 소리들이 들린다. 존재의 맨살에 싹을 틔우는 시어들이 생동감이 넘친다. 그는 ‘시는 죽은 씨앗을 살리는 힘이 존재’라고 믿고 있다. 김경수 시인은 시묘상(詩苗商)의 주인과도 같다. 언어의 사용과 감각은 작가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에서 성경을 약 1000번을 인용하고 있다. 1000번을 인용했다는 것은 셰익스피어가 성경을 얼마나 많이 읽고 이해를 했다는 것이다. 그가 영국의 성공회 신자였는지 아니면 비밀리에 로마 가톨릭을 믿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부모 양쪽이 로마가톨릭 가문인 것은 분명하다. 당시 국법은 로마 가톨릭 때문에 죽임을 당한 사람도 있어서 셰익스피어가 신자였다면 비밀 신자였다는 추측이 뒤 따른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성경을 본다. 성경에는 수많은 은유와 비유가 빼어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2만8829개의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그 두 배가 넘는 6만 여개를 쓰고 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는 신조어가 1700개나 나온다. <햄릿> 한 편에 600개가 등장하는데 이런 것들이다. '셀 수 없는(countless)', '서두르다(hurry)', '외로운(lonely)', '우울한(gloomy)'…. 단어를 몇 개씩 이어 만드는 것도 그의 특기 가운데 하나였다. '침묵을 깨다(Break the ice)', '명백한 진실(Naked truth)' 같은 것들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연인이 사랑을 나누다 헤어지며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별은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이다.' 이와 같은 단어들은 셰익스피어의 천부적 재능도 있지만 성경을 깊이 이해한 차용효과라는 학자도 있다.

배우 김지미가 이혼을 하며 '사랑을 하기에 헤어진다'는 말을 남겨서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같은 말은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차용문구로 보인다.

시인 권일송은 무신론자다. 그러나 시를 쓰기 위해 성경을 20회 이상 읽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성경시편을 100회 이상을 탐독하였다고 한다. 문학, 시는 흩어지는 작은 목소리를 붙드는 것이다. 눈을 맞추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시를 읽게 되면 세상에 내어 주었던 나와의 재회하는 저녁이 된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힘이 탄생한다. 문학은 세상의 문을 여는 것이 아니다. 문을 만드는 것이다.



- 최창일(시인·이미지문화학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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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캐는 '봉성리문화예술창조마을', 채굴의 기억을 문학으로 캐다
(보령=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일제강점기 사금 채취와 석탄 채굴로 이름을 알렸던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가 문화와 문학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 있다. 한때 땅속에서 금과 검은 석탄을 캐내던 이 마을이 이제는 시와 언어, 기억을 캐내는 '금캐는 마을'로 변모하며 또 하나의 문화 발굴 시험에 나섰다. 봉성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사금 채취장으로 활용되었고, 이후에는 검은 석탄을 채굴하던 광산촌으로 알려졌다. 마을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땅을 파면 사금이 섞인 모래와 채굴의 기억이 함께 드러난다. 산업화 이후 급격한 쇠퇴를 겪었던 이 마을은 이제 과거의 상처를 지우는 대신, 기억을 문화 자산으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그 중심에는 봉성리문화창조마을 이장이자 시인, 그리고 무형문화유산 석공예 이수자 김유제 시인이 있다. 김유제 시인은 봉성리 마을 전체를 하나의 문학공원으로 조성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현재까지 전국 최대 규모인 300여 기의 문학비를 마을 곳곳에 세웠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비와 문학 조형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방문객을 맞는다. 김 시인은 "봉성리는 단순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노동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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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정황은 있다"면서 면죄부… 기본소득당, 류희림 '민원사주' 재수사 촉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사실상 면죄부에 가까운 결론을 내리자, 기본소득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이 '정황은 확인됐다'면서도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이는 민원사주 의혹 규명의 책임을 방기한 무책임한 감사"라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류희림 전 위원장이 재임 당시 정권 비판 언론에 과도한 제재를 반복하고, 법적 근거가 미비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졸속 설치하는 등 언론 규제와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민원사주 의혹 역시 "내란정권 하에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중대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류 전 위원장의 친족과 지인 11명이 이틀 동안 34건의 민원을 집중 제기했으며, 민원 문구의 분량과 표현 방식, 심지어 맞춤법 오류인 '사실인냥'이라는 표현까지 유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 대변인은 "이는 기존 보도보다 축소된 규모일 뿐, 명백한 민원사주 정황"이라며 "그럼에도 감사원이 물적 증거 부족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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