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임말희 기자 = 21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는 엿새 만인 15일, 여당의 반대로 강제 종료됐다.
이날 필리버스터가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고 여당의 반대로 강제 종료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뿐 아니라 다음 주 새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은 3개다. 이 가운데 공수처법 개정안은 정기국회 종료로, 국정원법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표결 끝에 무제한토론이 종지부를 찍었다. 민주당은 당초 야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종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의사표시는 이미 할 만큼 충분히 했다. 코로나 대확산에도 무제한 토론만 하는 것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국회의 직무유기"라면서 나머지 주요 법안에 대한 통과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해충돌방지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4.3특별법,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같은 중요 입법과제들도 빠른 시일 안에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킨 민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아무리 다수 의석을 점령하고 있지만, 야당에게 이렇게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안타까운 일은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기 위해 무당적의 국회의장까지 투표에 참여하게 해서 겨우 180석을 맞춘 사실"이라며 여당을 힐난했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이 앞장선 필리버스터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데에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격려했다. 여기에 임차인 5분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윤희숙 의원은 이번엔 '닥쳐법'으로 장장 12시간 47분을 연설하며,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정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 "지금 통과된 법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는 '닥쳐법' 같다"며 "이게 친구들끼리, 동료끼리 서로 호감을 갖고 웃자고 하는 '닥쳐'가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닥쳐'라고 하는 그런 느낌"이라며 여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일 국정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던 중 오늘 새벽 4시 13분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한 방역 차원에서 교섭단체 간 협의의 결과에 따라서 본회의를 정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가 결국 강제 종결되면서, 국무위원 4명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동안 여야 대치 국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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