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에리 시인
팔월 눈부신 햇살 속으로
사라진 그대
햇살이 그 위력을 잃은 가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생이 다한 후에도
나 떠나지 못하고
봄바람 타고 나비로 왔다가
여름날 새벽이슬로 스러진 후에도
기다림은 변치 않았다
별이 되어 떠나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떠돌 때
그대 잠들었을 계곡에
들꽃으로 피어나기를
햇살 한 줌으로 내려앉기를 기도했다
외로운 영혼 잠든 땅에
한 줄기 단비로 내려와
자장가를 들려주고 싶었다
의로운 염원 꽃으로 피어났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 시작 메모
광복절이 다가오네요. 의로운 염원 꽃으로 피어난 후에 그 혜택을 누리며 사는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점점 잊어가네요. 의병이 되어 이름 모를 산하에서 스러져간 할아버지들과 할아버지 대신 가정과 아이를 지킨 우리의 할머니들 또한 정신적 의병이었겠지요.
만일 어느 산하의 귀퉁이 잊혀진 영혼이 잠들어 있다면 할머니들은 꽃이 되고 비가 되어 그 염원이 헛되지 않았음을 들려주고 싶지 않을까요. 죽어서도 집에 돌아오지 못한 할아버지를 그리며 할머니들 또한 별이 되지 못하고 이승을 헤매지는 않을 런지.
해마다 광복절이면 빚을 진 마음입니다. 이렇게 발전한 조국이 조상들의 목숨 값인 것을 알기에 소중한 염원들이 잊혀져가는 것에 대하여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써봅니다. 잊혀져 가는 의로운 이들을 추모하며 부족한 시를 바칩니다.

시인·작사가·소설가.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사무국장. (사)국제PEN한국본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국소설가협회, (사)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국보문인협회 회원.
제17회 한국문학신문 기성문인문학상, 제19회 황진이문학상, 제9회 에스프리문학상 수상.
시집 '단 하나의 꿈', 단편소설 '루시 이야기', 동화 '내 이름은 장고' 외 다수.
동요 '바람 부는 날은', 가곡 '나 억새로 태어나도 좋으리', '바람 부는 날은 바다에 가고 싶다' 외 다수.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