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37명의 사망자와 부상자 151명 등 총 18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밀양시 삼문동에 설치된 세종병원 화재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우선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빌고 유가족과 밀양시민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대통령을 보자마다 오열했으며 일부유족은 힘이 풀려 쓰러지기도 했다.
이번 화재로 아내를 잃었다는 한 유족이 대통령이 공약한 '사람 사는 사회'를 내년에는 꼭 지켜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당장 올해부터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대통령은 조문을 마치고 화재참사 현장인 세종병원으로 떠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45분 대통령전용 고속열차 편으로 경남 밀양에 도착했다. 이후 곧바로 승용차로 갈아타고 10분 거리인 밀양시 삼문동의 밀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쥐색 코트에 검은색 정장 등 상복 차림을 한 문 대통령은 침통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으며, 합동분향소에서는 밀양 화재 대응 주무 부처 장관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현장 방문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박수현 대변인 등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분향소로 들어가기 직전 합동분향소 앞에서 유족 등을 돕고 있는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후 분향소로 이동해 참모들과 헌화, 분향과 함께 묵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37명의 영정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영정마다 애도를 표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충북 제천 복합건물 화재 현장 방문 때보다 더 많은 청와대 참모진이 동행하며 한 달여 만에 다시 발생한 대형 화재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사인(死因)이 다 감식됐나. 확인이 모두 이뤄졌습니까"라며 수습 상황을 물었다.
밀양시 관계자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중상자가 9분이 계시다. (사망자가)한두 분 더 생길 여지가 있어서 영정 자리를 좀 비워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유가족 70~80명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고인과의 가족 관계를 물으며 깊이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느냐"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국민과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이런 화재참사가 연이어 발생하여 안타깝고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내를 잃었다는 한 유가족은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사회' 공약도 하시지 않았느냐. 내년에는 개선을 해달라"면서 "특히 어제 새벽에 화재 현장을 가보니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하고 장비가 열악했다. 소방관이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게끔 우리 밀양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음 좋겠다"고 울먹였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년이 아니라 올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 나가겠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해 가야 한다"면서 "이번 참사는 (병원에서 발생해)지난번 제천 화재와 조금 다른 양상이 있어 보건복지부를 중앙재난수습단으로 하고, 행정안전부로 하여금 지원단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신속한 원인 파악과 사고 수습부터 재발 방지 대책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0대 중년 남성은 문 대통령에게 달려와 옷깃을 붙잡고 "가족이 스스로 탈출할 수 없었다"고 오열했다. 세종병원 의료진 유가족은 "안전을 아주 기본부터 제발 꼼꼼히 챙겨주길 바란다. 병원 같은 시설은 실질적으로 안전 점검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의료진 유가족은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살아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대피시키려 하다가 희생된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면서 "이 희생들을 국가가 잊지 말고 잘 받들어 달라"고 말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한 여성은 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쓰러진 유가족을 부축하면서 손을 잡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유가족들은 "사람이 아프고 약해질 때 찾는 곳이 병원인데 병원에 와서 목숨을 잃은 것이 어이없고 화가 난다", "유족들의 마음이 두 번 다치지 않도록 장례 절차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달라", "참여정부 시절 만든 재난대응 매뉴얼을 다시 복원해 달라", "소방원들의 소방장비를 보강해달라" 등의 의견을 전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조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분향소 자원봉사자를 격려한 뒤 오전 11시 40분쯤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았다.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은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현장을 100m 정도 걸어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불에 검게 그을린 병원 건물을 말없이 한동안 응시했다. 이후 최만우 밀양소방서장과 박일호 밀양시장에게 상황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박일호 밀양시장에게 인명피해 조치 및 지원사항에 대해 보고받은 뒤,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서 참으로 참담하고 또 마음이 아프다.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지금 밀양시는 188명 사상자 모두에게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로 배치해 모든 것을 다 살피고 있다. 자치단체로서는 이런 대형 참사에 대한 대응 능력을 제대로 갖출 수 없는데, 이번에 중앙정부의 신속한 협조와 대응이 도움이 됐다"면서 "중앙정부, 경상남도, 밀양시가 혼연일체가 돼 사고를 잘 수습하겠다. 밀양시에 대한 특별지원을 대통령에게 요청 드린다. 밀양시민께 대통령의 감사와 위로를 함께 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박 시장에게 사인 확인, 장례식장 확보 등 담당 부처에 사후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떠나기 전 밀양시민들이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준 데에 감사 인사를 건네며 "다음에는 꼭 좋은 일로 밀양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장에서 만난 소방대원들을 다독이면서 "이번에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원망을 듣는 게 숙명인데 국민이 응원하니 잘 하시리라 믿는다"면서 "전 과정을 살펴서 결론을 내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화재 출동도 신속하게 이뤄졌고, 화재도 1층에서 2층으로 번지지 않도록 초기 진압도 잘된 것 같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중환자들이 있는 병원의 경우, 유독가스와 연기에 매우 취약할 수 있으니 소방안전관리에서 그 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나가자"고도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의 조종묵 소방청장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대통령의 마음도 지금 소방청장의 마음과 똑같으니 힘을 내라"고 더욱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이번에 밀양 시민들께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구조된 환자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포나 핫팩을 가지고 나와 전해 주기도 하고 소방관과 경찰, 공무원들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서 아픔을 함께 치유하려는 노력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병원 1층으로 이동해 화재 감식활동을 하는 요원들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원인규명이 제대로 돼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하고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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