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박인숙 작가 = 1980년 5월. 시외로 향하는 완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9시부터 충장로 골목을 가득 메운 군인들의 곤봉을 피해 달아나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고 있었다. 마침 대로변에서 천천히 기어가는 완행버스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망설일 틈도 없이 뛰었다. 기사는 우리를 보고 급히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순간, 군인 세 명이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버스로 다가왔다. '이렇게 죽는구나.' 눈길을 피한 채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길 한쪽에 생선처럼 손발이 묶인 채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는 또래 청년들이 보였다. 그때였다. 버스 문 앞에 앉아 있던 여든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갑자기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그만해! 그만들 좀 해, 이놈들아!" 할머니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흐느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찌 되었을까. 버스는 천천히 도시를 벗어났다. 5월의 들판은 푸르고 평화롭기만 했다. 그러나 어둠이 깔려 가는 도로 위에서 나는 목이 메었다. 죽음에서 벗어난 안도감 때문이 아니었다.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좁은 거리 위를 달리던 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2.3 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이 116일째 이어지고
(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과도한 주식 보유가 집중포화를 받은 가운데 보수야당이 일제히 자진 사퇴와 코드인사의 전형으로 청와대 인사라인의 경질을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자유한국당 김도읍.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자는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자신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되어야 할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어제 이미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참담함’ 그 자체였다. 각종 의혹들에 대해 후보자는 어느 하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며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청와대의 연이은 인사참사에 분노를 넘어 울분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보유액은 35억4,000여만원으로 전체 재산의 83%에 달하며, 이 중 후보자 본인 명의 소유도 6억6,000여만원인데도 후보자는 자신은 주식투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전적으로 배우자가 했다고 답변하는 무책임과 자기 명의의 거래조차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유주식이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