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세계 지성사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가들이 잇따라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세계 문학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소설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과 '푸코의 추'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19일(현지시간) 향년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책 중 하나인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의 저자 하퍼 리(Nelle Harper Lee)도 향년 89세로 이날 세상을 떠났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에코가 최근 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왔으며 19일(현지시간) 저녁 이탈리아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 역사, 철학, 미학, 기호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불어·독일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에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움베르토 에코는 1980년 첫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방대한 지식이 담긴 현학적 내용과 중층적인 전개방식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1986년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에코 바람'을 몰고왔다.
이 작품은 1989년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88년 두 번째로 내놓은 소설 '푸코의 추'도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장미의 이름'의 상업적 성공에 이어 1988년 두 번째로 내놓은 소설 '푸코의 추'도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푸코의 추'는 기호학자로서의 그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과학의 지적 모험이라는 점에서 전작과 비교된다. '푸코의 추'란 19세기 과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장치로 현재 파리 과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백과사전적 탐정소설'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소설의 집필동기에 대해 에코는 "우리 시대 문명이 갖고 있는 본질을 캐려는 진지한 관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인간은 왜 초자연적이며 마술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가에 대한 그의 탐색이자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에 대한 그의 헌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유럽 역사에 등장한 모든 상징과 사실, 개념이 등장한다. 물리학 용어만 한페이지 넘게 줄줄이 이어질 정도다. 현대 만화 주인공도 소개된다. 교황청으로부터 '쓰레기'라는 혹평을 받은 이 소설은 중세 이래 발전해온 비교에 대한 완벽한 안내서로도 통한다.
미학자로서 그의 방대한 작업을 보여주는'미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까지 미술과 건축을 통해 나타난 미의식을 탐색한 책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미란 시대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통해서만 그 시대 미의식에 접근하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호학자로 그는 난해한 기호학의 세계도 알기 쉽게 소개했다. 기호학의 세계를 핵심적으로 설명한 '소설속의 저자'는 기호학의 입문서 격. '돈키호테', '마의 산' 등 고전의 의미망 읽기를 통해 문학작품이 어떤 경로로 독자들에게 해석되어지는지를 밝히고 있다.
텍스트의 의미의 켜를 벗기는 해석의 매혹과 비밀에 대해 밝힌 저서 '해석의 한계'는 기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대표적으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 '폭탄과 장군' 등 다수의 소설이 있다. 특히 '장미의 이름'은 1980년 발표된 첫 소설로 움베르토 에코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사반열에 올려줬다. '장미의 이름'은 14세기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살인 사건 추리소설이다.
소설 외에도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의 예술과 미학', '기호학 이론', '독자의 역할', '기호학과 언어철학', '해석의 한계' 등의 많은 학술서도 남겼다.
국내에서는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역사와 철학, 기호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불어·독일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에 능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도 19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앨라바마 주 먼로빌에서 향년 89세로 숨졌다.
뉴욕타임스(NYT)와 NBC뉴스 등에 따르면 마이크 케네디 먼로빌 시장과 출판사 측은 이날 하퍼 리의 사망을 확인했다. 하퍼 리의 조카는 리가 요양 시설에서 잠자던 중 숨졌다고 전했다.
하퍼 리는 1926년 4월28일 먼로빌에서 변호사인 아버지 콜만 리와 어머니 프랜시스 리 사이에서 4남매의 막내 딸로 태어났다.
헌팅턴 여자 대학과 앨라바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49년 뉴욕으로 이주해 이스턴 항공사와 브리티시 오버시스 에어웨이 항공사에서 일하며 글쓰기를 병행했다.
하퍼 리는 친구들의 재정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한 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7년 에세이 2편과 단편소설 3편을 들고 J.B.리핀코트 출판사 편집장을 찾아갔다.
하퍼 리의 소설을 읽은 편집장은 단편소설 1편을 장편소설로 바꾸라고 권유했고, 이듬해 '파수꾼'(Go Set a Watchman) 원고를 편집장에게 보냈다. 그러나 다시 고쳐쓰라고 권유받았고 1959년 '앵무새 죽이기'를 완성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대공황기인 1930년대 앨라바마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6살짜리 말괄량이 소녀 진 루이스 핀치(별명 스카우트)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판에 넘겨진 흑인 남성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얘기를 다뤘다. 애티커스 핀치는 스카우트의 아버지로, 정의로운 법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퍼 리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사회 문제와 흑인 차별 실태 등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 소설은 1960년 7월11일 출간된 지 2년 만에 500만 부 이상, 전체 40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10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로 출간 이듬해인 196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미국 영어교사협회 발표에 따르면 1988년 미국 전체 중·고등학교의 74%가 '앵무새 죽이기'를 교재로 사용했다. 40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 출간됐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각색됐다.
1962년 '앵무새 죽이기' 영화의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십년간 뉴욕에 거주하던 하퍼 리는 2007년 뇌졸중을 앓은 뒤 고향 먼로빌에 돌아왔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로 국민 소설가 지위에 오른 것에 큰 부담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리 써뒀던 소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를 출간한 이후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앵무새 죽이기'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두자 하퍼 리는 이보다 더 나은 소설을 쓸 수 없다는 두려움에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하퍼 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거나 명예 학위를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은둔 생활 때문에 외부 활동 자체가 중요한 뉴스 거리가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이 경우에도 하퍼 리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단지 "고맙다"라는 감사 인사만 짤막하게 전했다고 한다.
'앵무새 죽이기' 출간 직후를 제외하고는 언론의 인터뷰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퍼 리는 1964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앵무새 죽이기'로 이런 성공을 거둘 줄은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 '파수꾼' 원고는 '앵무새 죽이기' 출간 55년 만인 지난해 2월 하퍼 리의 개인 금고에서 발견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 얘기를 다뤘다.
스카우트가 20대 중반의 숙녀로 등장하고 시점도 3인칭으로 바뀌었다. 26살이 된 그녀는 뉴욕에서 살다가 자신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가 있는 고향 앨라배마 주 메이컴(가상의 마을)을 방문하고, 70대 노인이 된 아버지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파수꾼'은 지난해 7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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