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소월아트홀에서는 신명나는 선소리 산타령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7회 경기소리축제 현장으로 경기서도 선소리 산타령 발표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선소리 산타령은 서울·경기 지역과 서도지방에서 불리는 잡가 중 서서 소리하는 선소리의 대표 곡목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돼 있다. 소리꾼들이 서서 노래한다고 하여 선소리라고 하며 여러 명의 소리꾼들이 늘어서서 가벼운 몸짓과 함께 소고를 치며 합창하는 민속가요를 가리켜 산타령이라고 한다. 즉 선소리 산타령은 '서서로 부르는 소리'로, 말 그래로 입창(立昌)으로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여러 명이 함께 흥을 돋으며 어깨춤이 나오는 흥겨운 소리다.
오랜만에 소리를 접한 필자는 기대감을 품고 공연을 기다렸다. 첫 순서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 최창남 보유자가 제자들과 함께 '놀량'을 선보였다. 그런데 최창남 보유자의 등장에서 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85세란 고령의 최 보유자는 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겨게 무대에 나와 공연을 하고 퇴장시에도 마찬가지 였다.
수 십명의 제자들이 예능보유자와 함께 움직이며 소리하는 모습, 우리 것을 지키고 이어나가며 우리 소리를 열심히 하는 공연하는 것이 가슴 뭉클게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창남 보유자를 보면서 아쉬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선소리 산타령이란 앞에서 언급했듯이 입창이다. 앉아서 하는 소리는 결국 선소리 산타령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면 무슨 연유로 최 보유자는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일까. 결국 문화재청에서 실효성있는 보유자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게 원인일 것이다.
그러면 해결책이 없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문화재청이 최창남 보유자를 명예 선소리 산타령 예능보유자로 지정하고 후임을 찾으면 된다. 타 종목에는 명예 보유자가 있는 데 선소리 산타령 종목에는 없다. 명예 보유자 제도는 어떠한 이유로 문화재 전승 교육이 어렵고 안될 경우 후학을 위해서나 우리 것을 지키고 이어 가려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 보유자도 결단이 필요하다. 연로하고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무대에 서겠다는 집념으로 좌식공연으로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이같은 고집이 선소리 산타령 문화 계승에 도움이 될까. 본인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보다는 후학 양성과 문화 계승을 위해서는 뒤로 물러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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