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동희·김정현 기자= 무용계가 문화재청이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을 강행하자 '민족의 혼과 얼을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이라며 반발,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불공정 인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최근 제2차 성명서를 통해 "문화재청의 시대착오적이며 독선적인 행정 폭주"라며 규탄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 태평무 1종목에서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그러자 36개 무용계 관련 단체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심사위원 편파구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태평무 인정예고자는 원형과 정통성을 벗어나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 주자라는 점이 치명적 한계로 지적됐다. 무용계의 거센 반발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는 2016년 2월 보류결정됐다.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는 그후 4여년이 경과함으로써 이는 자동폐기된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다시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당시 보유자로 인정예고된 1명이 11명의 선정자 명단에 포함돼 무용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이에 비대위는 1차 성명서를 통해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추가 '기량점검' 대상자로 11명의 보유자 후보 선정 기준과 진행절차를 문화재청에 공개와 행정 집행 중지를 요구했다.
비대위의 반대 표명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11명의 ‘보유자후보’를 대상으로 영상촬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인정조사 강행을 예고해 비대위와 무용계의 반발을 키웠다.
비대위는 "정권을 넘나들며 불공정 행정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은, 특정인을 보유자로 선정하기 위한 정·관 및 문화계 카르텔의 견고한 유착의 소산이라고 의혹을 제기한다"면서 "현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공정·평등·정의’라는 시대정신을 문화재청 스스로 방기하는 것으로서, 민족 고유의 춤문화유산을 왜곡·변질시키고 무용생태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그간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제도는 민족문화유산의 근간인 전통춤이 보유자 한 사람에게 독점돼 사유화돼 왔다는 비판과 문제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제도 재설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개선 없이 불공정 논란 속에 강행되고 있는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의 사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범 무용인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제2차 성명서를 통해 ▲불공정 행정이 자행된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절차를 백지화하고 시대변화와 전승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무형문화재 제도 재설계 ▲재검토(재심사) 결과 추가 ‘기량점검’ 대상자로 선정된 11명의 ‘보유자후보’에 대한 선정 기준과 절차 공개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책임있는 자세와 엄중한 판단 촉구 및 불공정 논란을 초래한 무형문화재위원 전원 사퇴 ▲밀실행정 및 불공정 행정을 자행한 문화재청 담당관료의 인사조치 ▲민족의 혼과 얼 훼손하는 불공정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즉각 중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2차 성명서에는 비대위 공동대표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북경무용대학 명예교수를 비롯 정승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숙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성대 명예교수, 임학선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윤덕경 서원대 명예교수·전 한국춤협회 이사장, 오율자 한양대 명예교수·전 한국스포츠무용철학회 회장, 이미영 국민대 교수·한국춤협회 이사장, 김태원 공연과리뷰 편집인·한국춤비평가협회 운영위원, 이종호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그외 전국의 대학 무용과 교수를 비롯 전·현직 국공립무용단체장 및 예술감독, 중견무용가 등 62명이 대거 참여했다.
김삼진·한명옥·안덕기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한국무용 전공 교수 전원이 참여한 것을 비롯 윤수미 동덕여대 교수, 전순희 서경대 교수, 박미영 단국대 교수, 강춘애 동국대 교수, 남수정 용인대 교수, 최은희 부산경성대 교수, 오레지나 대구가톨릭대 교수, 임현선 대전대 교수, 김명주 순천향대 교수, 염현주 세한대 교수, 배주옥 중부대 교수, 이정애·엄정자 전 대덕대 교수 등이 동참했다. 또 전·현직 국공립무용단장 및 예술감독으로는 김기전 전 대구시립무용단 초대안무자를 비롯 계현순 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홍경희 전 부산시립무용단장, 손인영 전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최병재·김혜자 국립국악원무용단 안무자, 최진욱 경기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김혜림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외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무용가들이 2차 성명서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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