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국민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일에 대해 대통령만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 시민사회는 "대통령이 그날 도대체 뭘 했길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며 기가 찰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17분까지 평일 근무시간대를 말한다. 300명이 넘는 국민의 생명을 구조할 수 있었던 천금 같은 골든타임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57·사법연수원 15기)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3회 준비절차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해 기억을 잘 못하고 있다"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가 공개한 행적보다 더 자세한 내용이 나왔느냐는 질문에도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앞으로 변론기일에서 주장하고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9명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청와대 위민관 접견실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법률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2일 1회 준비절차기일에서 이진성 재판관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게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답변서 제출을 요구한 이후 첫 만남이었다.
한편 대통령의 모르쇠에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며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 304명이 수장되는 대참사 속에 정부의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어야 하는 대통령이 그 급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며 "도대체 대통령이 감추려고 하는 행적의 비밀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늦기 전에 그날의 비밀을 국민들께 고백하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생떼같은 생명 304명이 기가 막힌 사고로 스러져간 그 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뭘 했는지 기억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개탄 했다.
장 대변인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속일 방도를 찾기 바라겠지만 그럴 방도는 찾지는 못할 것이다. 법기술자들 몇 십을 갖다 붙여도 진실을 감출 수는 없을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원혼이 진실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청와대에 경고했다.
정의당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통탄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부근 해상에서 한진해운 소속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돼 침몰한 사건이다.
이 여객선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교사 14명, 일반인 104명, 선원 33명 등 476명이 타고 있었다. 배가 침몰하면서 단원고생 250명을 포함해 승객 304명(실종 9명 포함)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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