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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국회 사무처, 윤석열 정권 풍자전시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한 밤 중 기습 철거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 강력 규탄
"국회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마땅"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정치 풍자 작품들이 전시회 개막 직전 국회 사무처에 의해 기습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전시회는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12명이 공동 주관했다.

전시회에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으며, 이 가운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을 비판하는 작품들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전시 주최 측은 주말인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 작품 설치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밤 사이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형배(무소속)·최강욱(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처가 오늘(9일) 새벽, 기습적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 설치된 전시작품 80여점을 무단 철거했다"며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고 규탄했다.

민 의원실의 설명을 들어보면, 애초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2023 굿바이전 인 서울’(굿바이전)은 국회사무처의 허가를 받아 이날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가 전시회를 코앞에 둔 이날 새벽 작품을 전면 철거하면서 전시회는 취소됐다.

앞서 국회 사무처는 민형배 의원실에 보낸 시정요구 공문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나,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에 의거해 전시 작품들을 자진 철거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작들은 특히 윤 대통령 부부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민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이번 전시는 곧 부당한 권력에 더는 시민들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 등은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비판하며 전시회를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전시회의 정상적 진행을 약속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에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회의실이나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국회마저 짓밟은 표현의 자유, 전시작품 무단철거한 야만적 국회사무처를 규탄한다!

국회사무처가 오늘(9일) 새벽, 기습적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 설치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 철거했습니다. 작품들은 오늘 열릴 ‘굿바이전 in 서울’전시회를 위해 전날 오후 설치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9일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습니다.

이에 탈법, 위법, 불법, 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습니다. 정권 앞에 줄 서느라 제 기능과 역할을 망각한 일부 언론에 대한 풍자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곧 부당한 권력에 더는 시민들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습니다. 풍자로 권력을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시민들에 미처 공개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구석 어딘가에 갇혔습니다.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극명하게 드러난 국회와 정치의 ‘예술 문맹’, 그 민낯이 참담합니다.

이번 철거는 주최 측인 사단법인 서울민족예술인총연합과 굿바이전조직위원회와 협의되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공동주관한 국회의원 12명도 철거에 동의한 바 없습니다. 오직 국회사무처의 알량한 권한으로 무단 진행한 것입니다. 국회사무처는 공동주관 의원실에 어제저녁 7시 이후부터 공문을 보냈습니다. 세 차례 ‘자진철거’라는 이름으로 겁박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공동주관한 의원들 간 소통이 어려우니, 다음날에 답을 드리겠다 했지만, 철거는 새벽에 이루어졌습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를 그 근거로 들며, 공문에 "국민 통합과 공동체의 화합을 저해하는 작품을 자진철거하라"고 기재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작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문제점 확인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대한민국 기본권입니다. 우리 헌법에 따라 누구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지닙니다. 일제 강점기 저항예술인들이 목숨과 맞바꿔가며 어렵사리 수호한 표현의 자유입니다. 민주화 운동 무렵 민중예술가들이 모진 탄압을 감내하며 쟁취한 표현의 자유입니다. 국회사무처의 이번 행태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를 몰수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낙인찍은 1989년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 퇴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국회는 민의를 대변합니다. 국회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마땅합니다. 이 같은 국회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사무처의 야만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웃자고 얘기하는데 죽자고 덤비는 국회사무처입니다. 이러한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사무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회사무처뿐 아니라 이를 감독하는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합니다. 의장은 이제라도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다가갈 수 있도록, 철거한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합니다. 작가들과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시회는 조속히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저희 의원들이 힘을 모을 것입니다.


2023년 1월 9일

국회의원 강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용민, 민형배, 양이원영, 유정주, 윤미향, 이수진(동작),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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