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강나무 꽃 따다 말린 진한 향기
- 정진실 시인
그리움 쌓이듯 노랗게 쌓이고
숨긴 기다림 꺼내 불러보는 그 이름은
이다지도 향기롭게 서러웁나
달 하나 걸린 먼 산
진달래는 피어 길게 누운 산의 소리 젖어 있다
하늘의 강엔 구름 흐르고
구름 사이 언뜻언뜻 별과 같이
솟구치는 그리움 고운 체로 걸러
생강나무 꽃 진한 향기
먼산 너머너머
바람에 실어 보낸다
■ 시평 / 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진실의 시 감상에 있어서 즐거움은 절묘한 은유를 보는 데 있다. 은유는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사유를 너머 직관과 상상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 시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숨긴 기다림 꺼내 불러보는', '길게 누운 산의 소리 젖어 있다', '그리움 고운 체로 걸러' 등의 표현에 내재된 은유 구조 때문일 것이다.
자아와 세계의 새로운 합일된 통일체를 추구하려는 것이 시적 한 지향이라고 보면, '그리움 고운 체로 걸러'라는 '낯설게 하기'는 시적 세계로 회귀하려는 유효한 장치라 볼 수 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그리움의 세계를 체로 걸러 냄으로써, 감각적 대상화는 물론 비가시화의 불편함을 일시에 극복해낸다.
화자의 그리움이, 숨긴 기다림 꺼내 불러본다는 명유적 사유에서 발전하여, 구름 사이 언뜻언뜻 '별'로 암유됨으로써 독자에게 정서적 미감을 느끼게 한다. '언뜻언뜻', '너머너머' 등의 의태어의 적절한 활용도 적재적소에서 생동감을 자아낸다. 추상에서 구상으로 이동하는 은유적 사유는 그리움의 관념을 시각화하고 있어 시적 성취를 돕고 있다.
■ 정진실 시인 프로필
- 부산 기장 출신
- 부산대학교 수학과 졸
- 2015년 문학도시 등단
- 2016년 부산시조 시조 신인상 수상
- 기장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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