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강하게 비판해온 우원식 국회의장이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하는 것은 박병석 전 의장이 2021년 터키 순방과 겹쳐 부득이하게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우 의장은 14일 밤늦게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입법부 수장으로 헌법정신 수호와 여야 간 중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무 사이에서 깊이 고심했다"며 "유감스럽지만, 국민께서 염려하고 광복회가 불참하는 광복절 경축식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대표로서 국민 대다수의 뜻, 나아가 헌법정신에 반하는 경축식에는 참석하기 어렵다"며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 걱정과 분노에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광복절 경축식을 반쪽으로 만들어 놓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우 의장은 이어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에게서 광복절을 빼앗아 무엇을 남기려 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가행사에 입법부 수장이 참석할 수 없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앞서 지난 12일 이종찬 광복회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3부 요인이니 경축식에 참석하는 것이 옳다"는 조언을 듣고 참석 여부를 고심해왔다.
우 의장은 또 13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과 관련해 "피임명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한 만큼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제79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당사자의 해명에도 신임 관장이 설립 취지에 적합한 역사 인식을 갖췄는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하는 자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독립운동을 모독하고 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건국절 추진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를 대표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책임 있게 이 혼란을 매듭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단체인 광복회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광복절 기념식 불참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광복절을 갈등과 분열의 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쪼개진 경축식으로 남겨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께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국민 통합은 대통령의 책무이고, 그 책임을 가장 무겁게 짊어져야 하는 것도 대통령"이라고 힘줘 말했다.
우 의장은 마지막으로 "내년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자 한일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과거를 성찰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 의장은 정부 경축식뿐 아니라 광복회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여는 광복절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국회의장 가운데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는 데 대한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대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국회에 초청해 오찬을 가진 뒤, 용산역 광장을 방문해 강제동원노동자상에 헌화할 예정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도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다.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윤석열 정부 역사관 논란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이 입법부 수장으로서 헌법 수호와 여 야 간 중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무 사이에서 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6당도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한다. 민주당은 대신 광복회가 개최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개별 의원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도 찾는다.
개혁신당 역시 일부 참석에 그칠 예정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준석 의원 등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준석 의원은 SNS에 “정부·여당 기조가 정상이 아니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다만 허은아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 참석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주최로 연 '8·15 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사대굴종 외교 규탄', '사도광산 합의 규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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