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0 (수)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이문자 시인의 '먼지, 떠돌다', 잊힌 방에서 길어 올린 시적 기록

삶의 경계에 선 존재들의 목소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도시의 작은 방, 한때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던 공간에 어느 날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따뜻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낡은 가구의 흔적과 먹빛의 기억만이 남았다.

이문자 시인의 시 '먼지, 떠돌다'는 일용근로자의 불안한 삶과 소외된 인간 존재의 고단함을 밀도 있는 언어로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시 속의 그는 비 오는 날이면 일을 나가지 못해 하루가 막막한 일용근로자다. 부스러기 돈을 모아 방세를 내고, 월세 보증금은 점점 줄어 조각만 남는다. 문 앞에 쌓인 광고지 더미만큼이나 오랜 시간 인기척도 없던 방. 주인 할머니가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엔 텅 빈 공간과 함께 '죄송합니다'라는 미완의 문장만이 방 벽에 남아 있었다.

벽에 붙은 수많은 전화번호는 마치 떠도는 먼지처럼 아무 데도 연결되지 않고, 사람의 흔적조차 푸석푸석하게 버려진 그의 지난했던 날만이 공간에 남는다. 시인은 이 모든 풍경을 '먼지'와 '떠돌다'라는 상징적 언어로 포착해낸다. 존재하지만 곧 사라지는, 그러나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생의 기록을 정제된 시어로 증언한다.

이문자 시인은 "작은 방 하나에도 수많은 사연이 쌓이고, 말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향한 시선은 곧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다. 독자는 이 시를 통해 삶의 가장자리에서 흔들리는 존재들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떠돌다 사라진 이의 삶은 정말 먼지였을까?

■ 작품 전문

먼지, 떠돌다 / 이문자 시인

얼마 전까지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던 방 안에 냉기가 가득하다 낡은 가구가 있던 빈자리엔 가구들의 살점이 고여 있다 먹빛 살점은 떠난 사람의 사연이다

그는 일용근로자 집에 있는 날보다 나가는 날이 많다 비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불안을 안고 산다 방의 모든 물체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불안에 떤다

그는 부스러기 돈을 모아 방세를 낸다 큰 덩어리였던 월세 보증금도 줄고 줄어 조각만 남았다 광고지가 쌓인 두께만큼 한동안 문도 열리지 않고 인기척이 없다

티끌 모아서 태산을 만들었던 주인 할머니 티끌을 줍기 위해 그 방을 열었을 때 방 안이 비어 있었다 방 벽에 붙은 종이에 "주인 할머니 죄송합니다"라고 다 맺지 못한 조각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방 벽에 쓰인 많은 전화번호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 먼지처럼 아무 번호도 연결되지 않는다 사람 흔적 없이 푸석푸석 버려진 그의 지난했던 날만 남았다

■ 작품 해설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먼지, 떠돌다'는 도시 빈곤의 그늘에 가려진 존재들의 현실을 정제된 언어로 포착한 작품이다. 시인은 '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과 불안정한 존재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먹빛 살점', '죄송합니다' 같은 표현은 삶의 무게와 미안함을 압축한 시적 장치이며, 전화번호조차 연결되지 않는 단절의 풍경은 곧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말해준다.

이 시는 단지 한 개인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떠돌다 사라진 그 '누군가'는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들의 자리를 외면하는지를 묻는다. 시인은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먼지'라는 시어로 길어 올린다.


■ 이문자 시인

시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사)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서울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시집 <푸른 혈서>, <삼산 달빛연가> 등 출간. 경북일보 문학대전 문학상 등 수상.


이문자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존재의 그림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며, 인간 존엄과 삶의 진정성을 일관되게 노래하고 있다.

[편집자의 주]

[詩가 있는 아침]은 시 한 편을 통해 오늘의 일상에 따뜻한 성찰을 불러오는 지면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문자 시인의 '먼지, 떠돌다'는 삶의 가장자리에 선 존재들, 말없이 사라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시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삶의 풍경을 함께 마주해보시길 바란다. 시는 때로 뉴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i24@daum.net

배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이종찬 광복 회장, "정신과 문화의 힘으로 세계 선도하자"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 80주년을 맞아 열린 중앙경축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대한민국은 정신과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위대한 문화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는 이재명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와 독립유공자 후손,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80년 전 우리 민족은 잃었던 이름과 말을, 그리고 주권을 되찾았다"며 "그날은 단순히 빼앗긴 것을 되찾은 날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80년을 "민족의 승리의 역사"로 평가하며 민주주의 발전, 산업화와 경제 성장, 문화의 세계화를 성취한 대한민국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어 "민족운동의 심장 속에는 민주주의가 있었고, 민주주의의 뿌리에는 민족운동이 있었다"며 올바른 역사 인식과 정체성의 확립을 당부했다. 특히 이 회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 선진국 대한민국"의 꿈을 언급하며, 광복 100주년을 향한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정신적·도덕적 풍요를 누리며 존경받는 나라, 문화 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20년 대기획이 마련되길 소망한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 등 장관급 6명 인선…"상상력과 실천으로 난제 해결" (서울=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교육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을 내정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에 대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한 상상력과 신속한 실천으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이다. 중학교 교사로 시작해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을 교육 현장에서 보낸 최 후보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과 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며 지역 균형 발전에도 깊은 이해를 쌓았다. 대통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 이행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원민경 변호사다. 민변 여성인권위원장과 국회 성평등 자문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왔다. 원 후보자는 “양성평등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 아래 통합과 포용을 바탕으로 성평등 사회 구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명됐다. 소득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경제체제 연구를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