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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라는 이름의 계절

초여름, 푸름 속의 침묵과 다집
기억으로 피어나는 훈장의 의미

(서울=미래일보) 최현숙 기자 = 한 해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달, 6월이다. 초여름 길목의 햇살은 더욱 깊어졌고, 바람은 한층 푸르러졌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은 저 언덕머리까지 깃발처럼 출렁이고, 나무들은 묵묵히 제 가지를 뻗는다. 장미의 겉잎이 바삭하게 말라갈 무렵, 계절은 제 몫을 다하듯 여름의 속살로 스며든다. 이름 모를 들풀들이 골목 어귀에 무성히 피어나고, 산과 들은 침묵 속에서 초록을 부풀린다.

시인은 6월을 '빛나는 상처'라 말하고, 농부는 '수확의 약속'이라 부른다. 한여름의 들판에서 땀으로 일궈가는 농부들의 등줄기에서는 이미 가을로 향하는 몸짓이 꿈틀거린다. 논두렁에 앉아 허리를 펴는 짧은 숨결 속에도 씨앗을 뿌릴 때의 기도와 거두어야 할 날들의 무게가 함께 얽혀 있다.

이 계절을 건너는 이들은 늘 한걸음 앞을 본다. 누군가는 기억을 꺼내는 회상의 달로, 또 누군가는 새로운 다짐을 품는 시간으로 이 달을 맞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6월은 무엇으로 다가오는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가. 기억의 저편을 더듬다 보면, 6월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달은 아니다.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이름 아래, 그 숲 어딘가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와 무명용사들의 이름이 조용히, 깊이 우리 가슴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어느 날 행복했던 가족이 잃어야 했던 평범한 하루의 이름이, 바람처럼 마음을 스치며 지나간다.

필자 역시 6월이면 생전의 친정아버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아버님은 '국가유공자'라는 이름을 달고 사셨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할아버지는 그 시절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훈장이셨다. 그 덕에 아버지는 남들보다 일찍 글을 깨우쳤고, 필체가 남달라 군 복무 중에도 사무병으로 일하며 많은 훈장을 받으셨다.

훈장의 이름과 모양은 달랐지만, 어린 시절 우리에게 아버지의 훈장들은 영웅의 증표였다. 삶이 다해 가던 마지막 날까지 아버지는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그날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태극기를 두른 그 몸을 다시 한번 안고 마지막 체온을 느꼈다. 6월은 늘 그렇게 푸르름과 깊어지는 햇살 속에 싱그럽고 환하지만, 그런 기억들 속에서 아버지의 얼굴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6월은 슬픔만을 품은 달은 아니다. 오히려 그 슬픔을 씻어내는 시간이며, 뜨거운 햇살 아래서 피어나는 다짐과 희망이 있다. 잎사귀를 스치는 바람처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말보다 더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을 건드리며 지나간다. 자연은 이 계절을 결코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매미의 울음은 아직 들리지 않지만, 공기 속에는 이미 여름의 등줄기가 숨 쉬고 있다. 계절이 먼저 말을 걸고, 말 없는 자연이 먼저 우리 삶을 바라본다. 그 앞에서 문득 ‘우리가 살아 있다는 단순한 진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오늘, 누군가의 노동으로 맺어진 열매, 누군가의 기다림으로 지켜지는 평범한 일상. 6월은 그래서 기억의 달이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달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 들판을 바라보며, 한 해의 끝자락에 이루어질 열매를 더욱 간절히 바라보게 된다.

햇살이 짙어지고 나뭇잎의 그늘이 더욱 짙어질수록 우리의 마음도 조금은 천천히,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6월에는 한 문장쯤은 비워두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 그 빈 문장 속으로 낯선 바람 하나 스며들고, 누군가의 안부나 오래된 기도가 살며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말보다 눈빛이, 속도보다 느린 발걸음이 더 소중해지는 계절. 이 계절에는 그렇게, 자연 속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gktkfkd04tk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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