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토)

  • 맑음동두천 4.3℃
  • 맑음강릉 4.9℃
  • 맑음서울 4.8℃
  • 맑음대전 5.7℃
  • 맑음대구 7.7℃
  • 맑음울산 8.1℃
  • 맑음광주 5.6℃
  • 맑음부산 9.7℃
  • 맑음고창 2.8℃
  • 맑음제주 7.4℃
  • 맑음강화 4.1℃
  • 맑음보은 4.6℃
  • 맑음금산 5.6℃
  • 맑음강진군 5.7℃
  • 맑음경주시 7.5℃
  • 맑음거제 8.9℃
기상청 제공

유월이라는 이름의 계절

초여름, 푸름 속의 침묵과 다집
기억으로 피어나는 훈장의 의미

(서울=미래일보) 최현숙 기자 = 한 해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달, 6월이다. 초여름 길목의 햇살은 더욱 깊어졌고, 바람은 한층 푸르러졌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은 저 언덕머리까지 깃발처럼 출렁이고, 나무들은 묵묵히 제 가지를 뻗는다. 장미의 겉잎이 바삭하게 말라갈 무렵, 계절은 제 몫을 다하듯 여름의 속살로 스며든다. 이름 모를 들풀들이 골목 어귀에 무성히 피어나고, 산과 들은 침묵 속에서 초록을 부풀린다.

시인은 6월을 '빛나는 상처'라 말하고, 농부는 '수확의 약속'이라 부른다. 한여름의 들판에서 땀으로 일궈가는 농부들의 등줄기에서는 이미 가을로 향하는 몸짓이 꿈틀거린다. 논두렁에 앉아 허리를 펴는 짧은 숨결 속에도 씨앗을 뿌릴 때의 기도와 거두어야 할 날들의 무게가 함께 얽혀 있다.

이 계절을 건너는 이들은 늘 한걸음 앞을 본다. 누군가는 기억을 꺼내는 회상의 달로, 또 누군가는 새로운 다짐을 품는 시간으로 이 달을 맞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6월은 무엇으로 다가오는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가. 기억의 저편을 더듬다 보면, 6월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달은 아니다.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이름 아래, 그 숲 어딘가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와 무명용사들의 이름이 조용히, 깊이 우리 가슴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어느 날 행복했던 가족이 잃어야 했던 평범한 하루의 이름이, 바람처럼 마음을 스치며 지나간다.

필자 역시 6월이면 생전의 친정아버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아버님은 '국가유공자'라는 이름을 달고 사셨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할아버지는 그 시절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훈장이셨다. 그 덕에 아버지는 남들보다 일찍 글을 깨우쳤고, 필체가 남달라 군 복무 중에도 사무병으로 일하며 많은 훈장을 받으셨다.

훈장의 이름과 모양은 달랐지만, 어린 시절 우리에게 아버지의 훈장들은 영웅의 증표였다. 삶이 다해 가던 마지막 날까지 아버지는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그날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태극기를 두른 그 몸을 다시 한번 안고 마지막 체온을 느꼈다. 6월은 늘 그렇게 푸르름과 깊어지는 햇살 속에 싱그럽고 환하지만, 그런 기억들 속에서 아버지의 얼굴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6월은 슬픔만을 품은 달은 아니다. 오히려 그 슬픔을 씻어내는 시간이며, 뜨거운 햇살 아래서 피어나는 다짐과 희망이 있다. 잎사귀를 스치는 바람처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말보다 더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을 건드리며 지나간다. 자연은 이 계절을 결코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매미의 울음은 아직 들리지 않지만, 공기 속에는 이미 여름의 등줄기가 숨 쉬고 있다. 계절이 먼저 말을 걸고, 말 없는 자연이 먼저 우리 삶을 바라본다. 그 앞에서 문득 ‘우리가 살아 있다는 단순한 진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오늘, 누군가의 노동으로 맺어진 열매, 누군가의 기다림으로 지켜지는 평범한 일상. 6월은 그래서 기억의 달이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달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 들판을 바라보며, 한 해의 끝자락에 이루어질 열매를 더욱 간절히 바라보게 된다.

햇살이 짙어지고 나뭇잎의 그늘이 더욱 짙어질수록 우리의 마음도 조금은 천천히,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6월에는 한 문장쯤은 비워두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 그 빈 문장 속으로 낯선 바람 하나 스며들고, 누군가의 안부나 오래된 기도가 살며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말보다 눈빛이, 속도보다 느린 발걸음이 더 소중해지는 계절. 이 계절에는 그렇게, 자연 속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gktkfkd04tkah@hanmail.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 해임,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의 해임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회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해임은 그동안 독립운동 정신을 선양해야 할 위치에서 오히려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폄훼해 온 자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광복회는 이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에 대한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라며 "피로 쓰인 역사는 결코 혀로 덮을 수 없다는 역사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김 전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종교시설로 사유화했다"고 비판하면서, "일제하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부정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광복절에 '해방은 연합국의 선물'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독립기념관장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실추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광복회는 이번 조치를 "독립운동을 끊임없이 깎아내리고 민족혼을 말살해 온 뉴라이트 세력 몰락의 시작"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관련 세력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역사 정의 실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관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평가가

정치

더보기
촛불행동 "민주당·조국혁신당, 조희대 탄핵 당론 채택하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와 관련해 "내란 단죄가 미흡하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19일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형 선고는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에 대한 엄중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택했다. 이에 대해 촛불행동은 "국민적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입장문에서 조 대법원장이 내란 사태 당시 사법부 운영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법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 측은 일부 야권 의원들이 이미 '조희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