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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인 시인, 보석보다 아름다운 언어를 모으는 사람들

시인은 언어를 모으고, 언어는 영혼을 지켜낸다
민중의 목소리에서 일상의 낙서까지, 언어를 수집하는 시인의 소명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는 흔히 '언어의 예술'이라 불린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시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언어를 모아내는 작업이다. 흩어져 있는 언어의 파편을 주워 모아 반짝이는 질서로 배치하고, 일상의 말을 빛나는 음악으로 바꾸는 일.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소명이다.

세상의 언어는 너무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 아름다운 말, 인간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말은 드물다. 시인은 그 드문 언어를 알아보고, 한 편의 시 속에 보존하는 사람이다. 고대의 서사시인에서 현대의 자유시인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행위는 본질에서 언어를 모으는 일이었다.

시인은 무엇을 모으는가. 그것은 단순히 '단어'가 아니다. 시인이 모으는 것은 의미와 울림, 감각과 정서다. 언어가 인간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올 때 그것은 흔히 무채색의 소리로 흩어지지만, 시인은 그 소리에 색을 입힌다.

무지개의 시인, 워즈워스는 "시는 강렬한 감정의 자발적 흘러넘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흘러넘침이 언어의 질서를 만나지 못한다면, 시는 산문과 다른 바 없다. 시인이 하는 일은 바로 그 언어의 바다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조각을 수집하고 배열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집의 과정은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도 일어난다. 김소월은 민요적 어휘를 모아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라는 구절을 만들었고, 한용운은 '님'이라는 단어 하나에 시대의 그리움을 집약시켰다. 그들이 택한 언어는 결코 평범한 단어가 아니었다. 역사의 고통과 민족의 심장을 담아낸 언어의 결정체였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는 민중의 삶의 파편을 모았다. 전쟁, 기근, 유랑민의 고통. 그는 그것을 '봄의 강가' 같은 평범한 어휘 속에 새겼다. 한국의 정지용은 시어 '향수'를 통해 사라져가는 고향의 언어를 보존했다. 그의 시는 한 세대가 잃어버린 삶의 풍경을 언어로 수집한 기록이다.

셰익스피어는 연인의 대화와 거리의 언어를 모아 연극과 소네트에 새겼다. 그가 모아놓은 언어는 단순한 사랑의 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비극과 희극을 관통하는 보편적 목소리였다.

에밀리 디킨슨은 일상의 사물에서 언어를 채집했다. 벌, 꽃, 죽음, 창문. 그녀는 사소한 사물에 신비한 의미를 불어넣음으로써, 언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냈다.

언어를 모은다는 것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시대를 보존하는 일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억압받는 민중의 말, 노동자의 목소리를 모아 시에 담았다. 그의 언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정치적 무기가 되었다. 폴 첼란은 아우슈비츠의 언어를 모았다. '죽음의 푸가'라는 시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언어로 기록했다. 잿더미 속에서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기억이었다.

이렇듯 시인은 시대의 파편을 언어로 수집하여, 미래 세대가 그것을 기억하게 한다. 시집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언어의 박물관이자 정신의 기록보관소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언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짧은 메시지, 빠른 뉴스, 끊임없이 생성되는 SNS의 말들. 이 거대한 언어의 홍수 속에서, 시인은 여전히 아름다운 언어를 모아야 한다.

현대 시인은 일상의 파편화된 언어에서 새로운 빛을 찾아낸다. 누군가는 광고 문구에서, 누군가는 지하철 벽의 낙서에서, 누군가는 일상의 대화 속 농담에서 새로운 시어를 발견한다. 중요한 것은 그 언어가 단순히 소비되고 사라지지 않고, 시 속에서 영원한 울림으로 보존되는 것이다.

시는 결국 '아름다운 언어를 모으는 일'이다. 시인은 그 모음의 장인이다. 누군가는 낱말을 흩어버리지만, 시인은 그것을 모아 한 편의 시로 만든다. 이 행위는 곧 언어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작업이 된다.

유명 시인들의 언어는 모두 이렇게 모여 왔다. 민족의 고통, 사랑의 체험, 죽음의 기억, 일상의 빛나는 순간. 그들이 남긴 언어의 보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나며, 우리에게 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세상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수집하는 숭고한 작업이다. 시인이 모아둔 언어는 시대를 넘어 후대에 건네지는 유산이며, 시인은 그 유산을 지켜내는 수호자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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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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