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글문학의 세계적 위상과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오는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이사장 심상옥)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한글문학, 전환기에 서다'를 주제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글문학의 방향과 역할을 새롭게 모색한다.
1954년 창립된 국제PEN한국본부는 지난 70년간 60회 이상의 국제PEN 총회에 한국 대표단을 파견해온 문학 외교의 중심 기관이다.
특히 2015년부터 시작된 세계한글작가대회는 세계 각국의 한글 창작자와 디아스포라 문인들이 교류하는 '한글문학의 세계축제'로 자리매김했다.
■ 1천여 명이 모이는 한글문학의 향연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 문인, 한글학자, 해외동포 작가, 번역가, 한글 유학생 등 약 1,000여 명이 참석한다. 조직위원장은 소설가 김홍신, 집행위원장은 문학평론가 김종회(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가 맡아 대회를 이끈다.
김종회 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한글로 창작하는 디아스포라 작가들에게 새로운 창작의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라며, K-문학의 확산과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의 존재감 강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시로 여는 개막 - 신달자 시인의 목소리
14일 개막식은 시인 신달자의 낭송으로 막을 올린다. 한국 현대시의 대모로 불리는 그는 언어의 섬세한 감각과 서정적 온도로 '삶의 결을 어루만지는 시'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시낭송은 한글의 울림과 숨결을 통해, 대회의 주제인 ‘전환기’ 속에서도 변치 않는 언어의 품격을 일깨우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이어 김홍신 조직위원장,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부총리급),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부르한 쉔메즈 국제PEN 회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가수이자 시인 정태춘, 플루트 연주자 송솔나무의 축하공연이 무대를 물들인다.
■ 조직위원장 김홍신 - 대중성과 문학의 교차점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김홍신은 <인간시장>으로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장을 연 대표적인 작가다. 그의 작품은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존엄을 동시에 응시하며,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문학 활동과 교육, 사회봉사를 이어온 그는 "세계한글작가대회가 한국문학의 국제적 교류를 견인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한글문학의 세계화를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 도종환 - 시에서 정치로, 실천으로 이어지는 서정
15일 둘째 날에는 시인 도종환이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그는 시인으로 출발해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며 문학과 정책, 예술과 공공성을 잇는 다리를 놓아온 인물이다.
그의 시에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시적인 것"이라는 신념이 흐른다. 이번 강연에서는 ‘문학의 사회적 확장’이라는 주제로, 한글문학이 공동체의 윤리와 문화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짚어낼 예정이다.
■ 차인표 - 스크린에서 책으로, 이야기의 또 다른 언어
영화배우이자 작가 차인표의 참여는 올해 대회의 또 다른 화제다. 그는 연기자로서 수많은 국민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작가로 변신해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발표하며 새로운 서정의 세계를 열었다.
차인표는 이번 대회에서 '이야기와 인간, 그리고 언어의 경계'라는 주제로 배우로서의 경험과 작가로서의 사유를 교차시킬 예정이다.
그는 "연기든 글쓰기든 결국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이라며 "한글의 표현력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진실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의 참여는 한글문학이 예술 전반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성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시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정태춘 - 노래하는 시인, 시대의 양심으로 서다
가수이자 시인 정태춘은 지난 40여 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와 고뇌를 음악으로 기록해온 '음유시인'이다. 그의 노래는 시와 사회비판이 결합된 언어로, 한글 가사의 서정성과 사유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검열과 싸우며 음악의 자유를 지켜온 그의 행보는 이번 대회의 '전환기'라는 주제에 실질적 무게를 더한다. 그의 축하무대는 '노래 속 문학', '문학 속 노래'가 만나는 자리로, 한글의 울림이 음악을 통해 세계로 확장되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 정재환 - 대중 속의 한글, 언어의 실천가
방송인 출신의 학자이자 한글운동가 정재환은 대중적 플랫폼에서 학문적 신념을 실천해온 '언어의 전도사'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글문화연대 등에서 한글 바로쓰기 운동과 공공언어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의 활동은 한글의 가치가 단순한 문자 체계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정체성과 공동체 윤리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번 대회가 지향하는 '생활 속 문학, 살아 있는 한글'의 정신을 대변한다.
■ 세계 속의 한글문학, 미래를 향한 발걸음
16일에는 방송인 정재환과 독일 본대학교 명예교수 알브레히트 후배, 광복 80주년 기념 시낭송회, 다문화가정 학생 수료식 등이 이어진다.
폐회식은 영화평론가 양미경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며, 심상옥 대회장의 폐회사, 제11회 대회 기록영상 상영, JL싱어즈와 가수 유리(URI)의 축하공연이 대미를 장식한다.
17일 마지막 날에는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걷는 문학기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김홍신 조직위원장 "세계문학 속의 한글시대를 열겠다" 김홍신 조직위원장은 "세계한글작가대회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문학축제로 성장했다"며 "한글문학이 세계 속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PEN한국본부는 국내 유일의 노벨문학상 추천기관으로, 역대 대회에는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랑스의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2008 노벨문학상 수상자), 고려인 작가 아나톨리 김(톨스토이문학상 수상자) 등이 기조강연자로 참여한 바 있다.
■ 문학, 음악, 영화, 언어가 하나 되는 자리
이번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문학, 음악, 예술, 학문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통합예술축제’로, 한글문학의 세계화를 넘어 K-문학의 새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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