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하며, 다산의 글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정약용 선생은 고난 속에서도 글을 멈추지 않았고,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며 "오늘 우리가 축하하는 이 상의 의미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문학은 시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인간을 향해 묻는 질문"이라며 "문학은 단지 감성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가장 오래된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오늘의 문학이 지닌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지금의 문학은 더 깊은 윤리적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며 "상을 받은 작가 분들의 글 속에서 저는 절망의 시대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보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문학이 때로는 한 사람의 생을 붙드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며 "작가의 언어 한 줄이 사람의 마을을 지탱할 수 있다며, 그것이 곧 문학의 존재 이유"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끌어냈다.

박 교수는 끝으로 "<문학에스프리>가 젊은 세대와 전통 문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자리가 문학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행사를 축하하는 인사말을 넘어, 문학이 시대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울림 깊은 축사였다.


"문학은 생을 확장하는 또 하나의 길"

이어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박세희 <문학에스프리>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문학의 공통체적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박세희 발행인은 "문학은 생명의 확장선이자 인간의 정신을 확장시키는 지적 장치"라며 "<문학에스프리>가 지켜온 정신은 단순한 작품 발표의 장을 넘어, 서로의 생을 이해하고 보듬는 문학적 연대"라고 강조했다.

박 발행인은 이어 "오늘 이 자리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문학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문학은 혼자 쓰지만, 함께 읽으며 완성된다"라고 문학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세희 발행인은 특히 한국문학의 다양성과 실험정신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젊은 작가의 등용문을 확장하고, 중견·원로 작가들의 창작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세희 발행인은 끝으로 "오늘의 수상자들은 고유한 목소리로 문학의 품을 넓히며, 한국문단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분들이다"라며 "2026년에는 더 많은 신진 작가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문학적 다양성과 실험정신을 포용하는 장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허형만 심사위원장 "올해는 주제의 깊이·표현의 밀도가 돋보인 해"

문학상 심사를 총괄한 허형만 심사위원장(시인·문학평론가)은 올해 상의 경향을 "주제적 깊이와 표현의 밀도가 돋보인 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문학상 본상 수상자인 김호운 소설가의 장편소설 <표해록>을 "한국문학의 수평선을 넓힌 서사"로 평했다.

허 위원장은 "김호운의 수상작은 인물의 감정선과 서사의 결이 섬세하게 맞물린 작품이다"라며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균열과 상처를 포착해, 그것을 삶의 전진력을 만들어내는 서정적 힘이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조선 성종 시기의 청백리 최부가 표류 끝에 중국 대륙을 횡단한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는 인간의 존엄과 생존의 윤리를 장엄한 서사로 풀어냈다"며 "절망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이 작품은, 마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처럼 숙명과 투쟁의 서정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을 예술로 승화시킨 필력, 인간의 내면을 포착한 통찰이 돋보였다"며 "이 소설은 한국문학이 세계문학과 견줄 만한 수준임을 증명한다"고 평했다.

허 위원장은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건보다 '감정의 진실'로 답하려는 탁월한 작가적 태도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끝으로 "수상작 <표해록>은 단단한 문장력과 인간 이해의 깊이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김 소설가가 향후 한국문학의 중심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의 결핍을 이해하려 쓴 글… 그 질문이 결국 나를 구했다”

이번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 수상자 김호운 소설가(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는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창작 여정을 회고하며 문학의 본질을 깊이 있게 풀어냈다.


김호운 소설가는 "<표해록>은 조선시대의 표류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길을 잃은 인간의 이야기"라며 "절망의 바다를 건너는 동안 최부는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품격을 잃지 않았다. 그 이야기에 제 자신이 닮아 있었다"고 밝혔다.

김호운 소설가는 이어 "작가로서 언어는 제 유일한 항해수단이었고, 오늘의 이 상은 그 항로의 등불 같다. 앞으로도 문학의 바다에서 진실한 항해를 계속하겠다”며 "저는 늘 인간이 가진 결핍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소설가는 그러면서 "이번 수상작 또한 누군가가 감추어두었던 오래된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알고 싶어 쓴 작품"이라며 "사실은 그 질문이 제 자신을 치유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작품의 창작 경위에 대해 고백을 더했다.

김호운 소설가는 끝으로 수상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며, "문학이 제게 준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더 치열하고 진실하게 쓰겠다"고 다짐했다.


작가상 수상자 장석영 수필가… "사소한 일상의 결을 문학의 온도를 발견했다"

장석영 수필가는 이번 작가상 수상 소감을 통해 "삶의 사소한 결"을 담았다고 밝혔다.


장석영 수필가는 "수필은 마음의 온도를 잴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장르"라며 "저는 화려한 서술보다, 일상 속의 미세한 울림을 기록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 수필가는 이어 "글을 쓰며 가장 배운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였다"며 "그 이해가 바로 문학의 출발점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 수필가는 그러면서 "이번 수상은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며, 그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써 내려가겠다"고 덧붙였다.


작품상 수상자 이선자 시인… "시는 침묵의 속에서 피어나는 언어의 술결"

작품상 수상자 이선자 시인은 "시는 침묵의 언어로 존재를 회복시키는 예술"이라며 수상의 의미를 전했다.


이선자 시인은 "시는 말보다 더 깊은 침묵 속에서 피어다"며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상처와 연민, 그리고 잊히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을 시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어 "이번 작품은 제 안의 오래된 어둠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다시 빛을 발견한 과정이었다"며 "앞으로도 언어의 숨결로 세상의 떨림을 전하는 시인이 되겠다"고 전했다.


한국문단의 새로운 얼굴들 …2025년 <문학에스프리> 신인상 수상자 발표

올해 신인상은 시·수필 부문에서 참신한 목소리를 보여준 신진 작가들에게 돌아갔다. 심삼위원단은 "새로운 언어 감각과 세계를 바라보는 개성적 시선이 돋보였다"고 총평했다.

시 부문 시인상 수상자들은 "시는 제게 존재를 확인하는 숨 같은 것이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깊은 언어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모았다.

또한 수필 부문 신인상 수상자들은 "일상의 작은 진실을 기록하고 싶었다"라며 "독자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겠다"고 전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신인상 부문에서 총 12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가나다순)

▲봄호: 김영숙(시 부문)·김이로(시)·최병희(시)·이한진(수필) ▲ 가을호: 배오석(시)·오은영(시)·이필녀(시) ▲ 겨울호: 임혁(시)·한도자(시)·김순희(수필)·김형수(수필)·신선자(시).

이들은 각자의 장르에서 신선한 언어 감각과 삶의 진실을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향후 <문학에스프리>의 차세대 필진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계간 <문학에스프리>, 한국문학의 광장으로 자리매김

<문학에스프리>는 이번 시상식을 통해 문학의 본질적 가치 -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힘 - 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2025년의 문학이 이곳에서 다시 피어났다. 그리고 그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한국문학의 등불로 남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문학상 외에도 작가상·작품상·신인상이 수여되며 다양한 세대의 문인들이 한데 모였다. 신인상 수상자들은 "문학의 입문이 아닌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고, 중견·원로 작가들은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문학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서, 문학의 본질과 창작의 의미를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크다.

문학계 관계자들은 "<문학에스프리>가 단순한 계간지를 넘어 한국문학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25년 <문학에스프리> 시상식은 문학이 여전히 우리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정신적 기반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빛나는 상패를 넘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확장시키는 언어의 힘을 되새긴 밤이었다.

행사는 기념 촬영과 송년 만찬으로 마무리 되었다.

참석자들은 "겨울에도 문학은 식지 않는다", "다시, 문학의 봄으로 향하자"는 인사를 나누며 새해의 창작을 다짐했다. 무대 아래를 가득 채운 꽃다발과 박수는 이날의 감동을 상징하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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