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색채로 기억을 쌓고, 질감으로 시간을 겹쳐 올리는 화가의 세계가 서울 한복판에 펼쳐진다.
서양화가 권순욱 작가가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세텍(SETEC) 전시장에서 열리는 제17회 뱅크아트페어에 참가해 '모던 스페이스 갤러리' 부스(1Hall 1-31)에서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권 작가는 도시와 풍경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닌, 감정과 기억이 중첩된 '내면의 지도'로 풀어낸다. 화면 위에 쌓아 올린 색면과 긁어내고 덧입히는 반복적 행위는 하나의 형상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자, 삶의 시간과 흔적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대표작 '안식의도시_하이델베르크'는 캔버스를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채가 유리 조각처럼 분절되고 결합되며, 하나의 고정된 시점이 아닌 복수의 시선과 시간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거칠게 중첩된 질감과 드로잉 선은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며, 도시를 '머무름'과 '회상의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또 다른 출품작 '일월오봉도Ⅱ'는 조선 왕실의 상징 회화인 일월오봉도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통적 상징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질감과 색채를 변주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시각화했다.
특히 화면 하단에 배치된 한옥과 정자는 왕실의 권위적 상징을 일상의 풍경으로 끌어내리며, 관람객에게 보다 친밀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귀거래사Ⅰ 자연과 쉼이 있는 곳'은 제목이 암시하듯 단순한 회귀가 아닌 현대인의 심리적 안식처를 형상화한다. 성곽의 문과 그 너머의 전통 건축은 ‘쉼’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상징하며, 관람객을 일상 밖의 공간으로 이끈다. 이는 자연과 인간,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권순욱 작가의 회화는 "밀고, 덧입히고, 지우고, 겹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화면은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을 넘어, 감정의 축적과 시간의 흔적을 품은 하나의 서사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도 따뜻함과 선함의 결을 발견하고자 한다.

한편 권 작가는 개인전 9회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경기문화재단 '아트경기' 선정작가(2025·2026), 프랑스 파리 살롱 도톤느 선정(2025), 제29회 통일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 제13회 한국창작문화예술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전통과 현대, 기억과 감정, 도시와 자연이 교차하는 그의 회화는 이번 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에게 또 하나의 ‘머무는 풍경’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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