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름의 끝, 익어가는 시간"… 8월, 기다림 속에 빛을 품다
(서울=미래일보) 최현숙 기자 = 달력 속 '입추'라는 글자를 본다. '말복'도 여전히 반갑다. 입추와 말복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차리는 절기다. 아침과 밤공기는 가벼워졌지만, 한낮의 열기는 여전히 물러설 줄 모른다. 장마가 끝났지만 숨 고를 틈은 짧고, 우리는 여전히 여름 한복판에 서 있다. 예년보다 더위가 오래 갈 것이라는 예보는 계절의 발걸음을 마음보다 훨씬 느리게 만든다. 이 시기는 여름의 정점이자, 가을의 그림자가 스며드는 문턱이다. 나뭇잎 사이로 스치는 빛의 각도와 들판을 어루만지는 바람, 밤을 흔드는 풀벌레 소리 속에 이미 다음 계절이 숨어 있다. 그러나 장마 피해로 무너진 들판은 계절을 반기는 마음에도 조심스러움을 남긴다. 마른 땅에 단비처럼 반가웠던 비가 때로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햇살 속 우리는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깨닫는다. 익어간다는 것은 곡식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멀리 바라본 들판처럼, 사람의 마음과 삶 속에서도 조용히 변화가 자라고 있다. 그렇게 계절이 변하듯, 우리 곁에서도 누군가는 조금씩 다음 장을 준비한다. 이제 곧 군복을 입게 될 아이를 본다. 시간은 익숙한 얼굴로 스쳐 지나가지만, 어느 날 문득 낯선 순간을 가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