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랭리보) 장건섭 기자 =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이 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2차 소환했다. 오후엔 '드루킹' 김동원(49, 구속) 씨를 소환해 두 사람의 대질신문도 진행한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사흘만에 다시 출석했다.
김 지사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혔듯이 수사에 충실히 협조하고 당당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하루속히 진실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그렇지만 본질에 벗어난 조사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하루속히 경남도정에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특검팀에도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드루킹에게 정책자문을 요청한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엔 "국민에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지사가 드루킹과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책자문도 구한 정황이 드러나 두 사람이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 씨도 오후 1시 50분쯤 특검팀에 출석했다. 특검팀이 김 지사와 드루킹을 같은 날 나란히 소환하면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됐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드루킹의 진술 내용과 김 지사의 진술 내용이 서로 다른 점에 대해 두 사람 모두 거절하지 않는다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 대질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 측은 대질실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일 특검팀에 첫 출석해 18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후 조서열람을 마치고 7일 새벽 3시 50분쯤 귀가했다.
밤샘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특검팀이 계획한 조사 분량의 절반 정도만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지사의 2차 소환도 고강도 마라톤 조사를 예고한 특검팀은 드루킹과의 대질신문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김 지사 측 오영중 변호사도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질신문이 아니라 그 어떤 것에도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질신문에서는 검사나 수사관이 사건 관련자 2명의 조사실을 수시로 오가며 진술을 맞춰보는 '간접 대질' 방식 보다는 드루킹과 김 지사를 한 공간에 마주 앉아 진행하는 '직접 대질'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를 봤다고 주장하는 드루킹과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김 지사 중 누가 진실과 거짓을 말하는지 확실하게 가려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킹크랩 운용을 승인·묵인하는 식으로 댓글조작을 공모했다고 본다.
수사 막바지에 접어든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그간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정리해 그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가급적이면 이날을 마지막으로 김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인사청탁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린 청와대 송인배·백원우 비서관의 소환에 대해 이번 주 내로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송 비서관은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연결시켜주고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백 비서관은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에 추천한 도모(61) 변호사를 직접 면담해 관련성을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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