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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초대칼럼] 강기옥 시인, '효령대군의 북'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어도 자신 있게 선진국이라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어정쩡한 뒷북행정 때문

(서울=미래일보) 강기옥 시인(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 양녕대군은 영리하고 활달한 기상이 있어 왕실과 대소신료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며 난봉꾼과 같은 행실을 보이더니 아버지 태종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대꾸하며 행실을 고치지 않았다. 왕실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살인본능(?)을 보이던 태종조차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세자 폐지론이 나돌았다.

그러자 효령대군은 차남인 자기가 형의 뒤를 이어 세자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여 깊은 방에 들어가 열심히 글을 읽었다. 이를 보고 세자 양녕이 들어와 효령을 발로 걷어차면서 ‘어리석다. 네가 충령이 성덕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 꾸짖었다. 그러자 효령이 곧 깨닫고 절간으로 뛰어가 가죽이 늘어날 만큼 종일 북을 쳐댔다.

『연려실기술』에는 위와 같은 '효령대군의 북치기' 기사가 실려 있다. 기대감이 무너진 효령의 심정을 묘사한 이 고사는 '효령대군의 북가죽'이라는 신조어로 나타나 사회에 회자되었다. 이는 부드럽고 늘어진 것을 일컬을 대 쓰는 용어였다. 그것이 오늘날에는 '효령대군의 북치기' 또는 '효령대군의 북'이라는 말로 파생되어 한 발 늦게 행동하면 후회스러운 결과를 당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요즈음 유행하는 '뒷북행정'의 원형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어도 자신 있게 선진국이라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어정쩡한 뒷북행정 때문이다. 그것도 뒷북을 치려면 제대로 쳐야 하는데 뒷북을 치고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래서 국민은 실망하고 담당자는 피곤하다.

1949년 1월 26일, 일본 나라현의 호류지(法隆寺)에 발생한 화재는 고구려의 담징이 그린 12면 벽화를 불태워버렸다. 이로 인해 일본 문화재청은 1950년에 문화재 보호법을 제정하고 1월 26일을 ‘문화재 화재 방지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문화재를 화재뿐만 아니라 도난과 훼손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회는 있었다. 2005년 4월 5일, 예종이 1469년에 부왕 세조를 위해 낙산사에 보시한 동종이 불탔다. 그 뒤에 나타낸 문화재 보호책은 적당한 뒷북행정으로 끝났다. 이 종은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한중 혼합형으로 범종 연구의 귀중한 자료였다.

그렇게 귀중한 범종을 잃고서도 3년이 지난 2008년 2월 10일에 한국문화재의 상징과도 같은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불태웠다. 보물 제479호의 낙산사 동종보다 숭례문이 먼저 불탔다면? 뒷북치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미루어 그것은 의미 없는 가정이다.

뒷북행정의 반대말은 앞선 행정이다. 북치기와 관련하면 ‘앞북치기’라 할 수 있는데 공개적인 범죄 예방행위다. 결국 앞선 행정은 재난을 방지를 위해 미리 법을 제정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등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선도적으로 이끄는 행정이다.

우리 주변에는 뒷북행정을 막을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내가 느끼는 불편사항을 일반 대중의 입장에 대입하면 앞선 행정의 요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의 경우 위협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앞북치기는 해결해내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굳이 대형사고가 나야만 호들갑을 떠는 뒷북치기의 대책발표보다는 작은 것에서부터 철저히 해결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추월을 금지구역인 터널 속에서 ‘칼치기’라는 위협적인 차선변경을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위반시 고액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우다. 대형사고가 난 뒤에 호들갑스럽게 뒷북치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앞북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政治의 政자를 正자로 바꿨으면 어떨까? 글자 한자 바꾼다 하여 정치행위가 바뀔지 의문이지만 정치인이 그 개념이라도 바르게 알아 정권을 위한 정치보다 백성을 바르게 선도하기 위한 正治여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정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앞북치기로 국민의 안정을 앞세우는 바른 정치 말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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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정근옥 시인의 시 '칼의 눈빛'… 권력과 진리 사이, 날 선 은유의 심연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칼은 도구인가, 권력인가, 아니면 인간 내면의 욕망인가. 정근옥 시인의 '칼의 눈빛'은 하나의 상징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정의와 폭력, 충성과 맹목, 그리고 침묵하는 진리까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오늘의 시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칼의 눈빛 - 정근옥 시인 살벌한 침묵의 칼끝에 권력이 앉아 왕관을 쓴다 날마다 위엄의 날을 세우며 음습의 빛을 번쩍거린다 진리는 칼집 속에서 울면서 숨죽이고 있는데, 권력은 칼날을 핥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명욕에 예도를 잃은 바람, 언제나 칼끝을 찬미한다 피로 세운 영광은 비릿한 핏빛 얼룩의 꽃잎을 피운다 칼에도 법도가 있다, 손에 칼을 쥔 자는 칼이 자신이라 믿고, 칼을 휘두르며 복종을 강요한다 맹목의 충성은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파멸을 낳는다 정의의 칼날이 녹슬면, 칼 위에 세운 성은 무너져 버린다 선한 칼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은빛 별로 빛나지만, 악의 칼은 무대에서 미친 듯 망나니 춤을 추다 사라진다 악행의 지배자는 칼을 믿고 권좌의 침실에서 잠들지만 달빛에 깨어있는 칼은 언제나 그 목을 겨누고 있다 - 시집 <새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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