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아시아 지역의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진행되고 있다.
흘러내린 옷 위로 드러나 보이는 앙상한 어깨와 목에는 인생처럼 굴곡진 주름이 켜켜이 겹쳐있다. 흐트러진 머리와 주름밖에 남지 않은 얼굴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날카로운 눈초리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생 앞에서도 강렬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그녀의 존재를 말한다. 끝나지 않은 역사로 아직 살아있음을 말한다.
그녀는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에게 폭력과 성적모욕을 당해야만 했던 16살의 소녀였다. 전쟁은 70년 전에 끝났지만, 소녀들은 한국에, 중국에, 그리고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에 남겨졌다.
할머니의 깊게 패인 주름, 글썽이는 눈망울, 한 맺힌 목소리는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삶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작가는 그 증명과 진실의 기록을 ‘겹겹’이라는 제목으로 엮었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겹겹프로젝트’가 주관한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사진전’에선 아시아 지역에 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기록 사진 40여점이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번 사진전은 겹겹 프로젝트 사진작가 안세홍(46) 씨가 한국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동아시아 국가 90여 명의 생존자들이 생존한 지역에 직접 방문해 직접 기록하고 남긴 사진들이다.
개막식에서 유은혜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겹겹프로젝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찾아서 사진으로 기록하신 안세홍씨께 감사 드린다”며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20년간 해온 것에 대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마치 10억엔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호도되는 것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며 “진실이 밝혀지고, 일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번 전시와 관련해 "‘겹겹 프로젝트’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인권과 삶을 지켜 나가기 위해 결성됐으며 사진전, 강연회, 역사기록 등을 통해 전쟁 성노예 피해자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시민들과 함께 피해자 지원도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메시지를 듣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작가는 약 20년 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인 '나눔의 집'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년가량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알리고자 1998년부터 20여 년 동안 수도 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아시아 각지에 남겨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마주했다.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할머니들의 모습 속에 담긴 진실을 순간순간 사진으로 포착했다.
안 작가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아시아의 일본군 등 전쟁 성노예 피해자들의 증언 기록과 사진은 과거의 단순한 채집이 아닌 다시는 그와 같은 고통과 야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미래의 메시지”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과 눈물이 아니라, 모두의 역사와 인권으로 남을 수 있도록 공공의 기록을 게으름 없이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작가는 이어 “그동안 무관심한 일본인을 일깨워 관련 운동을 하는 단체들의 지지 토대를 만들기 위해 일본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왔다”며 "새해 첫 전시를 통해 가해자의 책임과 반성 없이 반복되는 전쟁 성노예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한일 양국 간의 정치적 문제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역사가 올바르게 기록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희망했다.
안 작가는 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그동안 피해자들이 바라던 진상규명, 법적 책임, 사죄와 배상 등의 핵심 내용이 빠진 채 전범 국가로서 일본 정부의 책임은 없었다”며 “더 이상 왜곡, 은폐되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생전에 끊임없는 관심과 기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 의원은 "문제의 해결은 진실을 지켜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며 "누군가는 감추려고 하고 누군가에겐 아픈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겹겹’은 겹겹이 층을 이룬 할머니들의 깊게 패인 주름과 70여 년 동안 가슴에 쌓여 온,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풀리지 않는 한을 의미한다. 하지만 작가는 겹겹의 의미가 사진을 통해 문제를 접한 사람들의 작은 힘이 한 겹 한 겹 쌓여가는 ‘겹겹’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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