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운항이 전면 중단된 이스타항공의 조종사들이 국내선 운항 재개와 정리해고 중단을 회사에 요구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2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가입한 뒤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항공기 운항중단은 구조조정 추진이 목적인 만큼 부당하다”며 “당장 운항을 재개해도 흑자를 낼 수 있는 국내선은 즉각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측에 무책임한 정리해고와 운항중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현재 운항 중단은 구조조정 추진이 목적이어서 부당하다. 당장 운항을 재개해도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국내선은 즉각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제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국민의 삶이 있고 경제가 있다'고 말한 만큼 이스타항공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다해 막겠다"라며 "민노총은 이스타항공 조합원을 비롯해 비정규직 등 모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그러면서 "이스타항공 조합원과 투쟁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는 조치를 내려달라며 민노총과 대화하자고 요청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오늘 문 대통령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난극복의 핵심과제이며, 가장 절박한 생존문제'라고 발언하신 만큼, 이것이 대통령의 의지고 실제 정부의 의지라면 이스타항공에서 벌어지는 정리해고부터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과연 중단시킬 수 있느냐고 한다면 긴급명령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대통령과 정 총리가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제 고민하지 말고 민노총과 대화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코로나19 사태를 빙자한 이번 정리해고는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이 제주항공에 해줄 수 있는 선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통상 기업을 팔 때 인수기업에 부실성을 털어주기 위한 조치가 시행되는데, 이스타항공도 인수기업인 제주항공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와 경영진에 대해 쓴소리를 내 뱉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상직 창업자가 전주을에서 출마해 당선됐고, 공교롭게도 전날 김승수 전주시장이 해고 없는 도시를 선포했다"라며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에 정리해고)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주주로서 이상직 일가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거액의 매각대금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또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청하지 않았다. 이는 규탄 받아도 마땅하다"며 "정부는 해고방지를 위해 말이 아닌 실제적 해고금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수에 나선 제주항공에는 과거 쌍용자동차 해고사태에 빗대어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가 향후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쌍용자동차 해고에서 보이듯 우리나라 오너들, 경영진들은 사회적 인식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쌍차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과거 2008년에 있었던 무자비한 해고로 사회적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라며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한 무자비한 해고를 방치할 경우 향후 제주항공 영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해고중단을 위해 이날부터 전 직원을 상대로 서명운동과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노조는 "다른 항공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내선을 증편하고 있지만 유독 이스타항공만 한 달 동안 운항중단을 한 것도 모자라 연장하려고 한다"며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 △셧다운(운항 중단) 조치 해제와 즉각적인 운항 재개 △일방적인 정리해고·구조조정의 전면 중단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한 우선 고용안정 △즉각적인 특별단체협약을 요구했다.
노조는 "많은 시간을 인내하면서 사용자 측과 대화하고 양보도 했지만, 회사는 결국 목숨줄까지 내놓으라며 정리해고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의 4월 1∼10일의 국제선 이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에 불과한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같은 기간에 국내선 여객 수는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가 점차 늘고 있다.
노조는 "항공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내선을 증편하고 있지만 유독 이스타항공만 한 달간의 운항 중단도 모자란다며 연장하려고 한다. 이스타항공 셧다운은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당장 운항을 재개해도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국내선부터 즉각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에 매각이 결정된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노조는 회사가 매각이 최종 마무리되는 오는 29일 직전인 24일에는 정리해고 대상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에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밀린 체불임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악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2월 모든 직원에게 급여 60%만 지급한 데 이어 3월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4월 말까지 350명가량을 정리해고하겠다는 내부적 목표를 세워두고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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