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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오숙희 시인의 '아버지의 공깃밥'

장은수 시인 "시인이란 때때로 제 상처를 스스로 핥아대는 짐승 같은 존재"


아버지의 공깃밥


- 오숙희 시인

아버지는 한낮의 허기도 잊으시고
구슬 같은 들깨를 함박 고무래질한 뒤
식탁 앞에 앉으셨다

식탁에 반찬 몇 가지 꺼내놓고
간도 보지 않은 국 한 수저 밥술을 뜨시고
아버지는 허공에 대고 말을 잇는다

"시래깃국이 참 맛있구나"
콩자반처럼 둥글게 살아온 발걸음 사이
주름진 길을 질척이는데
꾸역꾸역 씹어보지만
한 모금 모이를 쪼듯이
젓가락이 한가한 철길처럼 놓여 있다

아버지는 천정을 보며
눈에 호수를 만드셨는지
양 볼에 주르르 흐르는 물이
밥상 위 마른 가지 물 대듯 쏟아지신다

이것도 먹어 봐
인삼은 여기 많이 있는데 먹어 봐라
아버지의 공깃밥이 줄어들수록
딱딱한 밥알이 무릎 위에서
내 얼굴을 올려보고 있다

- ‘나루포엠(NARU POEM)’ 창간호 중에서

■ 감상평
오숙희 시인의 '아버지의 공깃밥'이 그리고 있는 이미지는 담백하다. 또한 애잔하다.

천만번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아버지는 한낮의 허기도 잊으시고 구슬 같은 들깨를 함박 고무래질한 뒤 식탁 앞에 앉으셨다.

그는 국 한 수저 밥술을 뜨시고 허공에 대고 말을 잇는다 "시래깃국이 참 맛있구나"

콩자반처럼 둥글게 살아온 주름진 길을 질척이는데 젓가락이 한가한 철길처럼 놓여 있다. 아버지는 천정을 보며 양 볼에 주르르 눈물이 밥상 위에 쏟아지신다.

공깃밥이 줄어들수록 딱딱한 밥알이 아버지 무릎 위에서 내 얼굴을 올려보고 있다.

시인이란 때때로 제 상처를 스스로 핥아대는 짐승 같은 존재다. 오숙희 시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생 가슴 한구석에 부모의 사랑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효녀이다.

제 속을 비워야만 채워지는 작은 씨방, 맵싸한 밥알이 무릎에 떨어져 입으로 들어가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마냥 안쓰럽다.

시인은 팔에 힘마저 빠진 아버지가 한평생 함께한 농사일, 바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혼자서 속울음만 쏟아놓는 시간이 많으리라.

- 장은수 시조시인(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광진구 지회 회장)



■ 오숙희 시인 프로필
경북 상주 출생.
2008년 <서라벌문예> 시 부문 신인작품상 등단.
2013년 <광진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14년 <신사임당 백일장> 차하.
시집으로 공저 '문학의 뜨락', '바람이 남기고 간 詩', '나루포엠' 등 다수.
현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광진구 지회 회원. 오숙희명리학연구소 소장.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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