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2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오숙희 시인의 '아버지의 공깃밥'

장은수 시인 "시인이란 때때로 제 상처를 스스로 핥아대는 짐승 같은 존재"


아버지의 공깃밥


- 오숙희 시인

아버지는 한낮의 허기도 잊으시고
구슬 같은 들깨를 함박 고무래질한 뒤
식탁 앞에 앉으셨다

식탁에 반찬 몇 가지 꺼내놓고
간도 보지 않은 국 한 수저 밥술을 뜨시고
아버지는 허공에 대고 말을 잇는다

"시래깃국이 참 맛있구나"
콩자반처럼 둥글게 살아온 발걸음 사이
주름진 길을 질척이는데
꾸역꾸역 씹어보지만
한 모금 모이를 쪼듯이
젓가락이 한가한 철길처럼 놓여 있다

아버지는 천정을 보며
눈에 호수를 만드셨는지
양 볼에 주르르 흐르는 물이
밥상 위 마른 가지 물 대듯 쏟아지신다

이것도 먹어 봐
인삼은 여기 많이 있는데 먹어 봐라
아버지의 공깃밥이 줄어들수록
딱딱한 밥알이 무릎 위에서
내 얼굴을 올려보고 있다

- ‘나루포엠(NARU POEM)’ 창간호 중에서

■ 감상평
오숙희 시인의 '아버지의 공깃밥'이 그리고 있는 이미지는 담백하다. 또한 애잔하다.

천만번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아버지는 한낮의 허기도 잊으시고 구슬 같은 들깨를 함박 고무래질한 뒤 식탁 앞에 앉으셨다.

그는 국 한 수저 밥술을 뜨시고 허공에 대고 말을 잇는다 "시래깃국이 참 맛있구나"

콩자반처럼 둥글게 살아온 주름진 길을 질척이는데 젓가락이 한가한 철길처럼 놓여 있다. 아버지는 천정을 보며 양 볼에 주르르 눈물이 밥상 위에 쏟아지신다.

공깃밥이 줄어들수록 딱딱한 밥알이 아버지 무릎 위에서 내 얼굴을 올려보고 있다.

시인이란 때때로 제 상처를 스스로 핥아대는 짐승 같은 존재다. 오숙희 시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생 가슴 한구석에 부모의 사랑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효녀이다.

제 속을 비워야만 채워지는 작은 씨방, 맵싸한 밥알이 무릎에 떨어져 입으로 들어가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마냥 안쓰럽다.

시인은 팔에 힘마저 빠진 아버지가 한평생 함께한 농사일, 바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혼자서 속울음만 쏟아놓는 시간이 많으리라.

- 장은수 시조시인(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광진구 지회 회장)



■ 오숙희 시인 프로필
경북 상주 출생.
2008년 <서라벌문예> 시 부문 신인작품상 등단.
2013년 <광진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14년 <신사임당 백일장> 차하.
시집으로 공저 '문학의 뜨락', '바람이 남기고 간 詩', '나루포엠' 등 다수.
현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광진구 지회 회원. 오숙희명리학연구소 소장.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개헌개혁행동마당 등 53개 시민단체, 국립대전현충원서 홍범도 장군·무후 광복군 추모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지난 10월 8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개헌개혁행동마당’(상임의장 송운학)에 참여하는 ‘국민주권개헌행동’을 비롯한 53개 시민단체 대표단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홍범도 장군과 후손이 없는 광복군 17위 선열을 추모하는 합동차례를 올렸다. 대표단 약 20여 명은 이날 묘역 참배 후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좌우합작 정신을 계승해 국권국익 수호, 남북 평화공존, 국민개헌 보장 등의 실천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서약문 채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홍범도 장군·무후 광복군 17위 선열에 추모차례 1부 행사는 독립유공자 제7묘역에서 김동섭 ‘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으며, 2부는 송운학 '국민주권개헌행동' 상임대표가 이어받아 참배와 헌시 낭독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항일무장투쟁 만세!", ▲"대한독립 만세!”, ▲"국권국익 수호 만세!"▲"남북평화공존 만세!", ▲"국민개헌보장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선열들의 뜻을 기리고, 참된 자주독립과 직접민주제 실현의 길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무후 독립유공자 7,285명… 후손 확인 못 해 예우도 미흡" 송운학 상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이곳

정치

더보기
남인순 의원, 환자 돕는다던 '환자대변인' 16%가 병원 측 변호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구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12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촉된 환자대변인 인적사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56명의 환자대변인 중 9명(약 16%)이 현재 병원 측 자문 또는 소송 대리 업무를 수행 중인 변호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특정 병원의 소송을 직접 대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5곳 이상의 병원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변호사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분쟁 조정 환자대변인 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 시, 환자 측의 권리를 법적·의학적으로 보호하고, 조정 과정에서 환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공모와 심사를 거쳐 의료사고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 56명을 환자대변인으로 선정·위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이번 인선 과정에서 "의료사고 분쟁 시 환자를 조력해야 할 변호사들이 병원 측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온 인사들로 위촉된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이어 "특히 현직에서 병원 소송을 대리하거나 자문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