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아 시인
산속에
산처럼 묻힌
묵은 향
표연히 겹겹 울리면
저무는 꽃살도
푸새 냄새 낸다
도심 찌꺼기
꾹꾹 누른
발목 세워 놓고
얻지 못하는 해답
줄 거 같은
열두 척 흔적
나도
쓸쓸히
강해질 때 있지.
■ 시작 노트
금정산 동문을 넘어서자 성문보다 키 큰 한 그루 소나무 벌거벗은 땅 위에 우뚝 서 있다. 능선을 치고 올라오는 저 바람을 비를 눈을 오롯이 맞으며 무방향으로 휘어진 등허리를 본다. 그 아래에서 산 아래 개미집 같은 포도알을 깨물자니 갈증을 넘어가는 한 점 점액이 구불텅한 저 나무 허리길 같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고 지나간 순간도 언젠가는 다시 영접할 수 있는 상황을 기억하면서 조언은 구하되 마지막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곱씹어 보았다.

■ 김선아 시인
2005년 <대한문학세계> 시 등단. (사)부산여성문학인협회 이사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계간 <여기> 발행인 겸 편집인. 부산여성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수상 外.
시집 '가고 오는 것에 대하여', '뭉툭'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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