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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별의 접근을 허용받은 시인 윤동주'

'서시'는 인류애적인 인간 선언...식민지의 창백한 고백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별을 창조한 신은 두 사람의 문인에게 별의 신탁(神託)을 주었다 학인은 말한다. 시인 윤동주(1917~1945)와 단테(1265~1321. 시인, 철학자)이다. 윤동주 시인은 별을 친밀히 관찰했다. 천체망원경으로 과학적 관찰은 아니다. 생각의 우주, 내밀이다. 별에 대한 동경과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과학이 생활이라면 인문학은 정신세계다. 인문학의 서사(序詞)는 보이지 않는 것들, 언어로 집 짓는 실상들이다. 윤 시인은 방학이면 고향에 간다. 가족과 수박을 쪼개며 정담을 나눈다. 쏟아지듯 흐르는 별,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동생들과의 이야기는 무한한 상상력을 만들어 갔다. 후일 윤 시인은 그 같은 일은 행복이고, 시 쓰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윤동주 시인이 1941년 11월 20일 발표한 서시(序詩)는 그가 가족, 또는 혼자서 사색하며 만든 수정체와 같이 맑은 것들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괘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는 시는 별에 대한 최애(最愛)며 언어의 경이(驚異)이다. 2연으로 된 작품이다.

연을 뗀 것은 단순한 맥락의 스타카토(staccato. 이탈리아어. 소리의 단속(斷續))를 위한 배려다. 사실상 전체의 연(聯)으로 묶어진 시나 다른 바 없다. 소리의 단속, 배려라는 것은 윤동주만의 속 깊은 언어에 대한 예절이 아니겠는가.

스타카토란 악상(樂想) 기호다. 단조로운 선율에 변화를 주는 것. 그러다가 특정 부분에 강조를 주는 것. 윤 시인이 이와 같은 언어 사용은 오늘날 문창(문창과)들의 엄지 척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윤동주의 시는 대개 쓴 날짜를 정확하게 표시해 주었다. 후학을 위해 여러모로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윤동주 시인의 주거지 날씨로, 익히 상상이 간다. 11월 말은 초겨울 바람 소리가 일어선다. 이 시가 날씨에 국한한다는 의미로 해석은 하지 말자.

'서시'는 인류애적인 인간 선언이다. 이 시에 깃든 자신의 선언이다. 성직자가 예배를 마무리하는 축도, 경건하다.

권일송 시인은 윤 시인의 서시를 향하여 "위대한 로맨티시스트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는 현대 시사에서 외롭고도 뚜렷한 별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고 했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 용정(龍井) 집, 옆에는 할아버지가 지어서 헌납한 교회당이 있다. 비교적 넉넉한 집안의 윤동주 할아버지는 교회를 건축하고 목회자를 초빙하여 예배했다.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신탁(神託. oraculum. 라틴어)은 언어를 위해 별을 입회시킨 것으로 보인다. 흔히 신탁은 기도자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주어진 신의 의사전달이 아니던가. 수만 번의 별을 노래하고 신에게 별의 접근을 허용받은 대표 시인이다. 그는 별을 닮은 시인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별처럼 생을 살았다.

시인의 책상에는 밤이면 별이 내려와 놀다 갔다. 누하동 하숙집의 산책에는 별이 살며시 내려와 시인의 손목을 잡고 인왕산을 오르내렸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동주의 서시는 누구나 함부로 쓸 수 있는 시가 아니다. 전 생애를 걸고 단 한 편 쓸 수 있는 시다. 일생을 통틀어 이 한편을 남길 수 있다면 시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겉치레의 행동, 간특한 마음과 행동, 어물어물 시류의 눈치나 살피는 사람은 감히 건널 수 없는 정신의 매운 세계다. 죽음을 초월하고 사물의 예지, 자신을 바람의 비극적 구조 속에 비끄러매고 지사적 결벽증을 가진 신념과 양심의 뿌리를 가졌다. 암흑시대의 상황을 정면으로 대결한 정신이 얼얼이 깔려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만치 내성적이고 습자지와 같은 일면이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다짐하는 매서운 삶의 대조를 이루면서 시의 중량을 더해 주고 있다. 식민지의 창백한 고백이다. 행동이 없는 시는 이 땅에 명멸(明滅)을 담을 뿐이다.

역사의 희생을 요구할 때 시인은 맨 먼저 앞에 서야 할 것을 서시는 말한다. 시는 행동의 선한 전진이다. 승산이 없는 대결을 뛰어넘어야만 시가 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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